[그린경제/얼레빗 = 윤지영 기자] <현대어역>
말발만 한 연한 자라를 먼저 머리 베어 피를 빼고 끓는 물로 하얗게 긁고 씻어 다시금 파와 <젼국쟝>에 물부어 닳여 익거든 그제야 찢어 오미(五味) 갖추어 생강, 천초, 후추, 염초, 장를 한데 가늘게 갈아 얼마쯤 두어 맛이 들면 맑은 즙에 닳여 연하거든 먹으라. 또 자라를 잡아 산 것으로 끓는 솥에 넣어 익거든 (꺼)내어 찢어 매우 깨끗이 씻어 다시 간장기름에 물부어 끓여 생강이나 건강이나 후추, 천초, 식초, 파로 양념하여 먹으라.
▲ 음식디미방 '별탕 자라' 원본
*<음식디미방>을 쓴 장계향 선생은 누구인가?
조선시대 여성 가운데 유일하게 군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선생은 1598년 경상도 안동부에서 퇴계학통을 이어받은 성리학자 장흥효의 딸로 태어났다. 흔히 정부인 인동 장씨로 알려졌는데 아들 이현일이 정2품에 오르면서 정부인에 추증되었기 때문이다. 1616년 서계 이시명과 혼인하여 슬하에 6남 2녀를 두었다. 퇴계학통을 계승한 학자 이휘일과, 숙종 때의 남인의 이론가의 한사람인 갈암 이현일(李玄逸)이 그의 아들들이다.
특히 장계향 선생은 동아시아 최초이며, 맨 처음 순한글로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지은이이다. 《음식디미방》은 예부터 전해오거나 선생이 스스로 개발한 음식 등 양반가에서 먹는 각종 특별한 음식들의 조리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가루음식 조리법과 떡 빚기 그리고 어육류, 각종 술 담그기도 자세히 기록해두었는데 특히 146가지 음식의 요리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은 본격 요리서로서 3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을 따라서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요리는 식품화학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하는 과학의 영역이라고 한다. 특히 요리 전문가들이 평하길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중기 요리과학의 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소중한 책이며, 상당히 과학적인 조리법에 따라 씌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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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계향 선생 영정과 음식디미방 표지(규곤시의방이라 쓴 것은 남편 이시명 선생의 글씨) |
이 책이 소개한 주요 음식들을 보면 석류탕, 연근채, 대구껍질누르미, 꿩지히, 상화편, 빙사과 등 요즈음 들어보지 못하는 음식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밖에도 이 책의 특징은 《음식디미방 주해》를 쓴 경북대 백두현 교수에 따르면 17세기 국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서 당시의 한국어, 특히 경상북도 북부 방언의 음운, 문법, 어휘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선생은 병자호란 등 난리통에 늘어만 가던 가난한 이들을 구휼하는데 온 정성을 쏟은 이로 존경을 받는다. 시아버지의 엄청난 재산 상속을 받지 않고 도토리숲을 만들어 이 숲에서 주운 도토리로 죽을 쑤어 수많은 이들을 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