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영조 임금은 천한 무수리 출신인 어머니 신분에 한이 맺혀 어머니가 죽은
뒤 소령원을 지어 장사지내고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어머니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사연과 비슷한 일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일본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헤이안시대(794~1185)의 기초를 다진 50대 간무천황(桓武天皇)을 낳은
백제여인 고야신립(高野新笠) 이야기지요. 간무천황의 아버지는 황족이었지만 일찌감치 왕위계승에는 관심을 끊은 채 술로 지새며 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만난 여인이 백제여인 고야신립이었는데 이 여인은 신분이 낮다 하여 정실이 되지 못했고, 천황의 딸과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그는 후계자 없이 죽은 48대 천황을 이어 무려 62살의 나이로 권좌에 오르는데 바로 코닌천황(光仁天皇)이지요. 하지만, 곧 정실부인과 그 아들을 유배 보내고 대신 사랑하는 여인 고야신립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습니다. 이후 아들은 천황이 되자 어머니를 곧바로 황태부인으로 올렸고 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교토 히라노신사(平野神社)에 모시고 극진히 제사를 지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