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병아리랑>의 복원작업, 가장 큰 보람 느껴

2023.04.18 11:28:10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춘천시립국악단》 이유라 예술감독은 어려서부터 무용을 배우다가 안비취 명창 문하에서 경서도 소리를 익혔다. 스승이 제자들에게 베풀어 준 것처럼, 이 감독도 그의 학생들을 열심히 지도하여 전국 각 대학에 진학시켰고, 젊은 명창들을 많이 배출해 냈다. 2000년에는 본격적으로 <춘천국악원>과 <강원소리진흥회>를 만들어 강원도의 소리를 발굴, 채록, 연구해 왔다는 이야기는 지난주에 한 바 있다.

 

이유라 감독이 꿈꾸는 강원소리의 본질은 강원도의 자연을 노래하고 있거나,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정서가 그들이 부르는 노랫말에 담겨 있어야 하며 그 노랫말들은 강원도의 환경이 그들에게 만들어 준 가장 강원도다운 메나리조에 얹힌 가락들로 그 땅에 살면서 오랫동안 함께 불러온 전래 민요가 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 감독은 이러한 옛 소리가 불리고 있는 지역이 있다거나, 또는 이러한 소리를 흥얼거리는 주민이 거주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원근을 가리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갔다고 한다. 춘천 시내는 물론이고, 양구, 정선, 평창, 철원, 인제, 횡성, 홍천, 삼척, 등등, 옛 소리가 남아 있다는 지역과 주민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디든 달려갔기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참으로 그의 열정도 대단하다는 점을 알게 한다. 그의 말이다.

 

 

“힘들게 수소문해서 소리를 흥얼거리는 노인이나 소리꾼을 만나게 되면, 그 소리의 근원이나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그의 기억을 최대한 되찾아야 합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키지 않는 소주나 막걸리도 꽤나 마셨지요.”

 

현장에 달려가서 소리하는 당사자를 만나 다행히 대화를 나누고, 그가 지닌 소리들을 채록할 때는, 무엇보다도 노랫말의 발음을 그대로 옮기고, 가락의 진행은 이와 유사한 민요 속에서 고저와 장단을 비교해 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대략적인 악보를 꾸민 다음, 이를 함께 또는 혼자서 불러보기를 수십 회 되풀이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녹아있는 강원의 산과 강, 그리고 들에 깃들어 있는 흙 소리와 물소리, 사람 소리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채록 작업이 꾸준하게 이어질수록 그의 가슴에는 강원소리의 복원과 전승의지가 점점 강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리 찾기와 그 채록작업은 점점 고되고 힘들었지만, 단 하나 사명감으로 이 과정을 이겨내고 있었다고 이 감독은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춘천 의병아리랑>의 복원작업은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는 작업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춘천이라는 지역은 1905년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라든지, 그 앞에 내려졌던 단발령(1895년)에 격분해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병이 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강원대 박민일 교수의 고증을 바탕으로 100여 년 전, 춘천 사람들이 부르던 <의병 아리랑>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가락은 종래에 불러오던 구 아리랑과 비슷한 가락이며 가사 내용은 우리 군대를 우리가 지원하고 도와주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처음 부분의 가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동녘에 비친 달아, 우리 군대 명랑하게 비추어다오.

싸리재 아흔아홉 구비, 우리 복병 삼악산아 우리 군대를 보호해다오.

우리나라 의병들은 나라 찾기 힘쓰는데, 우리들은 무얼 할까,

의병들을 도와주세.“ (이하 줄임)

 

춘천 출신으로 최초 여성 항일의병장이라 평가받는 윤희순 여사가 지었다는 <안사람 의병가>에 곡을 붙여 나라사랑 아낙들의 의기를 작품화하기도 했다.

 

 

경기제와는 다른 맛의, 정말로 궁벽한 산촌사람들이 불렀던 메나리조 그대로의 <정선아리랑>을 비롯한 <인제 뗏목아리랑>, <양구 얼레지 타령>, <횡성 회다지 소리>, <평창 논매는 소리>, <삼척 밭매는 소리> 등을 되찾아 기록하고 악보화하였다. 이 소리들을 묶어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서- 이유라 강원소리』라는 이름으로 CD 1, 2, 3집과 악보집을 펴냈다. 그의 노력과 열정으로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강원 소리를 공연예술로 자리 잡도록 준비해 놓은 것이다.

 

앞선 활동에서도 강원소리가 전국적으로 더 넓게, 그리고 더 다양하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2001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과 폐막공연에서 <강원소리>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유라가 발굴하고, 복원한 소리들이 아닐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국민 대통합아리랑>이라든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한민국 축제> 등을 기획, 강원도 곳곳의 아리랑을 주된 종목으로 해서 전국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펼쳐 온 공연활동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미국과 유럽, 동남아, 일본, 몽골 등, 해외 공연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강원소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공헌해 왔다고 평가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 (다음 주에 계속)

 

 

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suhilkw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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