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자신을 자해할지언정 남에게 구속받지 않겠다며 자신의 눈을 송곳으로
찔러 애꾸가 된 최북이란 조선시대의 화가를 아시나요? 최북의 호는 ‘호생관
(毫生館)’인데 '붓(毫)으로 먹고 사는(生) 사람'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지은 것입니다.
또 ‘칠칠이’라는 자는 이름의 ‘북(北)’ 자를 둘로 나누어 스스로 지은 것이지요.
메추라기를 잘 그려 '최메추라기', 산수화에 뛰어나 '최산수(崔山水)'로도 불렸습니다.
그는 의미 있는 그림을 선물했을 때 반응이 변변치 않으면 두말없이 그림을 찢어
버리고, 의미 없는 그림에 기뻐하는 이가 있으면 도리어 빰을 치며 받은 돈을
돌려준 자신 그림을 정말 사랑한 사람입니다. 그 그림 가운데 ‘풍설야귀인도
(風雪夜歸無人圖)’는 ‘지두화(指頭畵)’ 곧 붓 대신에 손가락이나 손톱에 먹물을
묻혀서 그린 그림으로 그의 손놀림에 불 같은 성격과 광기가 더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