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며리 준비한 시간이 사람을 여물게 합니다

  • 등록 2026.04.02 11:46:06
크게보기

서두르지 않아도 삶은 제때 여물어
[오늘 토박이말]여물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다 보면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고, 남들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일 때면 스스로가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해집니다. 그럴 때 마음속에는 이런 물음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지금 흘려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운동선수들의 삶을 보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습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깁니다. 날마다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고, 몸이 아파도 참고 훈련하고, 지는 날에도 다시 일어나 연습을 이어 갑니다.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쌓여야 비로소 경기장에 설 수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서 프로야구 경기와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양궁과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을 펼치기 위해 경기장에 섭니다. 누군가는 우승을 하고, 누군가는 국가대표가 되며, 누군가는 아쉽게 돌아서야 합니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시간은 모두에게 값진 시간입니다.

 

경기장에 선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긴 시간 준비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실패와 연습을 지나며 마음이 다져지고, 실력이 쌓이며, 책임감이 깊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들판의 곡식이 햇볕과 바람을 견디며 천천히 익어 가듯, 사람도 시간을 지나며 단단해집니다. 이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난 토박이말이 바로 '여물다'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여물다'를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라고 풀이합니다. 이 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물다는 단순히 익는다는 뜻이 아니라 시간을 지나며 속이 차고 단단해지는 모습을 담은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곡식이 햇볕과 비를 견디며 알이 차듯, 사람도 노력과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그래서 오랜 훈련 끝에 경기장에 선 선수들의 모습은 잘 여문 곡식처럼 단단하고 미쁘게 보입니다.

 

[여러분을 위한 덤]

우리는 흔히 결과가 빨리 나타나는 삶을 부러워합니다. 빨리 성공한 사람, 빠르게 인정받은 사람을 보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을 떠올려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곡식은 서두른다고 빨리 익지 않습니다. 햇볕을 받고,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제때가 되어야 알이 찹니다.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단단하고 좋은 열매가 됩니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시간도,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의 시간도,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부모의 시간도 모두 여물어 가는 시간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속에서는 경험이 쌓이고 시나브로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끝내 실력이 되고, 자신감이 되고,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운동선수들이 오랜 시간 훈련 끝에 경기장에 서듯, 우리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단단하게 여문 모습으로 서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여러분의 시간은 충분히 값지고 아름답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시간을 지나며 스스로를 여물게 하고 계신가요?

 

[오늘의 토박이말]

▶ 여물다

    뜻: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

    보기: 오랜 훈련과 경험을 거친 선수들의 실력이 이제는 단단히 여물었다.

 

[한 줄 생각]

묵묵히 쌓아 온 시간이 마침내 사람을 단단하게 여물게 합니다.

 

 

 

이창수 기자 baedalmaljigi@gmail.com
Copyright @2013 우리문화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32. 그린오피스텔 306호 | 대표전화 : 02-733-5027 | 팩스 : 02-733-5028 발행·편집인 : 김영조 | 편집고문 서한범 | 언론사 등록번호 : 서울 아03923 등록일자 : 2015년 | 발행일자 : 2015년 10월 6일 | 사업자등록번호 : 163-10-00275 Copyright © 2013 우리문화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ine996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