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호조가 아뢰기를, ‘해조가 노직 당상가선첩 각 2백 장과 추증당상가선실직첩 각 1백 50장을 만들어 보내어서 곡식 얻을 길을 넓히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윤허한다. 이것은 인가? 이 일에는 임진년 이래로 거짓되고 간사한 일이 없지 않았다. 비록 혹 내려보내더라도 상세하게 행회(行會)해서 이런 폐단이 없게 하라.’ 하였다.
위는 광해군일기[중초본] 114권, 광해 9년(1617) 4월 12일 기사로 여기나오는 ‘공명고신(空名告身, 공명첩)’은 나라의 재정이 부족할 때 관직명만 적고 이름은 비워둔 채 발행되는 조선후기 관직을 강매했던 가짜 임명장입니다. 조선시대에 관원에게 품계와 관직을 내릴 때 주는 임명장을 교지(敎旨)라고 합니다. 교지는 관원을 임명할 때뿐만 아니라 임금이 시호(諡號), 토지, 노비 등을 하사할 때도 발급되었는데, 대한제국 때에는 황제가 내려주는 칙명(勅命)이라는 문서가 이를 대신하게 됩니다.
여기 국립고궁박물관에 교지도, 칙명도 아닌 교명(敎命)이란 이상한 문서도 있습니다. 더구나 임명되는 사람 이름은 비워두고, 날짜는 광무 6년 3월 아무개 날(날짜는 기록하지 않음)인 경기전(慶基殿)의 수원참봉(水原參奉)으로 임명하는 가짜 임명장입니다. ‘공명첩(空名帖)’에는 관직의 임명장인 ‘공명고신첩(空名告身帖)’ 말고도 양역(良役)의 면제를 인정하는 ‘공명면역첩(空名免役帖)’, 천인에게 천역을 면제하고 양인이 되는 것을 인정하는 ‘공명면천첩(空名免賤帖)’, 향리에게 향리의 역을 면제해주는 ‘공명면향첩(空名免鄕帖)’ 따위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