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대로 기억된 18세기 서울 풍경

  • 등록 2024.12.14 12: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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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 ‘태평계태평(太平繼太平)’ 열어
조선시대 최대 서화 수집품 <석농화원(石農畫苑)> 미공개 작품 첫 공개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은 2024년 서울역사문화특별전 “태평계태평(太平繼太平): 태평성대로 기억된 18세기 서울”(12.13.-’25.3.9.)을 연다. 역사적 중흥기로 평가되는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에 주목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정조(正祖, 재위 1776-1800)가 태평성대를 꿈꾸며, 한양의 도시 풍경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 ‘성시전도(城市全圖)’* 관련 유물 등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200건 310점을 선보인다.**보물 3건,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 7건,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 1건.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담아낸 ‘성시전도’

 

1792년 어느 날, 정조는 규장각 차비대령화원(왕실에 임시로 차출되는 회원)들에게 한양의 도시 풍경을 담은 <성시전도(城市全圖)>*를 그리게 하고, 이를 주제로 하여 초계문신과 신하 33명에게 시를 짓는 시험을 쳤다. 이렇게 완성된 글과 그림은 18세기 서울의 모습을 담아냈을 뿐 아니라, ‘어진 임금이 다스려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상과 바람이 담겨 있다. ‘성시전도’는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

 

 

이번 특별전은 ‘성시전도’ 관련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성시전도’의 제작 과정을 담은 《내각일력》부터 순조(純祖, 재위 1800~1834)가 <성시전도>를 보고 남긴 감상평을 수록한 《순재고》, 시험에 참여한 신하들의 「성시전도시」가 수록된 박제가의 《정유고략》, 이덕무의 《아정유고》, 유득공의 《영재서종》 등이 출품된다.

 

특히 ‘성시전도’ 응제 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신광하(申光河, 1729-1796)의 친필 시권은 이번 전시에서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고령 신씨 종친회와 소장자의 협조를 받아 출품되는 <신광하 성시전도시 시권>에는 정조가 직접 평가한 점수 ‘이하일(二下一)’와 ‘소리가 있는 그림(有聲畵)’이라는 어평(御評)이 함께 남아 있다.**

 

 

* 이 글에서 ‘성시전도城市全圖’는 그림 <성시전도(城市全圖)>와 글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를 함께 뜻함. 그림 <성시전도>는 안타깝게도 현재 전해지지 않음.**이번 전시의 제목 ‘태평계태평’은 태평성대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뜻함. 신광하의 「성시전도시」에 나오는 “이래태평계태평 만성동유구주피(伊來太平繼太平 萬姓同囿九州被)”에서 유래한 글귀로, 이를 풀면 뜻이 “태평성대 이어지고 또 이어지니, 만백성 하나 되어 온 세상 덕을 입었네”라는 의미임.

 

조선시대 최대 서화 수집품 <석농화원(石農畫苑)> 미공개 작품 최초 공개이번 특별전에는 조선 후기 으뜸 서화 수장가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의 《석농화원》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윤두서(尹斗緖, 1668~1715)의 <기우출촌도(騎牛出村圖)>와 조영석(趙榮祏, 1686~1761의 <목석도(木石圖)>가 처음 공개된다. 두 작품은 모두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역사박물관장을 지낸 강홍빈 전 서울특별시 행정1부시장의 기증 유물이다. 조선 후기 회화사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작품이 새롭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2023년 서울역사박물관이 새롭게 수집한, 화원 화가 김석신(金碩臣, 1758~?)의 걸작 『도봉도』가 함께 공개된다.

 

18세기 서울의 도시 풍경을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 지도와 장소

 

이번 전시는 ‘글과 그림’, ‘지도’, ‘장소’라는 세 가지 열쇠말을 통해 18세기 서울을 탐구한다.

 

1부 ‘탕평의 시대를 맞이하다’는 ‘글과 그림’을 통해 ‘탕평(蕩平)’과 ‘태평(太平)’의 시대로 기억된 18세기 조선을 살펴본다. 1742년 작 〈탕평비 탑본〉은 영조(英祖, 재위 1724-1776)가 당파 간의 싸움을 멈추기 위해 내세운 탕평책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영조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탕평’의 뜻을 전하기 위해 직접 글을 쓰고, 비석을 만들게 했다. 1760년 작 《어전준천제명첩(御前濬川題名帖)》(부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은 탕평책을 통해 영조가 이루고자 했던 정책을 보여준다.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는 탕평책을 계승하며 태평성대를 꿈꾸었다. ‘성시전도’는 정조가 자신의 꿈과 이상을 담아낸 작품으로 18세기 한양의 모습을 담아낼 뿐 아니라, 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표현하고 있다.

 

 

 

2부 ‘지도로 읽는 18세기 서울’은 지도 속에 담긴 지리 정보를 통해 18세기 서울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수백 갈래로 뻗은 도로와 물길, 수많은 궁궐과 관청, 행정 구역 등을 자세히 그려낸 ‘도성도(都城圖)’는 역동적인 상업 도시로 변모한 18세기 서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지도이다. 18세기 서울의 모습을 그린 가장 거대하고 자세한 지도, <도성대지도(都城大地圖)>(서울특별시 유형문화유산)를 전시한다. 이 지도는 정선(鄭敾, 1676-1759)의 진경산수 화풍을 닮아 지도뿐 아니라, 뛰어난 회화 작품으로도 평가된다.

 

 

 

3부 ‘장소로 읽는 18세기 서울’은 ‘세책점(貰冊店)’과 ‘색주가(色酒家)’, ‘약방(藥房)’을 연출하여 도시문화가 꽃핀 18세기 서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세책점’은 돈을 받고 소설책을 빌려주던 조선시대의 책방이다. 《홍길동전》, 《삼국지연의》, 《구운몽》, 《곽장양문록》 등 계층에 따라 선호했던 문학 작품을 견줘, 전시하여 여성과 서민, 사대부 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사랑받던 소설 문화를 보여준다. 특히 《곽장양문록》은 정조의 후궁 의빈 성씨(宜嬪 成氏, 1753~1786)가 정조의 여동생 등 6명과 함께 베껴 쓴 책으로, 궁가 여인들이 사랑했던 소설 문학을 보여준다.

 

 

4부 ‘태평성대로 기억된 18세기 서울’에서는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 공간 속에 2,200명이 넘는 인물들의 생활 모습을 담아낸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를 영상 작품(국립중앙박물관 제공)으로 전시한다. 〈태평성시도〉는 상업과 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다양한 놀이 장면과 거리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어 현재 전하지 않는 그림 〈성시전도〉를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다.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현한 이번 작품은 태평성대의 풍경이 현실이 아닌 이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공간에서 정조가 꿈꾼 태평성대의 도시 풍경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다양한 콘텐츠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전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먼저 모든 전시품 설명을 손말틀(모바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국ㆍ영문 “모바일 전시 안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친환경 관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종이 인쇄물을 대체하며,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음성으로 들려주는 전시설명” 기능을 함께 제공하여, 저시력자 등 사회적 약자와 외국인 관람객 등에게 관람 편의를 제공한다.

 

또한 ICT 기반 체험 콘텐츠 〈도성대지도〉 무인정보단말기를 마련했다. 현재 지명(25개 구 467개 법정동)을 검색하면, 이 장소가 18세기 서울에는 어디였는지 지도 속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지명 유래와 장소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성훈 기자 pine99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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