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 <서울 사람을 웃고 울린 스포츠> 펴내

2022.03.09 11:58:54

온라인 서울책방에서 구매 가능, 서울시 각 도서관에 무상 배포

[우리문화신문= 전수희 기자] 1948년 런던올림픽에 한 명의 동양 선수가 등장했다. 창공을 향해 힘차게 원반을 던진 그녀의 이름은 박봉식, 한국 최초의 여성 올림피언이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때였다면 올림픽 출전 후 ‘유퀴즈온더블락’이나 ‘라디오스타’ 같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겠지만, 아쉽게도 그녀에 대한 기록은 단편적이기만 하다. 이화여중 재학생이었으며 당시 19세였다는 점, 빙상과 육상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다는 점 정도이다. 이번 발간한 <서울 사람을 웃고 울린 스포츠>에는 박봉식처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선수들, 서울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경기장, 스포츠가 바꿔놓은 서울의 도시풍경까지 스포츠에 관한 크고 작은 주제 15개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스포츠란 “건강한 신체를 기르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며 질 높은 삶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하는 신체활동을 기반하는 사회문화적 행태”를 말한다. 근대적인 단어지만 건강한 신체를 기르고 건전한 정신을 함양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한양 사람들이 갈고 닦았던 무예와 비슷하다.

 

책의 첫 주제 <근대 이전, 한양사람들은 운동을 글로 배웠다?>에서는 체육 수업과 스포츠센터가 없던 시절, 무예서를 공부했던 한양 사람들을 다뤘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무예서 《무예도보통지》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귀한 유산이다. 《무예도보통지》에는 권법, 마상재, 격구 같은 무예 동작에 대한 설명과 그림, 동작을 연결하는 법, 사용하는 무기까지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다. 운동을 ‘글로만 배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무예서였다.

 

무예가 수련으로서 의미가 강하다면, 개항이 되며 사람들은 체조, 야구, 농구, 육상 등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했다. 1895년 고종이 1895년 발표한 〈교육입국조서〉에는 “덕양ㆍ체양ㆍ지양”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심신론에서 바라본 몸에서 운동하는 몸, 건강한 몸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한편 근대 이후 체육의 보급과 확산에는 <황성기독교청년회, 서울에 체육을 유행시키다>에서 다룬 것처럼 ‘YMCA’와 같은 클럽의 역할도 있었다. 영화 <YMCA야구단>의 소재가 되기도 한 황성기독교청년회는 실내운동회, 무도 연무회, 체육강습회 등 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얼마 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나며 다양한 빙상경기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갚진 메달을 따냈다. 서울의 동계스포츠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근대 문물에 관심이 많았던 고종과 명성황후가 경복궁 향원정 연못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외국인 선교사의 시연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으며, 《황성신문》1910년 2월 3일자에 빙상운동회 기사가 확인되기도 한다. 당시 사람들은 얼어붙은 한강 철교 아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앞도적인 기량을 펼쳐 일본 선수들을 이긴 이성덕ㆍ장우식ㆍ김정현 선수가 유명했다. 동계스포츠까지 섭렵했던 당시 서울은 활발한 경기의 개최로 한국 스포츠의 중심에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스포츠에 있어 서울은 오랜 시간 중심에 있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간 경기장들이 대거 모여있기 때문이다. 요즘 ‘뭉쳐야 찬다’의 촬영지이기도 한 효창운동장은 대한민국 최초 국제규격을 지닌 경기장으로 출발했다. 효창운동장이라는 이름은 정조의 첫째 아들 문효세자의 묘인 ‘효창원(孝昌園)’에서 유래한다. 소나무가 울창한 왕실 묘역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묘는 이장하고, 공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효창원은 광복 이후 김구 선생의 주도 아래 이봉창ㆍ윤봉길ㆍ백정기 의사가 안치되 애국지사들의 순국선열묘역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개최를 명목으로 축구경기장이 개장되게 되었다.

 

축구에 효창운동장이 있다면 야구의 성지 동대문운동장도 있었다. 88서울올림픽 개최를 위해 잠실종합운동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동대문 운동장은 이름처럼 서울을 대표하는 ‘서울운동장’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훈련원 자리에 일제가 조선신궁의 건립을 기념해 ‘경성운동장’을 세웠다는 어두운 역사로 시작했지만 ‘서울 스포츠’의 대표적인 무대였다. 대표적인 경기장인만큼 대중 동원행사나 각종 기념식도 열렸지만, 야구로 동대문 운동장을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있다. 청룡기ㆍ봉황기ㆍ황금사자기와 같은 고교야구 전성시대의 역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서울에 살았다면 서울운동장 고교야구 본선 날, 사투리를 써가며 목청껏 고향팀을 응원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고교야구는 야구가 대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영향을 줬으며 프로야구에서도 지역팀을 응원하는 전통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야구의 인기 뒤에는 서울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묻어있다. 1970년대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고향을 떠나 기회의 땅 서울로 상경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동대문디지털프라자가 건립되며 그 자리는 사라졌지만 서울 사람을 웃고 울린 스포츠의 성지는 아직도 기억 속에 살아있다.

 

서울의 스포츠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도 했다.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알렸던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IMF 이후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보였던 2002한일월드컵은 서울 건설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1966년 부임한 ‘불도저 시장’ 김현옥은 도시계획 전문가를 부시장에 임명하고 <새서울계획>을 발표하는 등 도시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1946년 115만이던 인구가 1970년대 540만이 되었다는 통계를 보면, 얼마나 가파르게 서울이 증가했는가를 알 수 있다. 서울 시장 김현옥은 4대문 주변에 집중된 인구를 서울 전체로 분산하고자 했고, 이때 한강 남동쪽에 종합경기장 부지가 계획되었다.

 

국제대회 유치의 꿈은 1970년대 잠실 개발 과정에서 학생체육관(1977), 실내체육관(1979)을 건립하고 1981년 서울올림픽의 유치가 확정된 뒤 야구장(1982), 주경기장(1984) 건립으로 점차 실현되어 갔다. 당시 국제대회 개최를 위해 경기장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경기를 위해 선수촌을 만들고, 한강 둔치를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국제 경기를 위한 올림픽대로도 만들었다. 테헤란로와 올림픽로는 인도의 너비, 간판모양, 가로수 모양까지 디자인 되었으며, 한국의 발전을 보여줄 대형건축물도 들어섰다. 문화올림픽을 추구했던 정부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1986), 독립기념관(1987), 국립국악원(1987) 등을 건립했으며 유적인 석촌동고분군, 방이동고분군도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 발전에 부작용도 많앗다. 서울에 산재한 빈민 주거지를 철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질서와 청결,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빼앗았던 것이다. 영화 <상계동올림픽>처럼 올림픽으로 인해 철거를 경험한 이들이 72만명에 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밖에도 서울역사강좌 13권에서는 서울패럴림픽, 장충체육관, 태릉선수촌, 생활체육의 공간인 한강도 다루고 있다. 또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사진과 그림을 수록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책은 2022년 상반기 서울역사강좌 교재로도 사용될 예정이며, 3월 말 부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ttps://history.seoul.go.kr)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구매는 서울책방 및 온라인(https://store.seoul.go.kr)에서 10,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시 각 도서관에는 무상 배포 예정이다.

 

서울역사편찬원장 이상배는 “서울 시민들의 삶에는 항상 스포츠가 있었다. 경기를 보며 함께 울고 웃었던 즐거운 추억이 누구나 있습니다. 이번 서울역사강좌와 함께 시민 여러분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수희 기자 rhsls6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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