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은 무형문화재 제도를 희화화하지 말라

2014.03.01 11:17:46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대담 기사를 보고 쓰는 쓴소리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인간문화재' 지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나는 이유는 적은 인원이 비공개로 심사하다 보니, 공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간문화재 지정 때 '나는 가수다' 같은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하겠다." 이는 어제 조선일보에 실린 나선화 문화재청장의 대담기사 일부다.  

이 기사를 읽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나 국악학자들로부터 이게 말이 되느냐며 흥분하는 말이 들렸다. 물론 그동안 무형문화재 제도를 놓고 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며, 바르게 고쳐야 한다는 것은 국악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무형문화재 제도를 손보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나 문화재청장의 말은 문제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논의 가 있어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재청장이라도 개인의 생각을 함부로 비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나 청장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낸 사람으로 안다. 그런데 그동안의 문제점 가운데는 문화재위원들에게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그러면 문화재위원을 지낸 나 청장도 자유로울 수가 없음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거론할 때 스스로 그런 문제에 대한 반성을 담은 고백이 선행되어야 할 텐데도 그런 얘기는 전혀 없다.  

무형문화재를 지식백과에서 찾아보면 형태로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인 소산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사상,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이다. 그래서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 곧 인간문화재는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상이 된다. 그런 분들을 뽑는 과정을 나가수와 같은 공개경쟁방식으로 뽑는다면 어쩌면 이 과정이 대중적, 흥행적 요소가 가미되어 희화화 질수도 있지 않을까? 

   
▲ "나는 가수다" 방식으로 무형문화재 뽑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머리가 허연 문화재 후보자가 아들 정도 되는 젊은 문화재위원 또는 심사위원 앞에서 모든 게 발가벗겨진다면,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피치 못할 실수라도 저지르게 된다면 나중에 그 사람이 보유자가 된다한들 인간문화재로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권위, 인격, 민족예술로서의 가치 등이 중요하게 평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가수같은 방식의 제도가 주는 편리화 대중화의 문제점은 오히려 지금 제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전인자를 잃을 수도 있음이다.  

나 청장은 대한민국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음을 깨닫고 함부로 사견을 내비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비롯한 실기인들과 학자들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만대에 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무형문화재 제도를 정립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영조 편집국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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