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매지구름

  • 등록 2025.10.24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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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을 맺어 비를 내리는 구름, 매지구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볕이 뜨겁다 못해 따가운 한낮, 문득 바람의 결이 바뀌는가 싶더니 저만치 하늘 한쪽이 거무스름하게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 쨍쨍하던 해가 가려지고 둘레가 어둑해지면서 흙냄새를 실은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곧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리란 것을 알아챕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바로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매지구름'입니다. 

'매지구름'은 곧 비를 쏟아낼 듯한 낌새를 지닌 구름을 가리키는 고운 우리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구름'이나 '비구름'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지만, '매지구름'에는 조금 더 생생한 모습과 쓰임새가 담겨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이라고 풀이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비를 머금은 거무스름한 빛깔의 구름"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두 풀이를 모아보면, '매지구름'은 비를 잔뜩 품고 있어 빛깔이 검거나 거무스름하며, 때로는 조각조각 뭉쳐 있는 구름의 모습을 그립니다. 무엇보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몰고 오는 구름과 아주 가까운 구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지구름'은 왜 '매지구름'일까요?

'구름'은 '구름'인데, '매지'는 무슨 뜻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매지구름'의 똑똑한 말밑(어원)이 또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매'라는 말이 옛날 우리말에서 '장마'를 뜻하는 말로 쓰였고 여기에 '지다'가 붙어 '매(가) 지(는) 구름'이 되었다고 하는 풀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방울이나 땀방울 따위가 생겨나 매달리다.'는 뜻을 가진 '맺다'의 '맺'에 이름씨(명사)를 만들어 주는 '이'를 더한 '맺이'가 소리가 이어나 '매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빗방울을 맺어 비를 내릴 구름'이라는 뜻과도 이어지니까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풀이가 더 그럴듯하신지요?

 

어떤 말이 더 그럴듯하지를 떠나 여름날, 더위를 식혀주고 메마른 땅을 적셔줄 비를 몰고 오는 반가운 구름을 '매지구름'이라 불렀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마음결이 느껴지는 말인 것은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매지구름'은 이럴 때 써보세요

말집(사전)에 실린 보기월처럼 '매지구름'은 갑작스러운 비의 낌새를 알릴 때 가장 잘 어울립니다.

갑자기 매지구름이 일더니 삽시간에 주위가 어두워지고 굵은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표준국어대사전》)

갑자기 매지구름이 몰려오더니 곧바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는 이렇게 써 볼 수 있겠습니다.

아까까지 하늘이 맑았는데, 저쪽 산마루에 매지구름이 잔뜩 끼었네요. 어서 서둘러야겠어요.

하늘에 매지구름이 몰려오는 걸 보니, 우산 챙겨 나가셔야겠어요.

며칠째 볕만 쨍쨍하더니, 드디어 시원한 비를 뿌려 줄 매지구름이 몰려옵니다.

 

어떠신가요? '먹구름'이나 '비구름'이라는 말도 좋지만, '매지구름'이라는 말 속에는 거무스름한 구름의 빛깔과 모습, 그리고 곧 쏟아질 굵은 빗방울의 기운까지 오롯이 담겨 있는 듯하지 않나요?

 

하늘의 낯빛을 읽고 날씨의 바뀜를 알아채는 일은 예나 이제나 우리 살림살이에서 참으로 값집니다. 오늘 알게 된 '매지구름'이라는 네 글자에 담긴 생생한 느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득 검은 구름이 몰려올 때, "아, 매지구름이다!" 하고 반갑게 속삭여보세요. 그 말을 듣는 분에게 오늘 배운 이 예쁜 토박이말의 뜻을 가만히 알려주는 것도 참 멋진 일이 될 것입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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