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을 지켜낸 평범한 사람들, 다시 무대 위에 서다

2021.08.16 11:43:09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양경수, 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학교에 다니던 학생.

농사를 짓던 농부.

절에서 참선하던 승려.

시장에서 물건을 팔던 잡화상.

 

독립은, 이처럼 ‘평범한’ 이들의 꿈이었다.

대한독립은, 이들의 열망이 이루어낸 거대한 기적이었다.

 

우리는 독립을 향해 내달렸던 평범한 이들을 쉽게 잊곤 한다.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우는, 혹은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접하는 위인들은 독립운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비범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독립운동사의 빛나는 주연이다.

 

그러나 이런 빛 뒤에는, 역사에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스러져 간 수많은 평범한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는 모두 주인공이었을 이들이, 독립운동사에서는 그 누구도 알아보는 이 없는 초라한 단역으로 아스라이 잊힌 것이다.

 

양경수 작가는 이들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냈다.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등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만화책을 여럿 펴내며 재치 넘치는 그림체로 유명했던 그가 이번에는 ‘웃음기를 싹 빼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카드에 기록된 이들 가운데 100인을 말끔한 모습으로 되살려냈다.

 

이 책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에서는 무대가 끝나고 각자의 배역으로 분했던 배우들이 분장을 말끔히 지우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듯, 서대문형무소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던 이들이 한 명 한 명, 다시 근사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작가는 실제 인물과 자신의 그림을 견줘볼 수 있도록 수감자카드 원본과 그림을 나란히 실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창일 때, 일본은 너무나 강성하고 독립의 희망은 실낱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쩌면 이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독립운동의 길을 택했다. 이들이라고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이들이라고 지켜야 할 소중한 일상이 없었겠는가.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들은 용기를 냈다. 그 용기에 무한한 감사와 찬사를 보내며, 책에 실린 인물 가운데 몇을 소개한다.

 

(p.72-73)

[박의송] 1886년 7월/ 당시 나이 34세

본적: 평안남도 안주군 안주면 칠성리

신분: 상민

직업: 잡화상

죄명: 출판법, 보안법 위반_2년

 

서울에서 독립선언서를 전달받아 극비리에 준비하고 있다가 1919년 2월에 거사하였다. 이때 수백 명의 시위 군중이 집결되어 독립선언서를 배부하며 연설을 하고 시내를 행진하다 체포되어 징역 2년을 받아 복역 중 극심한 고문을 받은 후유증으로 빈사 상태에서 보석되었다가 순국(옥중사 간주)하였다.

 


 

(p.144-145)

[김순호] 1902년 7월 / 당시 나이 19세

본적: 황해도 재령군 재령면 향교리

신분: 평민

직업; 간호부

죄명: 보안법 위반_6월

 

1919년 12월 2일 오후 7시경 서울 훈정동 대묘 앞에서 ‘조선독립만세’라고 쓴 헝겊을 흔들며 20여 명의 군중과 함께 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활동하다 체포되었다.

 

 

 

(p.280-281)

[강달영] 1888년 12월 / 당시 나이 32세

본적: 경상남도 진주부 진주읍 비봉리

죄명: 치안유지법 위반_6년

 

순종의 인산을 기하여 6·10 만세운동을 은밀히 주동적으로 진행하다가 계획이 탄로되어 제2차 조선공산당은 와해되었다. 1926년 7월, 서울 명동에서 아이스크림, 바나나 장사꾼으로 변장하고 다니다가 체포되어 일본 경찰의 가혹한 고문을 수차례 받았고, 고문을 못 이겨 4차례나 자살을 기도했다가 끝내 정신병에 시달리다 사망하였다.

 

 

 

(p.290-291)

[강완주] 1892년 1월 / 당시 나이 24세

본적: 경기도 양주군 진접면 부평리

신분: 평민

직업: 승려

죄명: 출판법, 보안법 위반_8월

 

부평리 봉선사에서 독립만세운동을 계획하고 비밀리에 선언문을 만들어 이것을 민가에 배포하는 등 활동하다가 체포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의 정보와 장별로 수록된 한국 관련 외신기록과 풍부한 사진자료를 보다보면 독립운동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루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이가 독립을 열망했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해방된 조국에서 보았다면 누구보다 근사했을 이들이, 시대를 잘못 타고난 탓에 형무소에 수감되어 처참한 고문을 당해야 했다. 누군가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수감자카드 속 한 장으로만 남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물들이다.

 

이들이 작가의 그림으로 되살아나 무대로 뚜벅뚜벅 걸어 나올 때, 모두 일어나 힘차게 손뼉을 치자. 용기 내줘서 고마웠다고, 당신들 덕분에 해방된 조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마침, 오늘은 8.15 광복절이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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