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은사모> 회원들의 ‘판소리사랑’ 이야기를 일부 소개하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친구들과 함께 부르셨던 시조나 판소리 가락이 귓가에 쟁쟁해 소리공부를 시작하게 된 회원, 손자들로부터 자랑스러운 할아버지 상을 기억하게 만들어 준 일이 보람이라는 회원을 소개했었다.
또한 판소리와 친하게 되면서 건강해졌다는 회원이나, 외국에 사는 자녀에게 발표회 영상을 보내 주었더니,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이 고마워 눈물을 흘리더라고 전해주는 회원, 그런가 하면 판소리 공부가 인생의 멋진 선택이었다는 회원도 있었다. 또한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판소리 명창으로 알고 있다며 웃음 짓는 회원도 있는가 하면, 등장인물에 따라 목 쓰는 방법이 다양해 매력적이라는 회원과 익숙하지 않은 사설과 발성이 재미있다는 회원도 있었다.
그리고 녹음 파일을 따라 부르면서 성취감도 생긴다는 회원이나, 고음(高音), 이면(裏面)에 맞는 발성, 강약과 대소(大小)의 구분 등등, 심화과정을 배우는 시간이 더더욱 재미있다는 회원의 이야기도 소개하였다.
이렇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동호인들의 다양한 경험담을 들으며 앞날의 판소리계가 보다 밝고 희망적이라는 판단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되는 것이다. 이들 동호회원들을 열심히 지도하여 발표무대를 가진 바 있는 노은주 명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의 궁극적 목표는 판소리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작업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판소리 속에는 인생의 사랑, 이별, 돈, 희로애락, 이런 것들이 다 담겨 있는, 곧 우리네 삶의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소리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서 자연스럽게 듣고 부르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판소리와 관련한 특별강습회나, 강좌에도 더욱 매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동호인들께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네, 저는 판소리야말로 참 좋은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배우게 되면 나도 모르게 우울증도 사라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지며, 전반적으로 건강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지요. 또한 소리를 통해서 소리 속에 등장하는 인생 이야기를 재음미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해 드리고요, 무엇보다도 소리 내용이 재미가 있어서 평생 반려자와 같은 친구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도 그렇고, 특히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 그 긴 사설을 암기하게 해서 혼자, 또는 여러 명이 함께 부른다는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닌가?
“네, 물론 어려운 일이지요. 판소리 사설은 걸으면서 부를 수도 있고, 마음속으로 부를 수도 있어요. 저의 경우,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져요. 가사를 억지로 외우려 하는 것보다 날마다 쉬지 않고 꾸준히 부르는 것이 참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외워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마시고. 느긋하게 배워야 더 자연스럽고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조언해 드린답니다.”
<춘향가>나 <심청가>중에는 슬픈 대목이 많고, <흥보가>에도 가난타령 등이 있는데, 이러한 대목을 부르면서 객석의 반응을 살펴 본 기억 중에서 인상에 남는 기억이 있다면?
“네 맞아요. 심청가 중, 특히 후반부에 가서 <심 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를 때, 객석의 분위기를 훔쳐보면, 제 소리를 들으시며 우시는 분들도 가끔 보였어요. 심 봉사가 나오는 부분은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눈을 감고 소리를 해서 그 사실을 잘 몰랐지만, 눈을 뜨는 대목에서 딱 떠 보면, 관객 중에는 눈물을 닦고 있는 분들도 보이는 거예요. 그 사실에 저도 감동을 받습니다. 제가 소리꾼으로서 잘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그런 때죠.”

노 명창은 판소리 유 튜브 채널을 진행하고 있다는데, 그 배경이나 목적이 있다면?
코로나 때는 온 국민이 외출도 못 하고 우울해하고 있을 때, 저는 <노은주 판소리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공연도 없고, 모임 자체가 없다 보니, 많은 예술인들은 수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지요. 이때가 판소리를 알려주고 보급하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해서 영상 찍기, 편집하기, 올리기, 등을 했어요. 실력이 늘어 지금은 2~3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그때는 10시간 이상 걸렸어요. 뜻밖에 많은 분들이 제 영상을 보고 배우고 있었고, 특정한 곡도 올려달라는 분이나, 배워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주는 분, 또는 직접 배우러 오는 분, 등이 있었어요.
구독자 0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3,700명 조회수 90만 회가 넘었으니, 뿌듯하지요. 판소리를 비롯한 실기전승은 스승의 소리를 직접 듣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배워야 하는데, 이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별 방법이 없지 않겠어요? 우선 유트브를 통해서라도 전통의 소리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과 동호인들에게 판소리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노 명창의 판소리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와 함께 그에게 배움을 청해, 열심히 연마하고 있는 <은사모> 회원들과 함께 나눈 대화의 시간들은 재미도 있었지만, 더더욱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은 그들의 불같은 열정을 확인하게 된 사실이었다. 은사모의 일원으로 판소리를 배우러 가는 그 시간이 너무나 설레며, 기다려진다는 고백이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보였기 때문이다.
부디, 그들의 열정으로 은사모의 활동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 열정이 바로 판소리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국악의 대중화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