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아 미안해!

  • 등록 2016.03.12 10: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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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원영아 / 네 어미가 어린 너를 발가벗겨 / 찬물을 퍼붓고 / 껌껌한 화장실에 스무시간을 / 가두었다니 얼마나 무서웠니? / 네가  / 어두운 골짜기에서  / 절규하며 찾았을 / 그 엄마 아빠는 / 따스한 침대 위에서 / 단잠에 빠졌겠지 아마도 / 그러고 일어나  / 화장실 옆 식탁에서 / 맛있는 아침도 먹었을 거야 / 원영아! / 너무도 착한 원영아! / 어떻게 벌을 주면 좋을까? / 네 의붓엄마와 네 친아비를!

일본 풀꽃 가운데 의붓자식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라는 꽃이 있다. 우리말로는 ‘며느리밑씻개’라고 번역하여 쓰고 있는 꽃이다.

이 꽃을 보면 줄기에 가시가 삐죽삐죽 나와 있는데 만일 이것으로 어린 자식의 밑이라도 닦는 날에는 피투성이가 되고 남음직하다. 얼마나 의붓자식이 미우면 가시 돋친 거친 풀줄기로 밑을 닦는다는 발상을 한 것일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가시 돋친 풀로 밑을 닦는 것은 양호한 일일지도 모른다.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의붓자식 살해’ 사건에 견주면 말이다.

 

   
▲결국 해맑은 영혼 원영이는 계모가 죽여 싸늘한 시신으로 오늘 아침 평택의 한 야산에서 발견 되었다.

최근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의붓자식 살해사건 보도에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보도기사 밑에는 ‘부모도 그렇게 죽여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분노의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리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간 실종처리 되었던 경기도 평택의 일곱 살 ‘원영 군’도 끝내는 계모가 범인으로 밝혀졌다. 오늘 아침 평택의 한 야산에서 흰 천에 덮인 채 경찰의 들것에 실려 나오는 원영 군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면서 ‘계모’ 의 인간 경시 행동에 소름이 끼친다.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목사부부의 중학생 딸 살해 사건이 채 잊히기도 전에 평택의 일곱 살 원영 군 사건이 또 터졌다. 모두 계모가 연루 되었다.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어린 아이들이 계모 손에 넘겨지고 끝내는 이런 끔찍한 사건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이것이 단순한 한 가정의 문제로만 봐서 될 일인가 싶다.

의붓자식을 살해한 일부 가정에서는 생활고에 찌들어서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번에 원영 군의 아버지는 월수 500만원의 수입 있는 가정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더욱 원영 군을 살해한 계모가 밉다는 사람들이 많다.

 

   
▲ 의붓자식이 미워 죽겠다는 일본의 한 여성 글

일본의 경우에도 ‘계모’ 문제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에는 ‘정말 죽이고 싶은 의붓자식’에 대한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 3년차인데 전처소생의 아들에게 애정이 가지 않는다. 내가 낳은 자식이 100%라면 의붓자식에게는 1% 밖에 애정이 안 간다. 그렇다고 학대는 하지 않지만 한 집에 있는 것 조차 싫다.” 일본의 한 계모의 고백이다. 어찌 이것이 일본만의 일일까 싶다.

인간성 상실이니, 인간 말종이니 하는 말로만 계모와 의붓자식 문제를 바라 볼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이참에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운 일곱 살로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원영 군! 명복을 빈다.

 


 

 

이윤옥 기자 59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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