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

2022.04.12 11:59:18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7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창부타령>의 노랫말은 약 50 여종 이상이 불리고 있으나 대부분은 <창부타령>만을 위하여 지어진 노랫말은 아니고, 판소리 외 여러 장르에 나오는 가사들을 함께 쓰고 있다. 소개하고 있는 노랫말은 이건자 명창이 그가 속한 보존회의 정례발표 무대나, 또는 개인적인 무대, 또는 그의 국악전수원에서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노랫말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한다.

 

때때로 경기민요를 공연하는 무대를 보게 되면, 초심자들의 상당수는 노랫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명창의 발음만을 따라 흉내를 내는 듯, 정확성을 요하는 창자들을 만나게 된다. 비단 <창부타령>뿐 아니라, 모든 성악의 노랫말은 정확한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가사의 발음이나 가사의 의미를 온전히 새기지 못한 채, 부르게 되면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발음이 불분명하여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노래란 시어(詩語)를 음악적으로, 그러나 정확하게 옮기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노랫말 위에 고저(高低)나 장단, 기타 다양한 감정의 표현이나 기교를 넣어 그 노랫말의 의미가 음악적으로 되살아나도록 발음하고 발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창부타령>에 얹어 불리는 노랫말들을 순례하며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번 주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노랫말들을 선정해 보았다.

 

 

아래의 노랫말 4)는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노래이다. 아마도 <창부타령>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가장 많은 애호가가 부르고 있고, 또한 듣게 되는 노랫말이 아닐까 한다.

 

4)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 오목조목 알뜰사랑,

왈칵달칵 싸움사랑, 무월(無月)삼경 깊은 사랑,

공산야월(空山夜月) 달 밝은 데, 이별한 임, 그린 사랑,

이내 간장 다 녹이고, 지긋지긋이 애 탠 사랑,

남의 정만 뺏어 가고, 줄 줄 모르는 얄민 사랑,

이 사랑 저사랑 다 버리고, 아무도 몰래 호젓이 만나,

소곤소곤 은근사랑, 얼씨구 좋다. 내 사랑이지,

사랑, 사랑, 참 사랑아.~

 

위 4)의 노랫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마치고 있으며 곡 전체적으로도 약 20회 정도 ‘사랑’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몇 번 듣다 보면 이 가사는 쉽게 암기가 되기 때문에 <창부타령>의 상징처럼 불리고 있다. 그래서 또한 널리 파급되었다고 하겠다.

 

5) 한 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落花) 진다고 설워마라.

한 번 피었다 지는 줄을 나도 번연히 알건마는,

모진 손으로 꺾어다가 시들기 전에 내버리니,

버림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밟고 가니, 근들 아니 슬플소냐.

생각사록 애닲아라. 숙명적인 운명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 살겠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6) 어지러운 사바세계 의지할 곳 바이 없어,

모든 미련 다 떨치고 산간 벽절 찾아가니,

송죽 바람 슬슬한데, 두견조차 슬피 우네.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야, 너도 울고 나도 울어,

심야(深夜)삼경(三更) 깊은 밤을 같이 울어 새워 볼까.

오호 한평생 허무하구나, 인생 백 년이 꿈이로다.

 

바이 - 전혀, 이를 바위로 해석해서는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벽절 - 벽사(僻寺), 곧 후미진 곳의 절이다.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 서쪽새의 우는 소리.

 

 

7) 기다리다 못하여서 잠이 잠깐 들었더니,

새벽별 찬바람에 풍지(風紙)가 펄렁 날 속였네.

행여나 임이 왔나, 창문 열고 내다보니,

임은 정녕 간 곳 없고, 명월조차 왜 밝았나,

생각 끝에 한숨이요. 한숨 끝에 눈물이라.

마자마자 마쟀더니, 그대 화용만 어른거려,

긴, 긴, 밤만 세웠노라.

 

풍지 - 문풍지의 준말이다.

 

8) *띠리리 ~ ~ ~ 띠리리~ 띠리 리리리 리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간밤 꿈에 기러기 보고, 오늘 아침 오동 위에 까치 앉아,

나를 보고 반기면서 짖었으니, 반가운 편지 올까, 그리던 임이 올까,

기다리고 바랐더니, 일락서산 해는 지고 출문망이 몇 번인가,

언제나 유정(有情)님 만나, 화류(花柳)동산 춘풍리에 이별 없이 살아 볼까.

 

출문망(出門望) - 누구를 기다리기 위해 문밖에 나와 멀리 봄.

화류(花柳)동산 춘풍리(春風里) - 꽃 피고 봄바람 부는 마을

 

9) 하늘같이 높은 사랑, 하해(河海)같이 깊은 사랑,

칠년대한 가문 날에 빗발같이 반긴 사랑,

구년지수 긴 장마에 햇볕같이 반긴 사랑,

당명황의 양귀비요. 이도령의 춘향이라.

일년 삼백 육십일에 하루만 못 봐도 못 살겠네.

 

칠년대한(七年大旱) - 7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아 가문 상태.

구년지수(九年之水) - 9년 동안 비가 내림.

당 명황(唐明皇)의 양귀비요

- 당나라 현종임금이 양귀비를 사랑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10) 창문을 닫쳐도 숨어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이냐, 달빛이 사랑이냐,

텅 비인 내 가슴엔 사랑만 가득 쌓였구나.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이냐.

보일 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 듯 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 고민하는 게, 이것이 모두가 사랑이냐.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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