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원 회원들이 부르는 가곡, 정통의 소리제

2021.04.19 22:21:36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2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 부평구 소재의 <미추홀 정가원>이야기를 하였다. 그곳은 나를 살리는 공간이며, 자기를 찾아가는 길목이라는 의미를 짚어보았다. 정가는 마치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는 <밥>이나 <물>에 비교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음(音)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며,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세상만물에 느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 나의 기분은 상대의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언행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우리의 마음은 수시로 변한다. 내 마음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스스로가 아닌, 또 다른 대상의 영향을 받기에 변화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좋은 상태로 변화하를 바란다면 주위의 좋은 사람들과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그러한 상대를 바라고 원하는 것처럼, 상대도 나와 꼭 같은 대상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좋은 감정을 유지하며 함께 살아갈 대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천 정가원>을 찾는 회원들이나 국악 애호가들이 인간 본연의 선(善)한 감정을 되살리는 공간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박금례 원장은 시조창, 경기지방의 민요, 송서와 율창, 그리고 전통춤까지 폭넓게 섭렵한 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가원 설립 배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경기좌창 출인가(出引歌)를 접하게 됐어요. 가락을 쭉 뻗어나가다가 소리를 잘게 요성(搖聲)을 내고, 때로는 돌리는 전성(轉聲), 가락의 끝에서 변화하는 퇴성(退聲)이나 추성(推聲), 다시 말해 소리를 뻗어나가다가 흘려내리거나 또는 밀어 올리는 다양한 진행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멋스러워 제 취향과 맞는 거예요. 가락뿐이 아니라 노랫말의 구성도 구절구절이 마음에 와닿고요. 단정한 자세로 앉아서 넉넉한 장단 위에 긴 가락을 옮겨가는 여유있는 호흡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어요.

 

 

12좌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묵계월 명창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 민요를 배워야겠다는 열정이 불타오르게 되었어요. 2000년도 초에는, 경기민요의 전수자가 되어 소리꾼으로의 꿈을 키우면서 겁 없이 각종 대회에 출전하여 상도 받았고, <한국 예인 열전>과 같은 무대에도 참가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나만의 기쁨이 아닌, 누구나 함께하는 기쁨 속에 민요와 시조, 한국무용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 경계가 없는 소통의 장으로 정가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함께 이 길을 즐겁게 가고 있어 행복합니다.”

 

그가 말하는 형태의 노래들은 출인가 외에도 유산가(遊山歌), 제비가, 적벽가(赤壁歌), 소춘향가(小春香歌), 집장가(執杖歌), 형장가(刑杖歌), 평양가(平壤歌), 선유가(船遊歌), 십장가(十杖歌), 방물가(房物歌), 월령가(月齡歌-달거리) 등이 있다. 이를 경기지방의 12잡가(雜歌), 또는 12좌창(坐唱)이라 부르는 것이다.

 

시조창과 경기민요, 전통무용, 송서와 율창,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경계를 두지 않고 배운 종목들을 애호가들과 소통해 오고 있는 박 원장은 묵계월 명창에게 직접 경기창을 배웠고, 춤은 현 황해도 무형문화재 화관무(花冠舞)의 예능보유자 김나연 명인에게 배우면서 명인의 권유로 한양대 사회교육원의 원미자 교수, 명지대 김진옥 교수에게도 전통무를 배웠다.

 

이러한 일련의 학습들이 헛되지 않아 그는 2016년에 한양대 미래교육원의 겸임교수가 되었다. 또한 송서와 율창은 유창 명인에게 배워 제1회 이수자가 되었다.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은 여기가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경기민요와 한국무용, 그리고 정가 배우기를 놓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도 국립국악원 이동규 명인에게 가곡과 가사를 배웠고, 인천 시조협회 정용해 명인에게 시조창을 배워 각종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주에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정가의 범주에는 가곡, 가사, 시조, 시창과 같은 장르가 포함되는데, 특히 박 원장이 가곡과 가사를 이동규나 여류 가객 김영기 명인에게 배웠다고 하는 사실은 곧 그의 노래가 국립국악원 정통의 소리제라는 점을 말해 준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동규 명인의 가곡은 그의 부친 이병성의 소리제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이주환 명인의 가락을 이어받은 정통의 가곡이다. 이병성이나 이주환은 곧 1920년대 하규일 사범이 당시 이왕직아악부에서 처음 가곡을 전수할 당시, 수제자들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특히 이병성에게 배움을 청하는 많은 애호가가 몰려들었다는 점은 이미 세상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창 가객 김월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박 원장이 배웠다고 하는 김영기의 가곡이나 가사도 계보가 분명한 김월하의 소리라는 점에서 정통의 노래임을 인정하고도 남는 것이다.

 

이동규(李東圭) 명인은 명실공히 한국 최정상의 가객이다, 그의 부친이 앞에서 소개한 이병성(李炳星) 명인, 조부가 이수경(李壽卿), 증조부가 이원근(李源根), 고조부가 이인식(李寅植)으로 조선시대 아악부의 법통을 이어 온 명가의 후예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의 음악이 인정을 받고 있는데, 정가원의 박금례 원장이 그에게 가곡과 가사를 사사했다는 점은 인천 정가원 회원들이 부르는 정가가 바로 정통의 소리제라는 점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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