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선무는 구휼, 급무는 농사법 가르치기

2020.07.30 11:48:04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51]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일의 선무(先務)와 급무(急務)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와 연관 지어 이어 세종 시대의 사회적 환경에 대해 살펴보자.

 

환경이 바뀌며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는 새일상(뉴노멀) 시대에 어떤 일이 더 중하고 어떤 일이 더 급한 일인지 가리어 처리해야 할 것이다. 곧 코로나 시대에 대면 학습이냐 혹은 비대면 온라인 학습이냐, 그리고 생명을 중시하여 집 지키기냐 아니면 가슴이 답답하니 바닷가 여행이냐, 그리고 직접 출근이냐 혹은 재택 온라인 업무냐 등의 선택이 있을 것이다.

 

세종 시대에는 일처리에서 선무와 급무가 있었다.

 

골키퍼 파라독스

 

일처리에 관련해 축구에서의 한 예를 보자. 축구에서 연장전까지도 했는데도 비기는 경우 승부차기를 벌이게 된다. 이때 문지기[키퍼]는 왼쪽이나 오른쪽 한쪽을 골라 미리 넘어지면서 볼을 막는다. 그간의 수많은 경기를 보노라면 키퍼가 골의 방향을 맞추는 경우가 반반이다. 사실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도 볼이 두 팔 범위 안으로 올 확률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왜 키퍼는 한쪽으로 미리 넘어질까. 이는 한쪽으로 넘어지며 볼에 손을 대지 못해도 비난을 받지 않지만 그대로 서 있기만 하다 볼이 옆으로 빠져나가면 노력도 해보지 않고 직무유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때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그러므로 일을 하는 것과 실제 일을 잘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를 골키퍼 패러독스[모순]라 할 것이다. 잘하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어떻게 막아야 할까. 유럽 리그 어느 경기에서 보았듯 상대 키커의 평소의 버릇 곧 키커가 좌우로 차는 통계를 알아 그 방향으로 넘어지며 막는 것이다.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이 311개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키커가 찬 공은 왼쪽, 가운데, 오른쪽으로 정확히 1/3씩 향했다고 한다. 그러나 골키퍼들은 무려 94%나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다이빙했다고 한다. 가장 쉬운 가운데를 포기한 것이다.(참고 : 임비오)

 

다른 하나는 키커의 발동작을 보고 알아내 방향을 정하는 것인데 이는 고도의 감각이 필요한 것으로 맞출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독일 축구대표팀은 1976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체코슬로바키아에 승부차기로 진 이후 중요 대회 승부차기 6연승을 질주할 정도로 승부차기의 절대 강자다. 축구 분석 솔루션인 'SAP 스포츠 원'을 도입한 독일 대표팀은 유로2016에 대비하기 위해 승부차기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페널티 인사이트' 기능을 활용했다.

 

페널티 인사이트 기능은 유로2016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의 페널티킥 성향을 분석한다. 독일 대표팀은 이 기능을 활용해 상대 선수들의 습관과 슛 패턴을 파악하고 미리 대책을 세웠다.(스포츠Q, 2016.7.4.) 그러므로 이런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이 오히려 확률적으로도 더 높은 것인데 이렇게 하지 못한다. 일의 효율보다 체면과 비난을 피하려고 일처리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사람이 일하는데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맡은 바 일을 잘해 내며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 둘째는 맡은 일을 무난히 해내는 사람, 셋째는 맡은 바 일을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해서 일을 자주 그르치는 사람이다.

 

문제는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일은 만들어 가며 회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제일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고 한다. 정치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 물가나 부동산을 안정시킨다며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때로 역효과를 내는 경우라 하겠다.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일도 여러 요인에 따라 명분과 실제 사이에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종의 급무와 선무

 

세종이 일을 처리하는 경우는 어떠했을까. 관리들이 맡은 바 일에는 급무(急務)와 선무(先務)가 있었다.

 

백성은 “타고난 천성에 어두워서 항상 각박한 데에 빠졌다.”(《세종실록》14/6/9) 이로부터 백성을 교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민(愚民)은 선천적으로 신분이 천민이어서 자기의 지능을 키워볼 교육의 기회가 없고 자기의 재능을 펴볼 여건이 부족한 상태에 있다. 이들에게 가르침을 통해 곧 훈민(訓民)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 세종 시정의 하나다. 몇 가지 시도가 이루어진다.

 

이두를 통한 최소한의 큰 죄의 법률을 적어 배포하여 모르고 짓는 죄를 미연에 방지한다. 더불어 그림이 들어간 《삼강행실》을 반포하여 바른 도학의 생활로 유도하려 했다.

 

삼강행실 반포 : (《삼강행실》을 인쇄하여 반포하고 가르치도록 하고 그에 대한 교서를 짓게 하다) 내가 생각건대, 하늘이 준 충심[바른 덕과 진심, 降衷] 그리고 떳떳함[의젓함]의 천성은 생민이 똑같이 받은 것이라, 인륜을 도타이 하여 풍속을 이루게 하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선무(先務)이다. (《세종실록》 16/4/27)

 

(참고) : 강충병이(降衷秉彝) 하늘이 준 진심[충심, 衷心]과 떳떳함을 지키는 길.

 

바로 일상의 백성[民]이 인륜을 알고 자각할 줄 알게 되는 생민(生民)이 되어가는 것이다.

 

백성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다. 백성의 고통은 농사지을 토지가 없고, 농사지을 땅이 있어도 때로 비가 오지 않고, 지역에 따라 산출물에 대한 세금부과가 공정하지 못하고, 극심한 가뭄 시에는 춘궁기에 끼니를 이을 방도가 없는 신분층이다.

 

세종의 시정 중에 선무와 급무의 차이는 구휼은 선무(先務)에 놓여 있고 급무(急務)는 농사법 가르치기가 된다. 선무는 직위에 따라 반드시 직무로 행하여야 할 규범 같은 임무이고 급무는 그런 가운데 시간을 다투어 할 일이다. 못 먹어 굶어 죽는 일을 막는 게 급한 일이지만 이건 늘 유의해야 하는 기본 업무이고 농사는 때를 놓치면 한 해를 헛되이 보내게 되어 급무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수령이 직으로 하는 일에는 구휼, 교화 등이 선무(先務)가 된다.

 

생활 풍족 : 교서에 이르기를, 임금은 이르노라.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요, 정치는 백성을 기르는 데에 있으니, 백성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여 나라의 근본을 튼튼히 하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선무다.(《세종실록》12/윤12/9)

 

이렇듯 선무란 백성을 위해 나라가 꼭 해야 할 기본 임무로 볼 수 있다.

천추사(千秋使, 중국 황태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보내던 사신) 박안신이 칙서 2통을 전사(傳寫)하여 가지고 와서 안순ㆍ황보인 등이 의논하기를,

 

(알목하(斡木河)는 본래 우리의 국경 안의 땅으로서, 조종(祖宗)이 대대로 지켜 오던 곳이다.) "이 땅은 중국에는 아무런 관계됨이 없습니다. 어찌 반드시 번거로운 말로 남에게 이야기해야 하겠습니까. 지금 해야 할 급무(急務)는 마땅히 속히 진(鎭)을 옮기고 성벽을 굳게 쌓아서 견고하게 지키는 것이 좋을 뿐입니다." (《세종실록》15/12/13)

 

이렇듯 국경을 지키는 일은 급무다. 또한, 굶는 백성이 없게 하는 일은 현생적인 시정(時政)의 선무(先務)이며 동시에 시간이 지체되면 급무이기도 하다. 휼민의 기본은 구민, 구휼, 진제 등이고 보완적으로 의창과 국고가 있다.

 

 

의창 : 이제 흉년을 만나 민생이 염려되오니, 각 군의 조세를 경창(京倉)에 전납(轉納)하는 것을 제하고는, 곡식으로 거두어 각기 그 고을에 두었다가, 내년의 씨앗으로 예비하게 하고, 그 농사를 그르침이 더욱 심한 주·군(州郡)은... 고사(古事)에 따라 조세를 전부 면제하시기를 청하나이다, 하여 임금이 이에 따르다. (《세종실록》즉위년/10/3)

 

조선 건국이념의 바탕이 된 유가의 성리학은 세종에게서는 실천성리학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즉위교서에 나타난 시인발정(施仁發政)(《세종실록》즉위/8/11) 은 단순히 맹자의 ‘발정시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맹자시대와 조선시대의 시대정치 환경 변화, 사회의식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교철학인 셈이다. 인(仁)을 먼저 실천으로 펼쳐 가면 정치가 이루어진다는 실천 중심과 실천 우선의 철학인 셈이다. 세종시대에는 정치에서 인(仁)이 선무ㆍ급무인 셈이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