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기, 산타령을 불러 대통령상을 거머쥐다

2021.05.31 22:25:14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2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방영기는 춤과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춤은 한영숙, 소리는 이창배 명인을 비롯하여 당대 내로라하는 명창들에게 배웠다는 이야기, 1991년 경기국악제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이후, 1999년 제6회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방영기는 본격적으로 소리 공부를 시작한 지 꼭 30년 만에 그것도 산타령을 불러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거머쥔 것이다. 대한제국 말기 박춘재는 고종 앞에서 산타령을 불러 총애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지만, 방영기는 산타령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일반인들은 소리 공부 30년 만에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나, 속을 아는 사람들은 그 상이 얼마나 힘든 노력의 대가요, 결정인가를 알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상을 걸고 열리는 경서도 소리 대회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서도 민요란 말은 경기소리와 서도소리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다. 중부지방, 곧 서울ㆍ경기ㆍ인천ㆍ충북ㆍ충남의 북부지방, 강원도의 서남부 지방을 포함하는 중부지역의 소리를 흔히 경기소리의 범주로 보고 있고, 서도소리는 황해도와 평안남북도를 포함하는 서도지방의 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역의 개념으로는 이와 같고 그 안에 포함되는 소리의 종류는 다양해서 경기의 <긴잡가>, 경기<휘몰이잡가>, 경기<산타령>, 경기<민요>, 서도<잡가>, 서도<산타령>, 서도<민요>, <배뱅이굿> 등 다양한 장르가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회는 경서도의 긴잡가나 민요가 지정곡처럼 되어있어서 휘모리 잡가나 산타령 전공자들은 입상권에 들기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경기소리의 명창을 선발하는 대회 자체가 극소수여서 매우 제한적이고, 그 위에 세부 전공이 산타령이어서 더더욱 상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재는 대통령상을 주는 대회는 전혀 없다. 다만 일반 종합대회에서 각 분야, 예를 들면 기악분과, 무용분과, 판소리분과, 기타 다른 장르와 종합적으로 경쟁하여 각 분과에서 1위에 오른 수상자들끼리 겨루어 대통령상을 받을 수 있는 대회는 몇 개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인데, 그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판소리의 경우는 어떤가?

 

현재 국악경연대회에 대통령상을 걸고 경쟁하는 판소리 대회는 10여 개가 넘고 있다. 우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주대사습이 있고, 남원의 춘향제가 있으며 광주의 임방울 대회, 목포대회, 보성대회, 구례대회, 공주대회 등이 판소리 경연을 통해 대통령상을 주고 있다. 그 밖에 구미대회, 무안대회, 해남대회, 민속 전통경연대회 등은 분야별 1등 수상자들끼리 대통령상을 걸고 최후의 격돌을 하는데, 이들 대회는 거의 경서도민요 분야를 열어두지 않는 것이다.

 

국악경연대회의 실상이 이러하다면 방영기의 주전공 분야인 <산타령>으로 대통령상을 받는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경기소리라 해도 긴잡가와 산타령의 음악적 분위기는 서로 달라서 그렇게 쉽게 수상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란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국민요경창대회 대통령상 받고 난 뒤, 의미있는 결심을 하고 지금까지 실행에 옮겨 왔는데, 그것이 바로 <소리인생 30년> 결산 무대를 2000년부터 시작해 온 것이다. 수상 이후, 해마다 개인발표회를 열어, 2020년 제21회 공연은 비대면 무관객 공연을 유튜브로 제작하여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특이한 것은 방영기의 개인발표회에는 지역의 어르신들과 불우 청소년들이 특별 초청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도 평소에 나눔을 실천해 온 그의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작년 2020년은 그가 경서도 소리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꼭 50돌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였다. 어린 시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리꾼으로 살아 온 그의 감회가 남달랐으리라!

 

그는 2009년 중요무형문화재 선소리 산타령의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되었고, 한국 국악협회 경기도지회의 수석 부지회장으로 경기도와 국가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특히 경기국악제의 집행위원장, 이무술 집터다지는소리 보존회 회장, 방영기 국악연수원 운영, (사)선소리산타령 성남시 지부장으로 산타령이 어떤 노래인가를 세상에 널리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도 소리 잘하는 교수로 이름이 나 있는데,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의 겸임교수, 그리고 모교인 대구예술대학의 겸임교수로 학생들 지도에도 열심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성남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전통문화와 관련하여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활동해 왔는데, 성남시립예술단의 운영위원, 경기도 문화재단의 이사, 이매역사 건립추진위원장, <판교 널다리 쌍용거줄다리기> 발굴 재현사업, <이무술 집터다지는 소리>를 발굴하여 성남의 대표적인 공연 작품으로 재구성하였던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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