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중심의 도로가 사람 중심의 도로로

2023.01.17 11:36:46

한국도로학회, 《도로 이야기》, 박영사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11]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한국도로학회에서 《도로 이야기》라는 책을 냈습니다. 도로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지요. 그러니 한 사람이 다 쓸 수는 없고 도로학회 회원들이 분담하여 썼습니다. 그 가운데는 같은 공군 장교 출신이라 저와 인연을 맺은 손원표 박사도 필진으로 참가하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도 이 책을 보게 되었데,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는 아무래도 제가 역사를 좋아하니 도로의 역사 부분에 눈길이 갑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지요? 로마의 첫 포장도로는 기원전 312년에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에쿠스 지휘하에 만들어졌네요. ‘아피아 가도’라는 말이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 길을 통하여 병력과 물자만 오간 것이 아닙니다. 이 길을 통하여 로마 문명이 전파되고, 로마제국 이후에도 로마 가도를 따라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오늘날 유럽 문명의 정체성이 유지된 것입니다.

 

한편 서양은 거리를 나타낼 때 ‘마일’을 쓰지 않습니까? 이게 로마의 도로에서 유래된 것이네요. 로마에서는 가까운 도시부터의 거리를 표시하기 위하여 로마 성인의 1,000 걸음 (약 1,480m)에 해당하는 지점마다 돌기둥을 세웠는데, 여기서 ‘마일’이라는 거리 단위가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로마는 대략 20km마다 오늘날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맨션을 설치했는데, 이게 오늘날 맨션의 어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이 여행 곧 ‘travel’의 어원이 ‘travail’이라는데, 이게 고생, 그것도 힘든 고생이라는 뜻이네요. 하하!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더니, 그 옛날에는 고생해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여행이었습니다.

 

근세에 유럽 도로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일 것 같습니까? 나폴레옹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짐작하시겠지요? 나폴레옹은 광활한 전선에 신속하게 군수물자와 병력을 이동시키기 위해 단기간에 방대한 도로와 터널, 교량을 건설하면서 유럽 도로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포드, 아이젠하워, 히틀러가 큰 공헌을 했답니다. 히틀러 또한 나폴레옹과 같은 생각으로 고속도로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도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입니다.

 

아이젠하워는 중령 때인 1919년 기계화 부대를 이끌고 미 대륙을 횡단하는 데 62일이나 걸려, 쓸만한 도로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답니다. 그리고 2차대전 때 연합군 사령관으로 독일에 입성했을 때 아우토반을 보고 더욱 그 필요성을 느꼈구요. 그래서 대통령이 되었을 때 고속도로 건설에 힘을 기울여 ‘연방고속도로의 아버지’란 칭호도 얻었답니다. 포드의 경우에는 도로보다는 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때문에 이름이 올랐겠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포드가 히틀러한테 독일 최고의 훈장을 받았습니다. 히틀러는 포드 덕분에 국민차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포드에게 훈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손원표 박사는 2부 3장을 아예 통으로 맡아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좋은 도로>라는 제목으로 6꼭지의 글을 썼습니다. 글에서 손박사는 동물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생태통로, 도로에서 소음을 줄이는 방법, 아름다운 도로 경관 등에 대해 얘기합니다. 이 밖에도 다른 부분에도 필진으로 참여하여 <도로 공간의 공유와 공존>이란 글에서는 보행자 중심의 도로, 인간 중심의 공간을 강조하고, <도로 공간의 조력자, 숨은 서포터스>라는 글에서는 과속방지시설, 고원식 교차로, 띠녹지 등의 안전시설에 관해 설명합니다.

 

1945년 해방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 도로 포장률은 얼마였을 것 같습니까? 불과 0.026%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2021년 말 기준으로 94.8%입니다. 그리고 도로 면적도 전 국토의 3.4%를 차지한다고 하지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도로가 발달하였습니다.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 우리나라의 도로가 세계 으뜸 수준이라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어떤 때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라고 느낄 때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만들 때 좀 시끄럽지 않았습니까? 야당의 반대도 심했구요. 저는 그동안 경부고속도로로 국토의 대동맥을 만드는데, 왜 반대했을까 하며 좀 의아심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니 당시 경부고속도로가 국가 예산의 1/4을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공사였더군요. 지금이야 내가 아직 달려보지 못한 고속도로가 있을 정도로 고속도로가 많아졌지만, 당시만 하여도 가난한 대한민국으로서는 고속도로 하나 만드는 데에도 나라 예산의 1/4을 털어 넣어야 했으니, 반대도 있을 만하였네요.

 

책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우리나라 도로가 급속도로 발전해오면서, 이제는 사람들이 인간을 돌아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곧 그동안 도로가 자동차 중심의 도로였다면, 지금은 사람 중심의 도로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동안은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자동차의 이동성과 접근성만 강조하였는데, 지금은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 문화 등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 동식물 서식지의 파괴 문제, 동물의 이동권 등 자연환경까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요즈음 아내가 눈이 나빠져 아내와 동행할 때 도로 상황을 유심히 보는데, 그러면서 도로가 사람을 생각하는 것으로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합니다.

 

우선 사람이 이동하는 동선상의 도로턱을 모두 없앤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횡단보도 바닥에도 신호등처럼 신호 불빛이 들어오게 하구요. 또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과 노인 보호구역에는 제한시속을 30km로 대폭 낮추었습니다. 버스도 장애인을 위한 저상형 버스가 많이 도입되고, 심지어는 버스정류장 벤치에 난방시설도 설치하였더군요. 그리하여 지금은 아예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이 제정되어, 이를 기준으로 사람 중심의 도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로문화가 바뀌는데 앞장선 이가 손원표 박사입니다. 손 박사님 덕분에 이번에 도로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읽으면서, 도로에 대해 몰랐던 상식을 키울 수 있었고, 또 도로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손 박사님!

 

 

양승국 변호사 yangaram@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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