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시 복원해야 할 시간을 만들자

2020.09.10 11:21:28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 함께 걷기 54]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일상의 회복과 자연과의 만남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지금 한 나라의 사회와 세계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 ‘코로나 19’와 연관 지어 세종 시절과 견주어 살펴보자.

 

지난 2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는 한마디로 일상의 일탈로 평범하게 지내던 일상의 반란이라 칭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상의 마비’인 셈이다. 일상의 마비란 무엇인가. 줄여서 말하면 첫째는 자연과의 통로가 막힘이요 둘째는 일상생활의 파괴다. 먼저 자연과의 괴리를 보자.

 

인간의 발전이라 하는 것은 자연을 개척하며 이루어 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퓰리처상 수상작, 문학사상, 2013)를 보면 남미를 침공할 때 원주민 8만여 명 가운데 말과 총에 8천여 명이 죽고 나머지 95%의 사람들은 유럽사람들이 가지고 온 홍역, 천연두, 장티푸스에 감염되어 죽었다고 한다.

 

지금도 국지전과 세균에 의해 인간의 일상이 뒤틀리고 있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이 많다.

 

인간 생활에 대한 명제로 첫째는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는 매일 길에 나서야 한다. 예전에 길은 아무나 다닐 수 있고 돈을 내지 않았다. 무료였다. 지금은 돈을 내고 다니는 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차로 가노라면 돈을 내는 만큼 빠르고 휘발유도 절약될 수 있기는 하다.

 

물도 우물을 파서 먹는 데서 수도가 있어도 마시는 물은 별도로 돈을 내서 사 먹는다. 무료이던 물도 돈이 든다. 물도 커피나 차 등 음료로 바뀌어 간다. 시원한 바람을 쏘이고 싶으면 오르던 뒷동산 바람도 이제는 아파트로 차 있고 시원한 바람을 맛보고 싶으면 산 위나 바닷가로 가보아야 한다. 길도, 물도, 공기나 바람도 모두의 자산이던 것이 인제 와서는 점차 돈을 내야 하는 자산으로 바뀌어 있는 데다 그나마 코로나로 대가를 지급하고서라도 즐길 수 없게 막혀 있다. 일상의 붕괴인 셈이다.

 

둘째는 일상의 파괴다. 앞의 자연과 만남과 비슷한데 자연이 휴식공간이라면 일상은 일의 공간이다. 매일의 생활반경이 먼거리에서 근거리 그도 집안이나 아파트 마당 안 등으로 축소되어 있다. 다음은 사람과 함께 하는 생활인 사람과의 소통을 막고 있다. 만남이 없으면 그다음인 이야기와 휴식, 대화의 즐거움도 다 막히게 된다. 그다음으로 자연 즐기기에서와같이 길 떠나고 자연을 상대로 한 자기 삶의 충전이 막히는 일이다. 막힌 일상을 생각하며 모든 생활 여건이 미흡했던 중세 세종시대에는 어떻게 극복하려 했는가 살펴보는 것도 참고가 될 듯싶다.

 

세종시대의 일상 : 먹기, 만나기, 어울리기

세종 시대에도 먹고 사는 일, 사람과의 교류 그리고 자연과 어울리기를 값진 목표로 여기고자한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몇 예를 보자.

 

먹고살기

세종은 ‘먹는 게 하늘이다’고 생각하고 이를 농정에 옮겨 개간과 농사개혁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식위민천(食爲民天) : 밥은 백성의 하늘이니 농사는 늦출 수 없는 것이다. (《세종실록》 29/4/15)

 

사람과 만나기

▪이어에 상왕이 잔치 베풀어 : 임금이 창덕궁으로 이어(移御)하였으므로 상왕이 신량정(新涼亭)에서 잔치를 베풀었는데, 효령 대군 이보(李 )와 영돈녕 유정현ㆍ좌의정 박은ㆍ우의정 이원 및 육조의 판서와 6대언(代言)이 잔치에 참여하였다. 상왕이 매우 즐거워하여 일어나 춤을 추니, 여러 신하도 또한 모두 일어나 춤을 추었고, 밤이 깊어 여러 신하가 나간 뒤에도 상왕은 대언들을 남게 하여 서로 마주 춤을 추며 말하기를, "내가 내전에 들어가고자 하나, 정비(靜妃)가 슬퍼함이 지나쳐 병이 되었으니, 내가 경들과 더불어 잠시라도 슬픔을 잊고자 하노라." 하고, 또 하연의 손을 잡고 말하기를, "경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주상을 아끼는 것이다." 하고, 어의(御衣) 한 벌을 하사하였다. (《세종실록》즉위/9/16)

 

상왕이 춤을 추는 즐겁게 지냈다.

 

자연과 어울리기

자연과 더불어 만나기에서는 상왕이 노상왕을 초청하여 동교에서 사냥을 하며 임금이 장전에서 잔치를 베푼 일이 있다.

▪극환(極歡) : 상왕은 노상왕을 초청하여, 동쪽 교외에서 매사냥을 하는데, 임금도 따라가서 장전(帳殿)에서 잔치를 베풀고 실컷 즐기다가 파하였다. (《세종실록》 1/3/3)

 

세종 시대 태종이 정종을 초대하여 동교에서 사냥을 즐기고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종도 함께 자리했을 것이다. 사람이 자연과 벗하고 다시 사람들과 교유하는, 여기서는 왕실의 화목함을 보이는 평화로운 장면이 연출 되고 있다.

 

세종 11년 무렵에는 일찍이 일반 백성에게도 기쁜 날이 오고 있었다.

 

▪만민공락(萬民共樂) : ( 유관이 3월 3일과 9월 9일을 명절로 정한 후 즐겁게 놀게 할 것을 상소하다) 변방에서는 전쟁하는 소리가 끊어지고 백성들은 피난 다닐 노고가 없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이제는 오곡(五穀)이 모두 풍년이고 온 백성이 함께 즐거워합니다. 태평성세(太平盛世)의 모습은 당나라나 송나라보다 뛰어납니다. 노신(老臣)이 한가하게 살면서 옛일을 상고하고 지금 일을 생각하여 가만히 말합니다. 오늘이야말로 선비는 학교에서 노래하고 농부는 들에서 노래하여 태평을 즐겨 하기에 알맞을 때입니다." 하였다. 3월 3일과 9월 9일은 명절로 하고, 여러 대소 관원들과 서울과 시골의 선비와 백성들이 각각 그날에는 경치 좋은 곳을 선택하여 즐겁게 놀게 하여 태평한 기운을 보이도록 윤허(允許)하였다. 《세종실록》(11/8/24)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먹고사는 일과 자연에서 위로받는 길이 막히고 있는 이중 고통 속에 있다. 지금은 머리를 쓰다듬기 이전에 마음을 쓰다듬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세종 시대에도 가뭄이며 장마 탓에 흉년이 들고, 돌림병이 돌았지만 이를 성심으로 극복했다. 지금의 우리도 일상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우리가 꿈꾸고 다시 복원해야 할 시간들을 만들며 기다려 본다.

 

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kokim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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