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가지지 않고 까마귀 바라보기

2023.01.11 11:46:11

[정운복의 아침시평 14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짐승이 까마귀와 고양이입니다.

옛날에 토끼와 꿩이 많았던 것하고는 대조적이지요.

 

까마귀는 생김새와 울음소리, 식성 때문에 길조보다는 흉조로 알려진 새입니다.

그건 아마도 전쟁이 쓸고 간 계곡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드는 새가 까마귀이기 때문으로 추측합니다.

그리하여 전염병이 돌 때 까마귀가 울면 병이 널리 퍼진다고 하였고

길 떠날 때 까마귀가 울면 재수가 없다고 했지요.

또한, 귀에 매우 거슬리는 말을 할 때 ‘염병에 까마귀 소리를 듣지’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까마귀는 검습니다.

검은 것은 지저분하고 더럽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어머니는 어쩌다가 씻지 않은 날이면

'까마귀가 아저씨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세종 때 이직이라는 사람은 '까마귀 검다 하고'란 시조를 씁니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쏘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이는 체면문화로 겉치레하는 양반들을 꼬집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까마귀의 깃털은 그냥 까만 게 아니라

보라색과 녹색이 섞인 검은색을 띠고 있고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새 사운데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까마귀 고기 먹었냐?" 같은 말을 하지만

실제로 까마귀는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훈련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7살 아이 정도고

사회성이 매우 발달한 동물로 고유의 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한 수만 개의 씨앗을 숨긴 위치를 기억했다가 몇 달 동안 꺼내먹는다고 하니

상당히 영리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는 다리 셋 달린 까마귀 곧 ‘삼족오’를 태양의 상징이라며 숭배하기도 했고

유가에서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하여 효(孝)의 상징으로 삼기도 했지요.

하지만 까마귀는 효도하는 새가 아니고 부모를 먹여 살리지도 않습니다.

잘못된 상식이지요.

 

어찌 되었거나 어떤 대상을 편견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편견과 편향을 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도 그러하지요.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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