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인 세상, 왜 술을 마셔야 하는가?

2023.04.21 11:57:06

[정운복의 아침시평 15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작은 구멍을 통해 원근법에 따라 채색 또는 제작된 축소된 경치를 볼 수 있는

기계장치를 ‘요지경’이라고 부릅니다.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을 비유적으로 요지경이라고 하기도 하지요.

 

요지경인 세상입니다.

요즘은 꽃들이 아무 순서 없이 마구 피어납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순서의 계열성이 깨진 까닭이지요.

어쩌면 요즘은 우리가 기대어 살아왔던 많은 것들이 위협을 받고

질서가 흔들린 재난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데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의 질서에 따라 흘러가는 것뿐이지요.

그 위대한 자연의 질서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자연의 희생이 따릅니다.

하지만, 개발과 보전이라는 명제 앞에 중용이 종요롭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는

"낚시질은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았으며

주살질은 하되 잠자는 새는 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주살질 : 화살로 짐승을 쏘아 잡는 일

 

우린 경제를 앞세워 많은 것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비좁은 축사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으며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잡고자 하는 욕망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돈을 형이라고 부르고 권력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가진 자와 누리는 자가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세상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것이지요.

 

시인 굴원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거세개탁 아독청(擧世開濁 我獨淸)>

“모든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 혼자 맑아요.”

그리고는 멱라수에 몸을 던지고 말았지요.

 

 

정의가 실종된 세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거짓이 득세하는 세상 또한 아름답지 않지요.

적당히 눈을 감으려 해도 쉽지 않은 세월입니다.

 

그러니 어떤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이 사회가 술을 권하는고?”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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