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576돌을 맞아 안타까움을 호소함

2022.10.06 13:17:39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753]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며칠 뒤면 576돌을 맞는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이때만 되면 반짝하는 행사들이 여기저기서 열립니다. 그러나 이때만 반짝할 뿐 진정 한글을 사랑하는 모습은 잘 보이질 않습니다. 한글날을 그저 넘길 수 없다는 듯한 마지못한 행사들 뿐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정말 종요로운 일은 우리말과 한글을 진정 자랑하는 일입니다.

 

 

세종이 579년 전에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 가장 종요롭게 생각한 것은 ‘백성 사랑’이었습니다. 한문에 능통한 절대군주였던 세종이 자기의 권위는 내려놓고 백성과 소통하려 한 것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와 있는 창제의 목적에는 분명히 한자를 몰라 억울한 일이 생겨도 호소하지 못하는 백성이 쉽게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 28자를 만들었는데 이는 세상 어떤 글자보다 많은 11,172자를 만들 수 있어 그 어떤 나라 말이나 소리나 표현할 수 있는 위대한 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세종보다도 한문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지식인들이 온통 어려운 한자말을 섞어 쓰며 잘난 체하고 외국어를 써야만 지식인인 체 마구 영어를 씁니다. 예를 들면 ‘예술가’ 대신 ‘아티스트’, ‘전시장’을 쓰지 않고 ‘갤러리’라고 씁니다. 이제 ‘꾸러미’란 좋은 말을 놔두고 ‘세트’가 일반화됐습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은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한 음식점 방명록인 《금서집》에 “한글이 목숨”이라고 쓰고 우리말을 목숨처럼 아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말은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있습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을 지냈고, 우리말대학원장이셨던 고 김수업 선생님은 “사람치고 저를 낳아 길러주던 어버이가 난데없이 이웃집 아이를 데려다 금이야 옥이야 사랑을 쏟으면서 친자식을 못난이라며 버린다면 그보다 더 불쌍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의 신세가 어버이에게 버림받은 아이와 같다.”라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한글날 576돌을 맞으면서 정말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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