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그가 피워낸 문화의 꽃

  • 등록 2025.04.21 12: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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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거목 호암 이병철》 글ㆍ만화 조준상, 소담출판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영의 신(神)!

호암 이병철은 굴지의 대기업 삼성그룹을 일으키고 길러낸 장본인으로, 한국 경영사는 물론이고 세계 경영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크고, 많고, 강한 것’을 뜻하는 ‘삼(三)’과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난다’라는 뜻의 ‘성(星)’을 합친 ‘삼성’을 창업했을 1938년만 해도, 삼성이 이와 같은 지구촌 대기업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병철은 ‘사업보국’을 기치로 이를 차근차근 이뤄냈다. 설탕과 옷 등의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세우고, 1960년대는 금융과 전자산업을, 19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을 일궈냈다. 그리고 1982년 세운 ‘삼성반도체통신’은 오늘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는 삼성반도체가 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기획으로 조준상이 글을 쓰고 만화를 그려 호암 이병철의 생애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이 책, 《재계의 거목 호암 이병철》은 삼성 창업주의 생애를 짧은 시간에 잘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실패를 겪고 어떻게 재기했는지는 잘 모를 법한 이병철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이병철의 유년기에서 특이한 점은 의령에서 부유한 천석꾼의 4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문산 이홍석이 세운 서당 문산정에서 한학을 배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신학문에 갈증을 느껴 11세 때 진주의 지수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에 편입하게 되었다.

 

신학문 못지않게 한학을 오랜 시간 공부한 것이 그가 훗날 수많은 좌절과 실패에도 마음을 부여잡고 일어설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인생은 사실 26살까지 잘 풀리지 않았다. 몸이 아파 와세다대학교도 중퇴했고 노름에 빠져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기질과 적성을 자각하고, 사업에 인생을 걸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물려주려 마련해 두었던 쌀 300석을 자본금으로 내주었다. 사업조사를 마친 이병철은 1936년 봄, 평소 집안과 교류가 있던 정현용과 박정원을 동업자로 마산에서 두 번째로 큰 정미소인 ‘협동정미소’를 차렸다.

 

이 정미소는 한때 번창하기도 했으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바람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확장했던 사업들까지 모두 청산하고 스산한 마음을 달래려 6달 동안 여행을 떠났던 그는 대구시 수성동에 ‘삼성상회’를 창업하는 것으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이 삼성상회는 훗날 ‘삼성물산’으로 삼성그룹의 모태가 되었다.

 

이병철은 문화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호암의 56살 생일날, 가족회의를 열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뜻을 밝히자,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고, 그리하여 1965년 ‘삼성문화재단’이 설립되었다. 삼성문화재단에서는 ‘삼성장학회’를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좋은 책을 값싸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삼성문화문고’를 간행하기도 하고, 1975년에는 효행상을 제정해 효행자를 시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안목도 남달랐다. 30대부터 미술품 수집에 열중해 1000여 점의 광범위한 소장품을 갖추었고, 국보급만 해도 50여 점이 될 정도였다. 이 수집품을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호암미술관은 호암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 1천2백여 점을 근간으로 용인 가실리의 수려한 자연 속에 들어서 있으며, 2만여 평에 이르는 전통 정원 희원(熙圓)도 갖추고 있어 무척 아름답다.

 

(p.85)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다. 그 예술이란 인간 정서의 고양을 최고, 최선의 것으로 순화하여 표현해 내는 인간의 정신 활동이다. 오랜 세월에 바랜 서화, 도자기, 철물 등에서 옛사람들의 감정을 느끼고, 보다 좋은 것, 보다 아름다운 것을 좇는 인간의 정서를 함께 감지한다. 거기에는 인류의 역사가 있고, 영원의 낭만이 있다. 그것들은 때론 침묵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위로와 용기를, 들떠 있을 때는 자제를 던져 주곤 한다.

, 《호암자전》 가운데서

 

이병철은 사업에 대한 안목이 있었던 만큼 재물을 쓰는 방법에 대한 철학도 남달랐던 것 같다. 유년기에 형성된 유교적 세계관을 통해 위기 속에서도 튼튼하게 삶을 지탱하는 기둥을 갖추었고, ‘노력하는 인간’, ‘근면한 인간’을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여겨 끊임없이 분투했다.

 

삼성 창업주가 아닌, 인간 이병철로 보아도 그의 삶에는 참 배울 점이 많다. 그의 삶을 지탱했던 단단한 가치관, 태도를 보노라면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의 남다름이 느껴진다. 따뜻한 봄날, 호암미술관을 찾아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삶을 관통했던 기업가정신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지원 기자 basicfo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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