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만민공락, 지금도 변하지 않아

2020.08.27 12:05:57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53]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한 나라의 사회와 세계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코로나 19’와 연관 지어 세종의 정신과 비교하여 살펴보자. 인간의 역사는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살다가 자연을 개변시키며 살아오고 있다. 석탄과 기름을 에너지로 쓰기 시작하며 발전소와 공장이 돌고 자동차로 공기는 오염되기 시작한다. 지구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 바닷물고기들의 내장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일본 용선화물선 '와카시오호'가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모리셔스 남동쪽 산호초 바다에서 좌초했다. 사고 이후 약 1천 톤의 원유가 새어 나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모리셔스 바다를 오염시켰다. 그러다가 8월 17일 드디어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아프리카 관광의 나라 모리셔스의 관광 산업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전체 관광객은 2017년 134만여 명으로 우리나라 관광객도 6천 9백여 명이 된다고 한다.

 

지구 위 인간은 75억여 명인데 지구 위에서 기르는 소도 20억여 마리로 그들이 내뿜는 가스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양극의 빙하가 녹고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장마도 많아지고 우리 삶의 환경이 바꾸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 19 같은 전염병도 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오는 천재(天災)인가 아니면 인간이 불러온 인재(人災)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지난 7월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자들은 코로나 19의 원인을 동물 서식지 파괴(벌채)와 야생동물 거래로 규정지었다. 이 두 가지에 관한 규제를 약 10년 동안 실시할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니 코로나로 인한 피해액의 2%에도 못 미쳤다.

 

코로나의 처음 발병은 박쥐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음에 이를 옮기는 동물은 인간이 된다. 2000년대 생긴 유명한 질병은 대부분 동물에게서 왔다. 사스, 에볼라, 신종 플루, 메르스, 코로나 등이다. 여기에 단순히 마스크를 하고 거리두기로 피해 본들 그다음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하나는 자연과의 공생이며 다른 사람과 함께 공공의 정신으로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에게 닥친 환경 대응은 장마 수습과 태풍 대비이지만 다음은 ‘코로나 19’가 가져다주는 삶과 경제의 당면과제가 있다. 논의의 핵심을 보자면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냐 아니면 경제적 활동이 중요하냐이다. 2월부터 각 나라가 이런 선택에서 경제활동과 사회적 삶을 줄이면서 코로나를 잡아보려 했으나 이제 제2, 제3파도를 맞게 되었다. 휴식도 집에서 하지 않고 나가 다니며 하던 생활의 변화를 수정하지 못해 모두 끙끙 앓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정의했듯 인류는 ‘호모 비아트로(Homo Viatro)’, 곧 여행하는 인간이다. 2019년 나라 밖으로 나간 우리 국민은 2,871만여 명이다. 그러나 이제 모이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집콕병에서 갑갑해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온택(간접대면)의삶을 개척해 가야 한다.

 

공생(共生)과 공향(共享) 그리고 공락(共樂)

세종은 일반 백성의 삶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먼저 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생생과 생생지락의 삶을 제시했으며 그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더불어 함께 사는 공향(共享)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공락(共樂)의 삶을 꿈꾸었다.

 

생생과 생생지락

▪‘살기/살이’[生]: 삶에 따른 연관어로는 재생, 소생, 활생, 생기(生氣), 생기(生起) 등이 있다. 실록에 나타나 용어를 통해 고생에서 갱생에 이르는 구조를 정신과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긍정/부정 차원을 기준으로 분류해 보면 마지막 갱생의 길이 ‘생생화’이다. 미생(未生)이 공향[共享/共生]에 이르는 길이 ‘생생의 길’이 되겠다.

 

▪생생지락 : 생생과 관련한 실록의 기록을 보면 세종은 생생화의 임금이다. ‘생생’을 비롯하여 생생 연관어에서도 《세종실록》에는 다수 등장한다. 생생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서민이 생민으로 가는 길이다.

《조선실록》 가운데 ‘생민지정(生民之政)’은 2건 있는데 세종 조에 충청감사 정인지(鄭麟趾)가 흉년 구제의 방책을 올린 중에 나온다.

 

▪신은 생각하기를, 인민을 위한 정치는 음식물과 재물 두 가지뿐입니다. (세종 18/7/21)

 

생생화의 마지막 목표인 ‘생생지락(生生之樂)’을 다시 보면 《조선실록》 원문 모두 16건 가운데 세종 8건이다. 세종은‘ 생생지락’을 실현하려 했던 임금이다.

 

공향과 공락

세종은 개인의 풍요한 삶에 이어 이보다는 더불어 사는 공향의 삶을 추구한다. 실록에는 함께 사는 삶으로 공생과 공향이 있다,

 

▪ 공생(共生) : ‘공생’은 ‘共生一天下’(《단종실록》 1/10/15)가 있다. ‘함께 한 하늘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 공형(共亨) : 유사한 의미로 공형(共亨)이 있다. ‘공형’은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3건(세조, 성종, 영조 각 1건) 뿐이다 ‘함께 누리다’의 뜻이다.

 

공향(共享)

정치의 주체는 백성이다. 정치 결정은 사대부 관리가 하지만 그 시행 대상은 백성이다. 바로 이렇듯 대상을 향해 정책 결정을 하는 경우 이것이 바로 공공정치다. 바로 대상을 함께 넣어 만드는 시정(時政), 이것이 공공정치의 시발이고 끝이다. 시정이 백성에게 미치느냐 사대부에게 미치느냐에 따라 공공성의 여부가 결정된다. 정치가 백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면 곧 공공성 지수가 바로 좋은 정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백성과 함께 한다[與民公共]’는 정치가 그 시대 현실을 담고 있으면 여실공공(與實公共) 정치가 된다.(조성환, ‘세종의 공공 정치’, 《세종리더십의 핵심 가치》, 한국학중앙연구원, 2014) 공향은 유형무형의 자산을 모든 백성과 함께 나눈다는 정신이다. 함께, 더불어, 껴 누리는 일이다.

 

▪공향희호지락 共享熙皞之樂 태평시대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세종실록》 26/윤7/ 25)

(주) : 熙皞 빛날 희, 밝을 호.

 

공향은 ‘더불어 함께 껴서 하는 일’이란 뜻이다. 공유, 공생의 뜻이지만 함께 나누는 것 이상의 정신적 공감, 공유, 배려의 정신을 스스로 인식하는 의식을 포함하여야 한다.

 

공락(共樂)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쁨은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이 들고 즐거움은 집단의 기쁨이거나, 자주 혹은 오래 이어지는 지속적인 기쁨의 느낌이 있다.

 

사람이 삶의 목표로 생생지락과 락생을 꿈꾼다면 그 마지막 소망은 이웃과 ‘함께 누리는 즐거움’의 공락 세계다. 세종은 이 공락의 세계를 강조했다. ‘공락’ 기사는 《조선왕조실록》 전체 원문 14건 가운데 《세종실록》에서 6건이다. 세종은 조선 임금 가운데 공락에 대한 이상(理想)을 그린 임금이다.

 

‘공락’의 상황을 설명하는 기사가 있다. 공락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與衆共樂)’으로 유관이 3월 3일과 9월 9일을 명절로 정한 뒤 즐겁게 놀게 할 것을 상소하고 세종이 이에 답한다.

 

▪만민공락 : 고려(高麗)에서는 당나라의 법을 본받아 3월 3일, 9월 9일을 명절로 정하고 문무 대소 관원들과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음대로 즐기게 하였습니다. 3월 3일은 벌판에서 노니는데 이를 답청(踏靑)이라고 하고, 9월 9일은 산봉우리에 올랐는데 이를 등고(登高)라고 하였습니다. ‘이제는 오곡(五穀)이 모두 풍년이고 온 백성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태평성세(太平盛世)의 모습은 당나라나 송나라보다 뛰어납니다.’(《세종실록》11/8/24)

 

 

한 사람의 즐거움은 서로 나누어야 한다. 이것이 즐거움의 공향이다. 세종은 이런 공향의 정신으로 ‘락을 함께 누리려’[공락] 했던 공락을 지향한 임금이다. 공락은 ‘오곡(五穀)이 모두 풍년이고 온 백성이 함께 즐거워하는 태평성세의 모습’이다. 그 가운데는 80살 이상의 노인과 함께 그리고 동창 등 북방의 이민족인 여진족과의 공생도 포용한다.

 

공락에는 노인공락(老人共樂) (《세종실록》18/5/26), 여인리공락(與人吏共樂)_ 관리들과 향락하고 있으므로(《세종실록》5/5/28), 만민공락_ 변방에서는 전쟁하는 소리가 끊어지고 백성들은 피난 다닐 노고가 없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오곡(五穀)이 모두 풍년이고 온 백성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세종실록》11/8/24) 등이 있다.

 

모든 백성이 풍년이 들어 들판에서 뛰놀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 이것이 만민공락인데 코로나를 극복하고 자기 업에 충실하다가 휴일을 맞아 산천을 여유 있게 나다니며 함께 즐거워하는 것을 기다리는 오늘의 모습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만민공락이 옛말 그대로 오늘날에도 만인의 즐거움으로 이어지기를 기다려 본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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