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형태의 글램핑 시설에서 자다

  • 등록 2022.11.22 11:39:23
크게보기

[지구상 마지막 두메 동몽골 초원답사] 3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4일 차 2022년 9월 21일] 이동 거리 378km

 

오랜만에 둥근 돔 형태의 글램핑 시설에 침대, 에어컨, 냉장고, 식탁, 따뜻한 물, 샤워까지 할 수 있는 곳에서 하룻밤을 잤다. 밤새 바람 소리, 파도 소리에 몇 번이나 깼다. 새벽 2시경 밖에 나와 보니 가로등을 켜놓아 별을 볼 수 없다.

 

 

아침에 호숫가를 산책하며 파도에 밀려온 진주조개 50여 개를 호수에 던져 주었다. 주방 아주머니가 메기를 손질하여 가져왔다. 요리할 시간과 재료가 없어 매운탕을 끓일 수 없다. 들기름에 볶아서 고추장을 발라 먹었다. 보이르호에서 메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이번 답사 중 할힌골강에서 낚시 체험을 하려고 간단한 낚시채비를 한국에서 준비해 왔고, 지렁이 미끼를 울란바토르에서 2만 투그릭(한화 약 8,000원)을 주고 사서 왔는데 낚시할 시간이 없다. 실제 팔뚝만 한 메기가 잡힌다고 한다. 내년에 낚시팀을 만들어 와야겠다.

 

캠프장을 출발하여 보이르호를 끼고 유전지대로 가는 포장도로를 찾는데, 키 큰 잘피 종류의 잡초가 1m 정도 자라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온통 같은 풍경이라 포장도로를 찾을 수 없다. 남서쪽으로 초원을 질러가면 도로와 마주치기에 그 방향을 달린다. 미로 같은 비포장 초원길을 이리저리 1시간 정도 달려 포장도로를 찾았다. 이 도로는 보이르호 주변 유전지대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운반하는 도로로 300km 정도 건설되었다고 한다.

 

 

 

아스팔트길 주변에 억세고 질긴 갈대류의 풀이 수백 킬로미터까지 분포되어 동물이 거의 살지 않고 가끔 보인다. 오히려 몽골 가젤이 몸을 숨기기 좋아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달리며 장관을 이룬다. 몽골 가젤은 너무 빨리 달려, 멀리서 보면 황사 먼지를 날리며 도망가서 사진 찍기가 어렵다. 도로를 지나다가 차에 치인 가젤 두 마리를 보았다. 겁 많은 가젤이 허둥지둥 달리다 사고가 난 것 같다.

 

한참을 달려 유전지대에 도착하니 대략 50여 개의 유전에서 펌프로 기름을 뽑아내고 있다. 참으로 부럽고 또 배가 아프다. 몽골에는 석유 정제시설이 없어 중국에서 유전을 개발하는데, 이익은 중국이 챙겨간다고 한다. 그래서 배가 더 아프다…. 유전 개발로 몽골에 사는 여러분들이 잘살았으면 좋겠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유전지대까지만 건설돼 있다. 이후 중국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비포장 초원길 300km를 달려도 사람이 살지 않고 마을이 없다. 거칠고 억센 풀만 0.7~1m 정도 자라 차량으로도 진입하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다. 이 지역은 강이나 호수가 없고, 비가 오면 물이 모이는 저지대가 여러 곳 보이지만 모두 물이 말라버리고 대평원을 이루고 있어 사람이 살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다.

 

 

 

4일 동안 달려 몽골 동부지역을 반원처럼 돌아보니, 대평원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에르덴차강 솜 부근에 오니 동물과 작은 구릉, 조그만 산이 가끔 보인다. (인간은 산을 끼고 물이 흐르는 곳에 모여 사는 것 같다.)

 

에르덴차강 솜 입구에 풍력발전기 한 대가 서 있어 멀리서도 잘 보인다. 마을에 들어가 슈퍼마켓에서 작은 사과 10여 개와 건포도, 물, 과자를 사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실링복드(산) 방면으로 출발하였다. (기름 1리터에 3,110투그릭-한화 1,240원과 2,550투그릭-한화 1,20원으로 두메로 갈수록 기름값이 비싸서 사람이 살기가 더 어렵다)

 

한 시간여 달리니 해가 넘어가 버렸다. 더 어둡기 전에 물이 있는 작은 골짜기에 텐트를 치고 밥을 먹는데 빗소리가 나서,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싸락눈이 내리며 세찬 바람에 텐트를 때려 따다닥…. 소리가 크게 들린다. 텐트 안 온도는 17도이고, 바깥 온도는 9도, 체감 온도는 0도 정도로 쌀쌀하다.

 

텐트 안이 천국이다. 침낭에 들어가 자리에 누우니 전혀 춥지 않다. 22시에 잠자리에 누웠다. 대지에 뿌리는 첫눈이 겨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새벽에 밖에 나와 보니 7도다. 하늘에 수만 개의 별이 구름에 가려 앞을 구분하지 못하는 암흑으로 변했다. (*참, 밥은 어떻게 먹냐고? 압력밥솥으로 직접 지어먹는다. 반찬은 한국에서 가져간다.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아 큰 마을 말고는 식당이 없고, 호쇼르 곧 만두에 양고기를 넣어 기름에 튀긴 것을 가끔 사 먹기도 한다.)

 

 

 

안동립 기자 emap4u@naver.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