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에서 좀 더 깨어있어야

2023.05.13 10:56:14

[정운복의 아침시평 16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한병철님의 《사물의 소멸》이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이 아니라 구글 어스와 클라우드에 거주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다른 사람)와 마주치지 않는다.

우리는 탈사물화한 세계, 정보가 지배하는 유령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설파한 글입니다.

슬기말틀(스마트폰)은 절대적 기능을 하는 디지털 성물이 되어가고 있고

누리집마다 사람을 꼬드기는 ‘좋아요.’는 ‘디지털 아멘’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우린 널려있는 주변의 정보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세상을 살고 있고

먼 이야기들이 검색어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질 때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달아 놓은 댓글에 함몰되어

스스로 판단력을 내려놓고 암묵적 지지자가 되기도 합니다.

 

검색 단어 몇 개만으로 그 사람의 취향을 파악해 버린 빅데이터의 영향으로

같은 주제 같은 색깔의 데이터만 물어다 주는 디지털 편향인 세상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아집을 더욱 공고히 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말도 배우기 전에 슬기말틀에 함몰되어 자라고 있고

그것이 이룩해 놓은 정보 자본주의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스스로 그것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슬기말틀의 주인은 자기라고 외치면서도

실은 슬기말틀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지요.

물론 편리성과 확장성, 그리고 체험과 소통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주는

순기능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기계가 물어다 주는 정보에 휩쓸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좀 더 깨어있어야 할 큰 까닭입니다.

 

 

정운복 칼럼니스트 jwb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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