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서 보면 세상이 바로 보이겠네요

  • 등록 2025.04.27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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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1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살다가 1년 전에 학교 후문 근처로 이사를 왔다. 큰아들이 작년에 K 교수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였다. K 교수는 통학 시간도 줄이고 전원생활도 즐길 겸 학교 근처 농촌 마을로 이사 왔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으면 20분, 자전거로는 6분, 차로는 3분 거리였다. 시골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제 아내 차지가 되었다. K 교수는 비가 오지 않으면 걸어서 학교에 가고 걸어서 집에 온다. 다른 교수들은 그러한 K 교수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전원생활은 평화롭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내도 전원생활에 만족하였고, 아이들도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였다. 모든 것이 평범하고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과 견주면 단조롭고 약간은 지루하였다. 남자의 삶이 지루해질 때 사건이 발생하는 법이다.

 

그날은 야간 수업이 있는 목요일이었다. 야간 수업이 끝난 후 밤 10시쯤에 K 교수는 자기가 쓴 수필집 앞 간지에 두 줄로 ‘K 사장님에게 저자 드림’이라고 써서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늦은 밤에 차를 몰아 미녀식당으로 향하였다.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예상 밖에 손님들이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니 식사 손님이 아니고 맥주를 마시는 손님이었다. 마침, 미스 K는 저쪽 자리에서 어떤 여자와 앉아 있었다. 미스 K는 K 교수를 알아보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K 교수가 앉은 자리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미스 K가 먼저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은 아니에요.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요.”

“아니 날짜까지 세면서 저를 기다렸나요?”

“일주일이 가기 전에 다시 오실 줄 알았죠.”

“어떻게 알았어요? 남자 마음을 읽는 데는 귀신이네요.”

“귀신은 아니고 눈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그런데 혼자 오셨나요?”

“K 사장님하고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혼자 왔지요. 생맥주 둘 주문할게요.”

“그러시면... 저기 내 친구도 혼자 왔는데 합석하시지요.”

“좋습니다. 그전에 K 사장님에게 선물 하나 드리려고요.”

“뭔데요?”

 

K 교수는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어 미스 K에게 주었다. 미스 K는 봉투에서 책을 꺼내어 제목을 보더니 말했다.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물구나무서서 본다? 그러면 세상이 바로 보이겠네요. 재미있는 제목이네요. 그런데 교수님이 쓰셨어요?”

“예, 작년에 출판한 책인데, 마지막으로 남은 한 권을 드립니다. 심심할 때 읽어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저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꼭 읽어보지요. 그런데, 독후감을 쓰라고는 안 하시겠지요?”

“K 사장님이 학생이 아니니까, 독후감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K 교수는 미스 K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친구라는 여자는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데 유유상종, 끼리끼리 논다고 그녀 역시 미인이었다. 수인사를 하고 몇 마디 말이 오가다 보니 그녀는 K 교수와 같은 마을에 산다고 한다. 자기는 K 사장 대학 후배인데 식당을 낸 후로 자주 온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 산다니 이장님이 누구고, 마을 뒤편에 있는 절에는 비구니 스님이 있고, 지난번에 좁은 길을 가다가 트럭이 논두렁에 빠졌고, 등등 금방 이야기가 쉽게 풀렸다.

 

 

미스 K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손님 시중드느라고 K 교수가 앉은 식탁에는 궁둥이를 붙이지 못했다. 아무려나, 꿩 대신 닭이라고 K 교수는 아닌 밤중에 처음 만난 미녀와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11시쯤 되어 어느 정도 손님들이 가고 미스 K가 겨우 시간을 내어 합석하게 되었다.

 

(계속)

 

 

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muusim22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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