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노래하는 '나물 캐기'

2023.04.12 10:59:26

[정운복의 아침시평 15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산이나 들에 가면 볼 수 있는 식물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이 그것이지요.

봄입니다.

양지바른 비탈에 푸석푸석한 마른 풀들 사이로 파란 새순이 얼굴을 내밉니다.

검불을 걷어보면 언제 이리 컸나 싶은 정도로 기운차게 자란

나물의 민낯을 볼 수 있지요.

 

봄은 생명을 노래합니다.

누릇한 대지에 하루가 멀다고 온갖 푸른 것들이 다투어 피어납니다.

아지랑이 얼른거리는 대지로 봄나물을 캐려고

산으로 들로 나가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봄을 맞아 자라는 나물이 더없이 반가운 존재였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느 나라보다 잘 사는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었으니

나물은 더 이상 먹을 게 없어 채취하는 구황식물이 아닙니다.

어쩌면 추억에 깃든 맛과 향기, 그리고 대지에서 얻어지는 건강의 문화 때문에

나물 캐러 나서는 것이지요.

 

 

돌돌돌 흐르는 계곡에 돌단풍꽃이 지고

냉이꽃이 피어 뿌리에 심이 생기면

온갖 봄나물이 일제히 산과 들을 뒤덮기 시작합니다.

 

홀 잎, 다래 순, 두릅, 돌나물, 산미나리, 원추리, 잔대, 취나물, 으아리….

봄에 먹을 수 있는 나물은 이름을 헤아리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나물을 좋아하고 즐겨하는 까닭은

추억의 쌉쌀함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푸릇한 대지는 온 힘을 다해 모든 걸 내주건만

우리네 인간은 자기 것 챙기느라 도덕도 양심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봄나물을 앞에 놓고 반성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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