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는 꽃이 붉어 더욱 좋고, 살구는 누래 보기 좋구나. 더 좋은 것은 고려의
상치로고, 마고의 향기보다 그윽하다.” 위 글은 원 나라 시인 양윤부가 고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상추에 대해 쓴 시입니다.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는
정월대보름 나물 잎에 밥을 싸서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는 쌈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쌈민족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입니다. 잎이 큰 상추, 곰취는 물론 깻잎, 호박잎, 배춧잎, 콩잎, 쑥갓 따위를 쌈 재료로 썼는데 최근엔 케일, 신선초, 겨자잎 같은 서양 채소로도 쌈을 싸먹습니다. 그 쌈문화의 결정판은 바로 아홉 개의 칸으로 나누어진 그릇에 제각각 개성이 다른 음식들 곧 채소류, 고기류, 버섯류, 해산물, 달걀 지단 등을 담아 내는 ‘구절판’입니다. 구절판은 오색과 오미의 어우러짐이 있는 음양오행 철학이 담긴 음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