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평화로운 나라 부탄왕국

  • 등록 2025.10.16 11: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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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철학인 “국민총행복(GNH)”이 그대로 실현되는 나라
[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10]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평화(平和)란 무엇일까?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극히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사전에는 평화를 일러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평화란, 어떤 존재든 마땅히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극히 신성하고 인류사회에 필요불가결(必要不可缺)한 지향점이며, 목적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평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평화는 진정 누가 만드는가?’라는 물음에는 모두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평화란 의미를 맑은 생수와 같고, 청정한 공기와 같은 것이며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모습에서,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동물들을 비추어 보면서 마냥 평화를 동경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들은 평화를 끊임없이 갈망(渴望)하고 살고는 있지만 사실 진정 평화롭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한 평화 속에 살고들 있다.

 

“평화”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두 가지 축인 「평화의 근본이념(철학적ㆍ윤리적 기반)」과 「지구촌에서의 실질적 전개 과정(역사적ㆍ제도적 발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평화의 근본이념이란?

 

1. 고대의 사상적 뿌리

동양에서는 공자(孔子)의 “화이부동(和而不同)” 사상과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불교의 자비정신(慈悲精神)이 평화의 철학적 기초를 이루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와 스토아학파가 강조한 “이성적 조화와 정의”, 그리고 예수의 “사랑과 용서”의 윤리가 평화 이념의 바탕이 되었다.

 

2. 근대의 이념적 전개

’칸트(Kant)는 『영구평화론』에서 국가 간의 법적 질서와 공공 이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평화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 자유, 정의, 상호 존중을 포함하는 인류 보편 값어치로 확장되었다.

 

3. 현대적 의미

현대 평화는 단순한 소극적 평화(전쟁의 부재)에서 나아가, 적극적 평화(빈곤, 차별, 환경파괴 등 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상태)를 지향하고 있다. 곧 평화는 정의ㆍ자유ㆍ인권ㆍ생태적 조화를 포함한 총체적 값어치로 이해한다.

 

 

지구촌의 실질적 전개 과정이란?

 

1. 국제 제도의 발전

⬩ 1919년 국제연맹 창설로 평화를 위한 첫 국제기구가 탄생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 1945년 유엔이 설립되어 집단안보와 평화 유지, 인권보호 체계가 마련되었고,

⬩ 1948년에는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되어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평화의 기반임이 명확히 규정되었다.

⬩ 1990년대 이후 냉전이 종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평화운동과 환경ㆍ인권 NGO 활동, 지속 가능한 발전 운동이 확대되었다.

 

2. 평화 실천의 주요 흐름

⬩ 평화유지활동(PKO) : 유엔이 분쟁 지역에 군ㆍ민사 요원을 파견해 중재와 복구 지원.

⬩ 비폭력 운동 : 간디, 마틴루터킹 목사, 달라이라마 등 인류 평화사에 큰 영향.

⬩ 인권ㆍ여성ㆍ환경운동 : 폭력의 구조적 원인(불평등, 차별, 자원 착취)을 제거하는 적극적 평화의 실현 노력.

⬩ GNH(국민총행복), SDGs(지속가능 발전목표) 등도 평화의 현대적 확장 개념으로 평가되고 있다.

 

평화의 개념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평화는 단지 총성이 멎은 상태가 아니라, “인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곧, 사람 내면의 평화 → 사회적 평화 → 지구적 평화로 확장되는 단계적 진화이며, 그 근본에는 자비(Compassion), 정의(Justice), 상호 존중(Respect), 연대(Solidarity)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불리고 있다. 행복과 평화는 불가분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평화가 없이 행복이 있을 수 없고, 행복이 없는 평화는 속 빈 강정일 것이다. 부탄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나 사회적 갈등의 부재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곳은 실천과 실현이 가능한 나라이기 때문에 평화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천이란 국가 수장의 지도력과 인식(mind)이 분명하며, 국민들의 실천이 자유롭고 접근하기 쉽기 때문인 것이며, 실현이란, 평화를 구호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 현재 부탄의 기본 철학인 “국민총행복(GNH)”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와 국민이 부작용 없이 원활하게 평화를 일궈내고 있다는 증거며, 또 하나의 모태는 불교적 세계관인 대승불교(티베트불교, 님마파와 드룩파 전통)가 구심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정세는 어떠한가. 러시아와 우크리이나,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지금도 피비내나는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살벌한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정전(停戰) 중이다. 지금은 별 탈 없이 평화롭게 부를 잘 누리고, 남북 간도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언제 어느 때 위기가 닥쳐올지 모르는 전쟁의 긴박감 속에서 막대한 국방비 지출과 함께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평화는 한순간 편안하게 머물러 있다고 해서 이를 진정한 평화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평화라고 할 수 없는 것은, 국가 내부적 반목과 대립으로 갈등이 심하면 이를 어떻게 평화롭다고 하겠는가?

 

 

이러한 차원에서 부탄에서 보았던 평화스러움이란 한국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부탄의 평화에 대해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1. 사상적 배경

⬩ 불교적 평화 : 부탄인들에게 평화는 ‘내적 평정(마음의 고요)’과 ‘외적 조화(공동체의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연기(緣起) 사상 : 모든 존재가 서로 공감하는 관점에서, 나와 타자의 평화가 서로 분리되지 않는 상호 공존의 생활을 지향하고 있다.

⬩ 자비사상(慈悲思想, Chenrezig 수행의 영향) :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삶 자체가 평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 국민총행복(GNH)철학 : 개인의 행복, 공동체의 건강, 환경 보존, 문화적 전통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개념으로서의 평화를 펼쳐가고 있다.

 

 

2. 평화의 실천 방식

(1) 개인적 차원

⬩ 명상과 기도 : 아침저녁 절 방문, 탑돌이(Chorten Kora), 진언 염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평온을 기원한다.

⬩ 비폭력적 삶 : 살생을 피하고, 불필요한 분노와 언어폭력 삼가는 것을 실천한다.

⬩ 생활 속 실천 : 이웃과 다투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값어치로 여기며 공존한다.

(2) 공동체 차원

⬩ 절 중심 문화 : 마을 전체가 함께 불교 의식을 치르며 갈등을 정화하고 화합 다진다.

⬩ 전통 축제(Tshechu) :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영적 정화를 위한 평화의식을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 국민적 갈등 해결 방식 : 법정에 가기보다 라캉(절)이나 공동체 어른의 중재로 조화로운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3) 국가 차원

⬩ 불살생(不殺生) 정책 : 헌법적으로 국가 차원의 군사적 공격이나 폭력 행위를 억제하고 있다. (부탄 군대는 최소 자위 방위 목적)

⬩ 환경 보존 : 자연은 신성한 존재로 간주하여, 숲과 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생태 정책이 아니라 평화 실천의 한 방법이다.

⬩ 국민총행복 지수(GNH) : 경제 성장보다 평화롭고 균형 잡힌 삶을 국가 정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3. 수행적 실천 방식

부탄의 평화는 “내적 마음의 평정 + 공동체의 조화 + 자연과의 균형”이라는 세 요소가 합쳐진 개념이며, 일상 의식ㆍ국가 정책ㆍ전통 축제를 통해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부탄 불교 의식(예 : 첸이, 구루 요가, 초르텐 코라)을 통해 평화를 기원하는 구체적인 기도문이나 진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부탄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문과 진언은 대부분 자비와 보리심을 드러내는 불교 수행 속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대한 수행 실천 방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첸레지그(관세음보살) 평화 진언

부탄인들이 가장 많이 염송하는 진언이다. 모든 중생의 고통을 없애고 평화와 자비가 충만하기를 발원한다.

⬩ 진언 : “옴 마니 파드메 훔” (Om Mani Padme Hum)

의의 :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하며 개인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한편, 타인과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는 믿는다.

⬩ 세계 평화와 생명 존중을 위한 기도문 (부탄판 응신수행 서문 중 발췌)으로 “삼계의 모든 중생들이 분노와 증오에서 벗어나고 / 평화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 지혜와 자비의 빛 속에서 / 함께 행복하기를 발원합니다.”라고 낭송을 하며 탑돌이(Chorten Kora)를 하거나 만다라 공양을 드릴 때 항상 낭송하고 있다.

(2) 구루 린포체 평화 기도 (부탄 전통)

⬩ 부탄은 파드마삼바바(구루 린포체)를 깊이 숭상한다. 그에 대한 평화의 기도문(축약형)을 살펴보면, “구루 린포체여 / 당신의 자비로운 가피로 전쟁과 재난이 사라지고 / 모든 나라와 민족이 화합하여 / 평화와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라고 낭송하는데 이 기도는 특히 국가적 축제나 국난 극복 의식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 칠지공양(七支供養 : 예배, 공양, 참회, 수희, 창법, 전법청, 회향)속 평화 발원은 부탄 불교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양 의식으로, 마지막 평화의 ‘기원(祈願)’을 담아 낭송한다. 그 발원문 내용을 살펴보면, “저희의 선행 공덕이 세계의 평화와 조화로 이어지고 / 자연과 인간 / 인간과 인간이 서로 화합하여 / 영원히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 룽타(風馬) 평화 축원문

부탄에서 바람에 날리는 기도 깃발(룽타)에는 평화를 기원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대표적인 문구를 살펴보면, “모든 방향에서 온갖 재앙이 소멸하고 / 바람에 실린 기도가 세계 만방에 퍼져 / 평화와 복덕이 가득하기를 / 발원합니다.”

 

룽타 내용은 부탄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문이 “개인의 마음 정화(진언), 공동체 축원(기도문), 국가적 평화 발원(구루 린포체 기도, 룽타)”라는 세 단계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같이 부탄의 평화 지향점의 실천적 사례들을 서술하였다.

앞서 부탄의 평화적 실천 사례의 예를 들었던 것도, 부탄은 종교적ㆍ영적 전통 속에서 정부와 국민이 모두 실질적으로 ‘내면과 공동체의 조화’를 잘 이루어내고 있으며, 한 가지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과 외래문화 유입보다 자연을 중요시하고, 심리적ㆍ영적 평화와 인성개발을 중요시하는 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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