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 소리를 한국 민요의 중심으로

2023.04.11 12:32:02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1960년대부터 춘천의 국악회, 국악협회, 국악연구원, 등에서 악(樂), 가(歌), 무(舞)의 강습활동이 펼쳐졌으나, 민요창 분야는 전문 강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교장을 지낸 연구원장이 직접 서울의 안비취 명창을 찾아가 강사 추천을 요청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안 명창은“ 가르치는 것도 공부”라는 말로 이유라를 설득하였다고 한다.

 

춘천과 인연을 맺게 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춘천시립국악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유라 명창은 어떻게 경서도 민요와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이유라의 소리 인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다. 부친의 권유로 무용학원을 다녔고, 춤을 추면서 춤사위의 속 가락에 매료되어 중학생 때에 안비취 명창 문하에 들어가게 된다. 이유라에게 경서도 소리를 지도해 준 안비취 명창은 일제강점기, 경서도소리의 거목으로 이름이 높았던 최정식(1886-1951)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최정식은 「금강산타령」이나, 「풍등가」 등을 작사 작곡하였고, 서도 잡가, 제전(祭奠)을 축소 개편하여 세련되게 변화시켰던 소리꾼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펴낸 1976년도 《문예총감》에는 “최정식이 당시 예기학원(藝妓學院)이었던 조선권번(朝鮮券番)에서 잡가를 가르쳤기 때문에 여류 제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정경파(鄭瓊坡)ㆍ묵계월(墨桂月)ㆍ안비취(安翡翠)ㆍ조백조(趙白鳥)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광복 후에는 함화진(咸和鎭)과 함께 대한국악원을 중심으로 활약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안비취 명창은 1959년 <한국민속예술단>을 조직해 국악공연을 통한 민요 보급에 앞장을 섰고, 그 뒤 <국악협회> 주최로 전국민요경창대회를 열어 민요의 저변확대에 힘썼다. 1975년도에는 안비취(1926-1997)를 비롯하여 묵계월(1921-2014)과 이은주(1922-2020) 등, 3인이 함께 국가 무형문화재 경기민요의 예능보유자가 되어 많은 제자를 양성해 냈다.

 

 

특히, 안비취는 1930년대 하규일과 이병성으로부터 가곡과 가사를 익혔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는 한성준으로부터 민속무용을 배웠고, 이창배와 정득만으로부터는 경기민요도 다듬었다고 한다. 그는 불교음악으로부터 유래한 <회심곡>이라든가, 사당패소리에서 유래한 <산타령>도 능해 당시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경기명창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예능보유자가 된 이춘희 명창이 바로 안비취 문하의 바로 윗 선배이며 그 시절 함께 배우던 소리 동무들이 최영숙, 한진자, 남궁랑, 김선란, 김명순, 오시원, 김점순 등이며 소문난 우정지기로 알려져 있다.

 

현재 <춘천시립국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라 명창은 소리꾼이면서 또한 동시에 타고난 노래(민요) 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춘천 판잣집 교습소에서 강습을 시작한 지 1달도 안 되었는데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원근 지역의 어린이들이나 중ㆍ고등학생, 그리고 중장년과 노인들까지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이유라 감독은 장고 반주가 일품이라고 평가받는 명창인데, 서양 음계에 익숙해 있는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민요를 지도해서 전국 유수 대학의 국악과나 전통연희 관련학과에 진학시켰으며, 그 제자들 가운데는 전국 국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젊은 명창들이 여럿 배출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그가 길러낸 소리꾼 제자들만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데, 그들은 춘천을 비롯, 전국 여러 무대에서 전문 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그가 길러낸 대학 출신의 젊은 명창들 면면을 잠시 소개해 보기로 한다.

 

 

<경기도립국악단>에서 민요부문 수석단원으로 활동하며 <춘향국악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함영선을 비롯하여, <강원 전국국악경연대회> 명창부 대상을 받은 바 있는 민요단 <여인 천하>의 대표 이혜정, 박사과정 수료자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기국악제>의 대통령상 수상자 최지안,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혜원, <더 감>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장은숙, <안산국악원> 원장으로 활동하며 후진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은미가 있다.

 

또 박사과정 수료자로 <전주대사습> 민요 대상을 받은 위송이와 김현정, 문화예술교육사 김현정,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지석민, <안성시립국악단>의 변태성, 보이스 트레이너 박상은, <봉은국악합주단>의 홍승희, <정선 군립아리랑예술단>의 조슬아, 가수 이소나, <춘천시립국악단>의 최은영과 박희린 단원, 이다영 <봉의중> 교사 등 실력있는 소리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국악 불모지에 씨앗을 뿌린다는 사명감과 가르치는 즐거움에, 그리고 제자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춘천으로 오간 지,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2000년도가 되면서 이유라 감독은 온전히 춘천 주민이 되어 자랑스러운 강원도의 소리꾼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대룡산 자락, 원창 고갯길 산 풍경 좋은 곳에 터를 닦았다. 이곳에 건물을 올려 <춘천국악원>을 세우고, (사)<강원소리진흥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강원의 소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국악계에서는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 분류되고 있는 강원의 소리를 발굴하고, 발굴된 소리들을 제대로 정리해서 새로운 예술 공연 장르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이다.

 

강원소리를 한국 전통민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겠다는 이유라 감독의 말이다.

 

“국악계에서는 우리의 전통민요를 지역의 토리에 따라 경기소리(경 토리), 서도소리(수심가 토리), 남도소리(육자배기 토리), 동부소리(메나리 토리), 제주소리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지역은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정선아리랑> 등, 지역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민요가 불려지고 있음에도 ‘강원소리’라는 영역이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지요. 저는 강원도 곳곳의 민요를 채록하고 연구하면서 강원소리를 전통민요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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