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미술품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불교회화와 청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달이 비친 바다 가운데 금강보석(金剛寶石)에 앉아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그림인데 고려시대 불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지난봄 양산 통도사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일본 규슈 가라쓰시의 가가미신사(鏡神社)에 소장 중인 수월관음도가 전시되어 관심을 끌었습니다.이 수월관음도는 세로가 4.19m, 가로가 2.54m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가장 아름다운 고려 불화라고 합니다. 투명한 베일을 걸친 관음보살의 고귀한 자태가 어둠 속에서 마치 달처럼 아름답게 빛나며 현신하는 것 같은 신비한 효과가 있는 데에서 표현기법상의 우수한 경지를 엿볼 수 있는 국보급 문화재라고 하지요. 그런데 ≪고려사≫ 1357년(공민왕 6) 9월 26일의 기록에는 "왜구가 승천부의 흥천사에 침입해 충선왕과 계국대장공주의 초상화를 가지고 갔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가미 신사의 '수월관음도'는 이때 도둑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