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쓰려면 토박이말을 써야 한다

2022.10.09 23:05:5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5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주변 사람들을 보면 초ㆍ중ㆍ고 12년 동안 국어를 배우고, 대학국어까지 공부한 사람들 모두 글쓰기는 참 어려워합니다. 그 까닭은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가 그저 입시에 맞춰서 공부했을 뿐 학교에서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까닭입니다. 여기에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모두 잘난 체에 급급한 나머지 어려운 말을 마구 써대기 때문에 일반인들로서는 글쓰기가 두려워진 것입니다.

 

576년 전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그 목표를 어려운 한문이 아닌 글자로 백성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도록 하려 함이었습니다. 곧 글쓰기는 쉽게,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되도록 짧은 글이어야 하지요. 어떤 이는 한 글월(문장)을 5줄이 넘게 이어 쓰는데 그러면 분명히 임자씨(주어)와 풀이씨(술어) 관계가 명확해지지 않으면서 글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글이 됩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말을 붙이지 말아야 합니다. 한 낱말을 빼도 말이 통하면 그 말은 과감히 빼버려야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온 힘을 다해서 뛰었다.”에서 ‘불구하고’는 일본말로 쓸데없는 군더더기입니다. 이 말을 “다쳤는데도 온 힘을 다해서 뛰었다.”라고 쓰면 훨씬 간단하고 그 뜻이 오히려 명쾌해집니다. 또 ‘넓은 광장’, ‘얼굴 표정’, ‘전시 기간 동안’ 같은 말들은 같은 뜻의 말을 겹쳐서 쓴 것입니다. 그저 ‘광장’, ‘표정’, ‘전시 기간’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밖에 쓸데없이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써서 잘난 체할 게 아니라 토박이말을 쓰면 훨씬 쉬운 글이 됩니다. ‘개최하다‘는 ’열다‘, ’소재하다‘은 ’있다‘, ’저감하다‘는 ’줄이다‘, ’아트스페이스‘는 ’전시공간‘,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씽크홀‘은 ’땅꺼짐‘으로 쓰면 훨씬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혹시 어려운 한자말이나 외래어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글쓰기를 못 하는 사람이거나 글을 읽는 사람이 그 글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횡포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요? 576돌 한글날을 맞아 글월 하나, 낱말 하나 쓰는데도 세종의 백성사랑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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