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는 지난 4월 27일 <절창Ⅰ>을 보고 <김준수ㆍ유태평양의 찰떡 호흡, 객석이 자지러지다>를 올린 바 있다. 이어서 어제 5월 2일 저녁 7시 30분엔 역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절창Ⅱ> 소리꾼 민은경ㆍ이소연의 공연이 열렸다. 역시 <절창Ⅰ>를 보고 소문이 난 덕분인지 아니면 민은경ㆍ이소연 소리꾼의 인기 덕인지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황이었다.
지난 공연 <절창Ⅰ>은 김준수ㆍ유태평양 소리꾼이 같은 ‘수궁가’를 차진 호흡으로 서로 넘나들어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는데 이번엔 민은경ㆍ이소연 소리꾼이 각자의 주 전공인 ‘춘향가’와 ‘적벽가’를 중심으로 서로의 소리를 넘나들며 연극적 재담의 묘미를 살린 입체창과 역할극을 선보인다고 해서 역시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적벽가’와 ’춘향가‘를 두 소리꾼은 어떻게 엮을 것인가?
그동안 ‘적벽가’ 하면 영웅 이야기에 중심을 둔 소리로만 우리가 알아 왔지만, 이번 소리는 원전 소설과 달리 군사들의 고통을 노래한다는 점에 주목, 전쟁의 참혹함을 들여다본다. 특히 우리 겨레에겐 6·25전쟁으로 뼈아픈 경험을 했으며,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서 전쟁과 평화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그러면서 ‘춘향가’의 사랑 이야기를 뒤섞으며, 두 소리를 씨실과 날실 엮듯 엮어 나갔다.
그들은 ’적벽가‘를 힘차게 소리 하지만, 군사들의 설움을 애절하게 드러내면서 보통의 ’적벽가‘ 소리와 다름을 확실히 하고 있다. 또한 ‘적벽화전’ 대목을 두 소리꾼의 묵직하고 진중한 독창으로 불러주고 있다. 그리고 ’춘향가‘에서 돋보이는 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짧은 ’사랑가‘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긴 사랑가‘도 함께 소리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 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임방울 국창의 유명한 ’쑥대머리‘를 처절한 소리로 들려준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김준수ㆍ유태평양 소리꾼에 견주면 민은경ㆍ이소연 소리꾼은 조금은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절창Ⅰ>이 김준수ㆍ유태평양의 아니리와 발림으로 서로를 넘나들며 합을 이루는 것이 돋보였다면‘ 이번 <절창Ⅱ>는 국립창극단 간판 배우답게 민은경ㆍ이소연 두 사람의 소리 기량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또 두 소리꾼은 소리의 빛깔이 다르다. 민은경은 우람하고 옹골찬 소리, 통성으로 질러내는 애원성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이소연은 상청이 거침없이 올라가는 단단하고 우아한 목청을 가잔 소리꾼이란 평에 걸맞게 공연 내내 거침없이 소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다만 <절창Ⅰ>의 김준수ㆍ유태평양에 견줘 사설이 훨씬 잘 들리고 소리의 기량이 분명하게 들렸는데, 두 사람의 아니리가 찰떡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같은 수궁가를 넘나들면서 소리꾼의 다름을 하나로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절창Ⅱ>는 ’적벽가‘와 ’춘향가‘의 이질적인 소리를 억지로 끌어 붙이는 어색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 이번 공연은 <절창Ⅰ>과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절창Ⅰ>에서는 거문고ㆍ생황 등의 반주는 무대 아래서, 타악 반주는 무대 뒤에서 하였지만 <절창Ⅱ>에서는 거문고ㆍ생황ㆍ타악 반주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기타 반주자도 새롭게 더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반주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장점도 있었지만, 소리에 집중하는 데는 약간의 방해 요소도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북 반주를 장구와 생황ㆍ기타ㆍ타악이 대신하고, 북 반주를 하는 동안에는 이들이 한참 쉬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뭔가 어색함을 보여주어 <절창Ⅰ> 형태의 반주가 더 나았다고 느낌이 들었다.
신월동서 왔다는 엄수희(교사, 38) 씨는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역시 민은경ㆍ이소연 두 소리꾼이 국립창극단 간판 소리꾼답게 단단하고 옹골찬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적벽화전’을 묵직하면서도 진중하게 소리했고, ‘쑥대머리’를 애절하게 불러 ‘적벽가’와 ‘춘향가’의 백미를 함께 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적벽가’와 ‘춘향가’가 잘 연결이 안 돼서 두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건 좀 무리였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2023년 계묘년 봄날 밤 우리는 국립극장이 새롭게 시도한 <절창> 시리즈를 보면서 판소리의 앞날이 밝음을 보았다.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랐다고 자만하기보다는 이렇게 법고창신(法古創新) 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