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서 새로 만나는 국보ㆍ보물

2024.04.17 11:58:04

중・근세관(고려실・조선실・대한제국실) 상반기 전시품 바꿔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새봄을 맞아 상설전시실 중・근세관(고려실, 조선실, 대한제국실) 전시품 일부를 바꿨다. 국보 3점과 보물 3점을 포함한 전시품 44건 64점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이후 처음으로 소개되는 전시품도 선보인다.

 

고려실에서는 고려사경(高麗寫經) 4점을 집중적으로 전시하여 불교문화 꼭지를 강화하였다. 이 가운데 3점이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으로 <감지은니불공견색신변진언경(紺紙銀泥不空羂索神變眞言經)>과 <감지은니묘법연화경(紺紙銀泥妙法蓮華經)>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감지은니불공견색신변진언경>은 고려 충렬왕(忠烈王, 재위 1274~1308) 때 대장경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사경(寫經) 사업을 왕명으로 추진하였음을 보여준다. 그 근거가 되는 충렬왕의 발원 글귀가 마지막 부분에 쓰여 있다. <감지은니묘법연화경>은 금니(金泥)와 은니(銀泥)로 화려하게 꾸미는 고려사경의 표지 형식을 잘 보여준다. 가운데에 ‘묘법연화경 권제7’이라고 쓴 제목을 배치하고 배경에 보상화문(寶相華紋)과 당초문(唐草紋)을 가득 그려 넣어 꾸미는 방식이다.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에서는 사경을 더 섬세하고 화려하게 장엄하는 방법으로서 변상도(變相圖)의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사경의 변상도는 코끼리를 탄 제석천(帝釋天)이 군사들을 이끌고 아수라(阿修羅)[악신(惡神)]의 군대를 쳐부수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는 공덕이 제석천 군대의 힘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가 담겼다.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으로 2021년 기증 이후 처음 전시된다. 고려 중기를 대표하는 승려 지눌(知訥, 1158~1210)이 올바른 선 수행을 촉구하기 위해 정혜결사(定慧結社)[수선사修禪社]를 시작하면서 쓴 글이다. 1608년(광해군 즉위년) 순천 송광사에서 간행한 중간본重刊本으로 현재 전하는 판본 중 간행 시기가 빠를 뿐 아니라 간행처와 시주자 이름도 확인할 수 있어 자료적 값어치가 크다.

 

조선실에서는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卷)>을 통해 조선의 명나라와의 문화교류 모습을, <국서누선도(國書樓船圖)>를 통해 임진왜란 이후 일본과의 국교 재개 모습을 집중 조명했다.

 

 

 

보물로 지정된 <봉사조선창화시권>은 1450년(세종 32) 조선을 방문한 명나라 사신 예겸(倪謙)과 집현전 학자 정인지, 성삼문, 신숙주가 주고받은 시를 모은 것이다. 집현전 학자들이 직접 쓴 글씨를 볼 수 있으며, 조선과 명나라 지식인 사이에 이루어진 문화교류의 높은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국서누선도>는 조선 왕의 국서(國書)를 가지고 간 통신사(通信使) 일행이 오사카[大阪] 인근에서 도쿠가와[德川] 막부가 제공한 배로 바꾸어 타고 이동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한동안 단절되었던 일본과의 국교가 통신사 파견을 계기로 재개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자료다.

 

이 밖에 국보로 지정된 <초조본(初雕本) 현양성교론(顯揚聖敎論)>과 보물로 지정된 <청구관해방총도(靑丘關海防摠圖)>, <조숭(趙崇) 고신왕지(告身王旨)>도 오랜만에 선보인다.

 

 

 

<초조본현양성교론>은 우리 역사상 첫 목판인쇄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으로 전체가 온전하게 남아 있어 초조대장경의 품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청구관해방총도>는 18세기 후반의 국경지역 전체를 그린 대형 군사지도이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의 군사시설을 자세히 묘사하여 당시의 북방 방어 체계를 엿볼 수 있다. <조숭고신왕지>는 조선 개국 직후 조숭(趙崇)에게 수여한 관리 임명장이다. 조선시대 관리 임명장은 보통 ‘교지(敎旨)’라고 한 것과 달리 이 임명장은 고려 때부터 쓰던 ‘왕지(王旨)’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조선 초기의 관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대한제국실에는 근대식 교과서인 《산술신서》, 《물리학초보》를 포함한 다채로운 근대 문물 관련 전시품이 소개된다. 이번에 교체한 전시품들은 9월 말까지 상설전시실 중근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성훈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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