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쓴풀’은 이누노센부리 (犬の千振)에서 온 말

  • 등록 2015.02.22 08: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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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쓴풀이란 쓰다는 것인지 안쓰다는 것인지, 국어사전은 밝혀주길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일본의 3대 민간약의 재료로 알려진 센브리(千振, センブリ)라는 약초는 의사이자 본초학의 대가인 이이누마요쿠사이(飯沼慾斎, 1782-1865)의 《본목도설, 本木図説》에 “복통에 잘 듣고 벌레를 죽이는 살충 효과가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다.

 이 ‘센브리’ 식물은 생약으로도 쓰지만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 쓰기도 하는데 위장허약, 설사, 복통에 잘 들을 뿐 아니라 탈모에도 효과가 있고 더 나아가 여성들의 마스카라, 눈썹 연필 등 화장품의 원료로도 요긴하게 쓰고 있는 식물이다.

 일본한자로는 “천진(千振)”이라고 쓰고 ‘센부리’라고 읽는데 이는 이 약초가 아주 쓰디써서 천 번이나 우려내도 한결같이 쓰기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를 다른 일본말로는 ‘당약(當藥)’이라고도 한다.


   
▲ 센부리(쓴플) / 사진 이명호 작가

 센부리를 왜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가 하면 우리의 “쓴풀”을 말하기 위해서다. 일제강점기에 만든《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鄕名集), 1937》에 보면 개쓴풀이 나오는데 일본말 이누노센부리(犬の千振)를 번역한 것이다. 이 식물의 학명은 “Swertia tosaensis Makino”로 "Makino"라는 것은 일본인 식물학자 마키노토미타로를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조선의 ‘쓴풀’에는 3가지가 소개되고 있는데 “자주쓴풀(ムラサキセンブリ), 네귀쓴풀(チシマセンブリ), 개쓴풀(イヌセンブリ)” 이 그것이다.

 물론 이 식물의 특성을 살려 우리말로 ‘쓴풀’이라고 번역한 것에 대해서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좀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용담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는 15~30cm이며, 잎은 마주나고 실 모양이다. 9~10월에 자주색 꽃이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줄기 끝에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줄기와 잎은 약용한다. (Swertia japonica)” 고 나와 있지만 이 식물의 특성인 “쓴 맛이 짙은 풀” 이라는 말이 없다.

 개쓴풀 풀이도 마찬가지다. “용담과의 두해살이풀. 높이는 30cm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경엽은 피침 모양이다. 9월에 자주색 줄이 있는 흰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한 개씩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를 맺는다. 습한 곳에서 자라는데 한국의 중부,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Swertia diluta var. tosaensis)”

 이누(犬, 개)+센부리(千振, 쓴풀) 를 “개쓴풀”로 번역한 것은 가상(?)한 일이지만 말의 말밑(어원)을 적지 않고 있는 것은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다. 특히 ‘개쓴플’은 ‘쓴풀’보다 덜 쓰다고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그런 말도 없다. 더구나 ‘에델바이스’ 같은 외래 식물은 그 어원을 밝히면서 일본말에서 유래한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도 이상하다.

 

   
▲ 이누노센부리(개쓴풀) / 사진 이명호 작가

에델바이스(<독>Edelweiss)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10~20cm이며, 창 모양의 잎은 부드러운 털로 덮여 하얗게 보이는데 별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흰색 꽃이 두상(頭狀) 화서로 핀다. 알프스의 영원한 꽃으로 유명하며 유럽과 남아메리카의 고산 지대가 원산지이다. (Leontopodium alpinum) ”에서 보듯이 “에델바이스”가 독일어에서 왔다고 또렷이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개쓴풀” 같은 일본말 유래의 식물이름은 스리슬쩍 넘어가는 까닭이 무엇인가? 국민에게 말의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국립국어원이 만든 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이다.그러나 이 사전은 그 임무를 망각하고 일본말을 그대로 베껴 놓고 있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가 만든 사전이 이러하다 보니 ‘들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개쓴풀’이 우리 고유의 꽃이름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복수초(福壽草,フクジュソウ)가 그러하고 도둑놈갈고리(盗人の萩, ヌスビトノハギ), 개불알꽃(犬の陰嚢)이 모두 그러하다. 한국의 꽃은 한국인의 눈으로 보고 이름 붙여져야 할 것이며 <표준국어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한 각성이 요구된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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