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시드니 이윤옥 기자] “20세기 건축의 최고봉, 구조 공학과 건축 기술의 성과 면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 이 건축물은 세계적으로 인정할 만한 훌륭한 예술적 기념비자 상징물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바닷가 경관을 잘 살린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이며 세계적 수준의 공연 예술 센터로서의 기능이 뛰어나다. 200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름난 오페라하우스를 눈앞에 둔 시각은 어제 10일(화) 낮 2시 무렵, 친지 방문차 찾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모처럼 ‘오페라하우스 완전 정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페라하우스 나이 65살, 내 나이 65살, 우린 동갑내기 친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페라가 지금처럼 흔한 장르가 아니던 시절, 호주정부는 1959년, 그저 평범한 항만이었던 시드니항에 오페라하우스 건축물의 첫 삽을 떴다.(공모전 현상 발표는 1957년) 이 건축물을 짓기 위해 호주정부는 ‘국제건축공모전’ 형식으로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 그 결과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는 덴마크 출신의 41살인 이외른 오베르그 우촌(‘예른 오베르그 웃손’이라고 한글 표기를 하기도 함, Jørn Oberg Utzon, 1918-2008, 아래 ‘우촌’)에게 돌아갔다.
당시 오페라하우스 설계 공모 조건은 간단했다. “설계상의 한계나 비용 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채 2개의 공연과 2가지 성능을 지닌 건축물일 것”이 당시 조건이었다. 그러나 완공할 때의 규모는 1,547석의 객석과 2,679석의 음악당을 비롯해 여러 개의 극장, 전시관, 도서관 등을 갖춘 명실상부한 종합예술의 전당이 되었다. 당시 현상공모에 응모한 작품은 무려 32개국에서 232점이 출품되었다.
여기서 우촌의 작품이 마지막 당선작에 오르는 과정에 웃지 못할 비화가 있었다. 우촌이 제출한 작품은 1차 선정작에서 떨어진 채 있었는데 당시 심사위원장인 세계적인 건축가 핀란드의 에로 사리넨이 1차 심사 때 비행기가 늦어져 제때 도착하지 못한 채 2차 심사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사리넨은 2차 예심에 올라온 작품을 살피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1차에서 낙선된 작품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우촌의 작품이 눈에 띄어 구사일생으로 당선작이 되었다고 한다. 명장(名匠)은 명장을 알아보는 것일까?
또한 우리가 오페라하우스를 ‘조가비 모습’이라고 평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모양의 탄생은 우촌의 부인이 잘라준 오렌지 조각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오렌지를 잘라 알맹이를 먹고 난 껍질을 이리저리 맞추다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모양이 탄생했다니 젊은 건축가의 상상력이 놀랍기만 하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오페라하우스 모습이 ‘조가비’보다는 ‘오렌지 조각’ 모습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지만 건축물의 외양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으니, 시빗거리는 아닐 듯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설계공모전에 당선한 작품이 실물로 탄생하는 기간은 무려 16년의 세월이 지났다. (첫삽을 뜬 시간부터 따지면 14년이고 설계공모부터 따지면 16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3단계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연구단계 (1단계, 1958~1961), 조가비 형태의 둥근 천장부분(2단계, 1962~1967), 유리벽 및 인테리어(3단계, 1967~1973)의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여기서 우촌은 전반적인 설계 및 연구단계와 조가비 형태의 둥근 천장을 건설하는 것을 감독했다. 이 밖에도 이 건축물 탄생에는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의 건축가 테드 파머(TedFarmer), 라이오넬 토드(LionelTodd), 데이비드 리틀모어(DavidLittlemore), 피터 홀(PeterHall) 등이 직접 관여하여 오페라하우스를 완성했다.
건축물이란 한번 지어놓고 지속적인 관리를 안 하면 곧바로 폐허 단계로 떨어진다. 더구나 전 세계인의 사랑과 이목을 받고있는 오페라하우스임에랴! 호주정부는 오페라하우스 완성 이후에도 1986년~1988년에는 지상 출입로와 앞마당을 추가로 건축하였으며, 1998년~1999년에는 녹음실과 리허설실을 새로 완비하는 등 지금까지 건축물 안팎의 크고 작은 공사를 현재진행형으로 구축하고 있다. 한편 호주정부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재단을 설립하여 건축물 유적의 향후 보존과 발전을 위해 건축가 리처드 존슨(RichardJohnson)을 담당자로 임명하는 등 꾸준한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제 서울을 떠날 때는 두꺼운 겨울외투를 입었는데 호주공항에 도착하니 계절이 여름이라 사람들 옷차림은 한여름 모습이다. 지난주(12월 3일), 21세기 서울에서 맞닥트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머릿속은 온통 걱정스러움뿐이었는데 10시간 비행 끝의 이곳은 완전 딴 세상이다.
평화로운 일상이 깨져버린 서울을 걱정하는 동포들의 시선이 어둡다. 왜 아니겠는가! 고국의 부모형제를 걱정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좋은 소식이 들려와도 시원찮을 판에, 난데없는 황당무계한 비상계엄이라니,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까페에서 군부시대 계엄을 경험한 세대로서 다양한 연령대의 동포들과 고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눴다. 오페라하우스 건너편 하버브릿지 철교 위에 꽂아둔 호주국기와 원주민 국기가 사이좋게 노을 속에 아름답게 펄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