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眼垂簾箔耳關門(안수렴박이관문) 눈은 주렴을 드리웠고 귀는 문을 닫았으니
松籟溪聲亦做喧(송뢰계성역주훤) 솔바람 시냇물 소리 또한 시끄럽구나
到得忘吾能物物(도득망오능물물) 나를 잊고 사물을 사물로 볼 수 있음에 이르렀으니
靈臺隨處自淸溫(영대수처자청온) 마음은 처한 곳에 따라 절로 맑고 온화해지네.
위는 조선전기의 학자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의 한시 “주제 이수(無題 二首)” 중 하나입니다. 눈꺼풀을 드리우고 보지 않으려 하고 귀는 문을 닫아 듣지 않으려 하지만 여전히 솔바람 소리와 시냇물 소리가 시끄럽게 들립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잊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르자, 내 마음은 어디에 있든 절로 맑아지고 온화해집니다.

또 서경덕은 <무현금명(無弦琴銘)>이란 한시에서 “줄 없는 거문고에 거문고 소리는 없으나 진실로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고요함 속에 그 소리를 품고 있네.”라고 노래합니다. 그는 자연의 소리든, 악기 소리든 마음으로 들어야 제대로 들린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경덕은 찢어질 듯 가난한 집안 출신인 탓에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깊은 학문세계를 이루었는데 그러한 그는 “공부하는 데 있어 세상일에 대한 관찰을 먼저 하지 않는다면 천만권의 독서가 공허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