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곳은 통일이 되는 그날 철거됩니다.’라고 하면 ‘어디지?’라고 궁금해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곧 ‘휴전선?’을 떠 올릴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얼추 맞다. 하지만 남북 사이에 그어진 휴전선이라기보다는 철도가 북으로 달리다가 멈춘 임진각의 끝지점이라고 해야 옳다. 그제(18일) 토요일 낮, 북한이 보이는 남한땅 맨끝, 더 이상 발걸음을 할 수 없는 곳인 임진각 나들이를 했다. 바로 지척에 살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경우는 나라 밖에 살고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고국 나들이를 하는 친지나 외국인 지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안내하기 위해 따라나서는 때를 빼고는 거의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
마침, 임진각이 자리 잡은 파주 통일동산에서 개성인삼축제(18일~19일)를 한다기에 내친김에 바로 옆에 있는 임진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인 데다가 축제까지 겹쳐 차량들이 뒤엉켜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임진각을 향해 걸었다. 쉴새 없이 대형버스들이 임진각 광장으로 몰려들었는데 내리는 사람들은 거의가 외국인들이었다. 아무렴 서울에서 가깝다 보니 외국인 관광의 필수 코스라도 되는 양, 발 디딜 틈이 없이 혼잡하다. 끊어진 철도 끝에 남아있는 낡은 기관차를 지나 다리 끝까지 가려면 관광객들이 타고 온 버스 사이를 곡예 하듯 걸어가야 한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대충 구별할 수 있는 언어는 이 정도였다. 나는 이런 언어를 쓰는 사람들 속을 뚫고 망배단 앞을 지나 낡은 기관차가 전시돼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독개다리 스카이워크’를 발견했다. 이 시설은 2016년에 완성된 것으로 끊어진 철도 위에 ‘스카이워크’를 만들어 조금 더 북한쪽으로 걸어볼 수 있는 시설이었다.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스카이워크로 진입하니, 발아래 투명유리를 통해 그 아래 생태환경을 볼 수 있어 좋았으나 겁이 많은 기자는 혹시 투명유리가 깨어져 떨어지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곳은 통일이 되는 그날 철거됩니다.’라는 문구는 바로 스카이워크 끝 지점에 세워둔 것으로 그 지점부터는 더 이상 갈 수 없다. 바로 앞 끊어진 다리 시멘트 기둥에는 ‘6.25전쟁 당시 총탄 자국’이라는 글씨와 함께 붉은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그려져 있었다.


하나의 조선(한국)이 합심하여 일제의 침략을 몰아내고 나니 예기치 않은 동족상잔의 6.25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그 누가 상상이나 한 일이었을까? 독개다리 스카이워크 양옆에는 촘촘한 철조망이 처져있었고 <사진촬영 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철조망 너머는 황금벌판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기러기떼가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스카이워크 꼭짓점에 설치한 망원경으로 북한땅을 바라보면서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꼭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교양과 상식을 가진 외국인이라면 비록 남의 일이긴 하지만 ‘분단의 현실’을 겪어야 하는 한민족의 아픔을 가벼이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개다리는 바로 그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남한의 끝지점이다. 2,000원짜리 입장권을 사면 복개다리 바로 앞에 있는 ‘군사시설 지하벙커 전시관(BEAT 131)’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컴컴한 지하 계단을 내려가니 말로만 듣던 군사시설 벙커가 눈앞에 놓여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군사시설 지하 벙커는 난생처음이다. 그곳에서 6.25 전쟁 당시 작전을 짰던 군인들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 모르겠다. 지하 벙커에는 현대식 홍보 영상물을 여러 개 마련해 놓고 누구든 버튼 하나로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 유익했다.
특히 비무장 지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새들과 짐승들, 유유히 막힘없이 흐르는 임진강 물줄기를 보자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왜, 우리는 분단의 해결을 위해 머리와 가슴을 맞대지 않는가! 답답했다. 임진각을 그렇게 숱하게 드나들었지만 ‘독개다리 스카이워크’와 ‘지하벙커 전시관’은 처음이었다.


외국인들 일색의 임진각을 둘러보면서 두 가지 아쉬운 점을 말하고 싶다. 하나는 주차 시설이다. 물론 기자가 찾은 날은 주말에다가 개성인삼축제가 열린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임진각 건물 주변에 대형차를 주차할 수 있게 임시 조치했는지는 모르지만, 임진각 건물 주변에 대형 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어 다른 곳에 차량을 주차한 사람들이 버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점과 다른 하나는 임진각 건물에 관한 이야기다.
임진각을 찾는 외국인들은 백이면 백 명 모두 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임진각>은 현재 파주통일동산 주자창 쪽이 정면이라서 그쪽에만 ‘임진각’이라는 글씨가 써있다. 파주시청 관계자들이 현장에 한 번 나와 보았으면 한다. 망배단 뒤쪽 끊어진 다리 쪽에서 임진각 건물을 바라다보면 건물 이름 대신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 이름만 보인다. 임진각 관광객들은 모두 북한이 보이는 끊어진 다리까지 걸어가서 그쪽에서 임진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이 방향에도 <임진각>이라는 큰 글씨의 건물 이름을 써놓았으면 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임진각 건물을 다시 지을 수는 없을까 하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임진각 건물은 북한을 조망하는 건물이기는 해도 대한민국 건축디자인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주요 건축물이기도 하다. 뛰어난 한국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전 세계인이 사진을 찍는다면 한국의 건축기술을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보았다. 지나친 의견일까?
요약하자면 임진각 건물을 다시 지어 한국의 건축기술을 뽐냄과 동시에 주차장도 더 확보하여 현재처럼 대형버스와 관광객들이 뒤엉키는 구조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이 되어도 두고두고 기념비적으로 세워둘 수 있는 그런 시설을 분단의 최전선에 세워둘 수 없나라고 생각하면서 대형버스 사이를 뚫고 임진각역 철도 주변 주차장까지 걸어와 차를 타고 귀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