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는 하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2020.06.18 22:06:26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36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모레 일요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째 절기인 ‘하지(夏至)’입니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농촌에서는 하지 무렵 모심기를 서두르는데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었기에 비가 오지 않아서 농사짓기가 어려워지면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지요.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기우제”가 무려 3,122건이나 나올 정도입니다.

 

기우제의 유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산 위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산에서 불을 놓으면 타는 소리가 천둥 치는 소리같이 난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하며, 연기를 통해 천신에게 기원을 전한다고도 합니다. 또 신을 모독하거나 화나게 하여 강압적으로 비를 오게 하기도 합니다. 부정물은 개, 돼지의 피나 똥오줌이 주로 쓰이지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마을 여인네들이 모두 산에 올라가 일제히 오줌을 누면서 비를 빌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짚으로 용의 모양을 만들어 두들기거나 끌고 다니면서 비구름을 토하라고 강압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비가 내리는 것과 같이 물이 떨어지도록 하는 유감주술로 부녀자들이 우물에서 키에 물을 붓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듯 물이 떨어지도록 하거나 아들을 못 낳는 여자들이 키에 강물을 담아 새어 나오는 물을 뽑아 밤에 황토와 체, 솥뚜껑을 우물가로 가지고 가서 고사를 지냅니다. 이때 한 처녀는 부지깽이로 솥뚜껑을 두드리고 한 처녀는 샘물을 바가지로 퍼서 솥뚜껑 위의 체에 물을 부으면서 “쳇님은 비가 오는데 하늘님은 왜 비를 내려 주지 않으시나요.” 하고 주문을 반복하지요.

 

농사는 나라의 뿌리였으므로 가뭄이 들면 임금이 나랏일을 잘못해 내리는 천벌이라 하여 임금 스스로 몸을 정결히 하고 하늘에 제사지냈으며, 식음을 폐하고 거처를 초가에 옮기고, 죄인을 석방하기도 했지요. 이때 백성은 시장을 옮기고, 부채질을 하거나 양산 받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양반도 관(冠)을 쓰지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기우제 지내는 일은 없지만 물은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해줍니다.

 

김영조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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