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할아버지를 뵈러 갔습니다

2023.02.08 11:45:33

학문은 진정한 인간완성을 위한 것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18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퇴계 이황(1501~1570)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자이며 한국인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경상북도 안동 도산땅의 온혜라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뛰어난 학문으로 세상에 나갔다가, 고향인 도산으로 물러나 서당을 짓고 후학들을 가르치시다 일흔 살에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 그분에 대해 배웠고, 우리나라 지폐의 가장 기본이었던 천원 권에 그의 초상이 올라가 있으며, 안동의 도산서원에는 해마다 참배하는 분들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퇴계에 관한 서적과 논문이 수도 없이 많고 방송과 강좌는 끊이지 않는다. 도서관이나 서점에는 많은 책이 있다. 많은 분이 퇴계를 잘 알아야 한다며 퇴계와 성리학에 대해 강의한다.​

 

그런데 정말, 그분은 누구인가? 우리는 왜 그를 우리들의 스승이라고 말하는가? 그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던가? 많은 사람이 배워 알고 있는 ‘주리론’, ‘사단칠정론’, ‘성학십도’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우리는 진정 그를 알고 있는가?

 

 

이런 의문은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퇴계의 후손인 필자가 답을 찾아보았다. 필자는 퇴계 전공이 아니고 방송 기자였다. 20여 권의 저서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그것이었다. 퇴계는 이 시대 우리에게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도산서원을 찾고 그 뿌리인 도산서당에 앉아보고 퇴계가 서당을 만들며 붙인 집과 주위의 이름 하나하나를 따라가 보았다. 도산에서 살면서 남긴 시를 들여다보고 퇴계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는 퇴계가 실제의 삶 속에서 자기 생각과 마음, 깨달음을 어떻게 실천하고 보여주었는지를 탐색하였다.​

 

필자는 진성 이씨다. 퇴계도 진성 이씨다. 곧 한 집안이라는 말이고 퇴계는 우리 할아버지시다. 엄밀히 말하면 종선조, 곧 작은할아버지다. 그렇지만 언론인으로 있으면서도 퇴계가 왜 훌륭한 사람이고 왜 그가 존경받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도산에 들어가신 할아버지를 만나는 탐사여행을 했다. 이 여행 과정에서 알게 된 종선조 할아버지 퇴계의 진정한 마음을 조금 만나보았다.

 

 

​퇴계는 길가의 풀 한 포기나 산속에 있는 옹달샘이나 우물에서도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였으며, 자신이 지향해야 할 값어치를 모색하였다. 그리고 물고기나 솔개를 통해서 자연의 이치를 사색하고 사람이 지녀야 할 본성을 탐구하였다.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일 년 사시를 보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흠뻑 즐기는 가운데 퇴계는 사계절의 변화를 아침저녁으로 보면서 느낀 심회를 시로 남겼다. 그리고는 많은 가르침을 글이나 말로 주셨다. ​

 

퇴계의 속뜻과 속마음이야말로 퇴계를 연구한 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물러나면서도 세상을 바꾼 '역설적인 힘'이었다. 그것은 당신의 뜻과 마음을 후세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서 펼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를 비추는 밝은 빛이자 덕의 훈풍이었다.​

 

필자 나름대로 공부한 결론이 될까? 퇴계의 가르침은 한결같았다. 공부, 곧 학문은 벼슬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완성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 속에 공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말, 그것은 글만 열심히 읽어 그것으로 출세해서 세속적인 욕망에 휩쓸리거나 휘둘리지 않고, 세상을 위해 옳은 방향에서 학문과 지식을 쓰는 것, 그것으로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참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지금과 같이 애써 배운 학문과 지식이 자기 한 몸과 가족, 자기 패거리를 위한 엉뚱한 데 쓰이고 거짓과 변명과 위선이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는, 퇴계의 조용하면서도 확고한 당부의 의미가 더 새로워진다.

 

 

세상이 어지럽다고 한탄한다. 다들 남 탓을 한다. 이런 세상에 퇴계는 여전히 말씀을 해주신다. 그 말씀을 한마디로 빼내는 것은 퇴계에 대한 불경일 것이다.

 

언론인으로서 후손으로서 도산 속에 여전히 살아계신 퇴계를 만나보았다.

 

다른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내가 공부하고 만나 뵌 퇴계를 이렇게 책으로 펴내 보는 것이다. 22권째 나온 필자의 저서다.

 

 

이동식 인문탐험가 ld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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