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국악을 배우면 학교 문화가 바뀐다

2022.01.25 12:02:04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5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7회 벽파전국 국악제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최은서 교사와의 대담내용을 일부 소개하였다. 현재 서울《한성여자중학교》에서 과학을 지도하고 있는 현직 교사로, 20여 년 전부터 풍물굿, 사물, 판소리, 경기민요, 서도민요 등을 틈틈이 배워 왔으며 현재는 이건자, 김경배, 유지숙, 조영숙, 명창 등에게 소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서도지방의 긴소리, 초한가 ‘楚漢歌’를 불러 벽파 제전의 대상에 올랐는데, 서도지방이란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의 소리는 수심가조로 엮어진 소리가 대부분이다.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서도소리의 범주에도 여러 종류의 노래가 있다. 대표적인 장르로는 앉아서 긴 호흡으로 부르는 좌창(坐唱)과 시창이 있고, 여러 명이 서서 부르는 선소리 곧 입창(立唱)이 있는가 하면, 각 지방의 특징을 살리고 있는 다양한 통속민요, 그리고 이은관을 떠올리는 소리극 형태의 ‘배뱅이굿’ 등도 있다.

 

 

이 가운데 좌창의 대표적인 소리가 ‘초한가’, ‘공명가’, ‘배따라기’, ‘영변가’. ‘제전’ 등인데, 특히 초한가는 과거 서도지방에서는 누구나 쉽게 불렀던 노래였다고 한다. 초한가의 노랫말 내용은 삼국지 가운데 유비와 항우의 싸움 이야기가 중심인데, 패하게 된 항우의 군졸들이 부모 처자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가사의 음절은 4글자씩 규칙적으로 짜여 있는 부분이 중심을 이루나, 장단 구성은 2박, 3박, 4박 등으로 불규칙해서 노래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장단을 제대로 칠 수 없는 노래이기도 하다. 높게 지르는 호쾌한 선율로 시작되는데, 노래가사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다.

 

“만고영웅 호걸들아 초한승부 들어보소. 절인지용 부질없고 순민심이 으뜸이라.

한패공의 백만대병 구리산하 십면 매복, 대진을 둘러치고 초패왕을 잡으랼제,

천하병마 도원수는 표모걸식 한신이라. 장대에 높이앉아 천병만마 호령헐 제,

오강은 일천리요, 팽성은 오백리라.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이라.”

(아래 줄임)

 

언제 들어도 서도 지역의 멋스러운 가락과 졸름목, 곧 치켜 떠는 요성(搖聲)의 시김새가 일품이어서 흥얼거리게 되는 대표적인 서도창이 바로 ‘초한가’라는 좌창이다. 이 소리를 멋지게 표현해서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은 최은서 교사와의 대담을 지난주에 이어 주에도 이어가 보기로 한다.

 

 

서; 서도의 여러 장르 가운데 최 교사의 주전공 분야는?

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10년 이상 배뱅이굿을 공부하여 5년 전에 이수했습니다. 2017년 김경배 선생님 제자로는 첫 번째 ‘배뱅이굿’ 이수자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2020년에는 개인 완창발표회도 가졌습니다. 만석중놀이 기법을 도입해서 그림자극으로 꾸민 ‘배뱅이굿’을 발표했지요.

 

서; 국악을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최; 어려서 흑백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던 마당극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서도소리의 이은관 명창, 경기소리의 최창남 명창, 판소리의 조상현 명창의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집에 큰 전축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대감놀이를 즐겨 듣고 흉내 내시곤 하셨습니다. 친지들과 함께 창부타령을 돌아가며 부르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도 노래자랑에 나가 상을 받을 정도로 경기민요를 잘 부르십니다. 중학교 다닐 때, 집에 있던 품바타령 카세트테이프를 외우도록 듣고 반 아이들 앞에서 부르곤 했지요. 각설이 타령은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

 

서; 배뱅이굿을 좋아하게 된 배경이 우연은 아니었네요. 그러면 풍물굿과 사물놀이는 언제부터?”

최: 네, 대학생 때 풍물을 처음 접하다가 교사가 된 뒤 학교에 풍물 동아리를 만들면서부터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방학이면 10~15일 정도 교사 풍물연수나 사물놀이 공부를 했고, 풍물굿은 이영상 선생, 사물놀이와 장단은 유인상 선생께 10년 정도 공부했지요. 꽹과리, 장구, 북, 북춤, 소고춤, 상모, 등 너무 배울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것도 많아 정신없이 연습했어요. 방학 때는 1주일 학생들 지도하고, 2주 정도는 배우러 가고, 다시 학생들과 연습하고 나면 개학이 되었으니까요.

 

 

서; 아주 열심히 연습했네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한 국악 교육활동이 필요하고, 또한 중요한데, 이 점에 대한 평소의 느낀 점이나 의견이 있다면?

최; 풍물반을 지도하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에 적합한 풍물교육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전국교사풍물모임>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마다 교사들이 풍물패를 만들고, 그곳에서 서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나누고 방학 때면 전국에서 함께 모여 이런 성과물을 공유하고 새롭게 배우는 활동 등을 하였습니다.

현재는 제가 회장을 맡고 있는데, 초창기에 견줘 교사들의 관심이 매우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바로가기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아르떼)에서 국악강사를 파견하게 되면서 교사들이 배우지 않고도 가르칠 손쉬운 길이 열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고, 또 다른 원인으로는 10여 년 전 <굿>이 들어간 청소년 행사에 지원이 사라지게 된 이유도 들 수 있습니다. 서울학생동아리 한마당이 사라지면서 학생동아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국 교사풍물모임이 <작은 소리학교>라는 단체와 손을 잡고 10회 정도 청소년 마을굿이라는 행사를 서울숲에서 가질 때, 1,000명의 학생풍물패가 풍물을 치고, 강강술래 놀이를 하며 풍등을 날리던 기억은 저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저는 교사가 국악을 배우고 알아야 학교문화가 바뀐다는 소신이 있습니다. 교사들이 국악연수를 받으면 학교현장에 국악동아리가 생기게 되고, 학교의 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오는 것은 물론 학생들도 재미있게 생활하며 우리음악을 많이 사랑하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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