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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필과 백묵, 칠판과 흑판 어떻게 다를까?

[김효곤의 우리말 이야기 4]

[우리문화신문=김효곤 기자] 백묵(白墨), 흑판(黑板)... 이런 말을 무심코들 쓰시지요? 오늘은 이걸 한번 따져봅시다.

분필은 하양뿐 아니라 빨강 파랑 등 여러 가지 색이 있습니다. 이를 ‘빨간 백묵’, ‘파란 백묵’이라고 쓰자니 정말 어색합니다. ‘백묵’이란 말에 이미 빛깔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청묵', '홍묵' 하는 것도 우습고...

또, 요즘 교실 앞뒤의 칠판은 거의 다 초록색이지요? 이 또한 '흑판'이라고 하자니 안 맞고, 그렇다고 ‘녹판(綠板)’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 우리가 칠판, 분필하던 것은 일본에서 들어온 흑판, 백묵으로 바뀌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사실 이런 말은 일본에서 만들어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들입니다. 흑판, 백묵이라는 말이 일본에서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분필(粉筆)’과 ‘칠판(漆板)’이라고 썼습니다. 이는 각각 ‘가루로 만든 붓’, ‘칠을 한 판자’라는 뜻이니, 애당초 어떤 색이든 상관없습니다.(‘漆’은 원래 옻칠을 뜻하는 한자이지만, 굳이 한자가 아니라 순 우리말로 보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서 한걸음 더 나아가 봅니다.

일본 사람들은 사물을 겉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여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현상이 조금 변화하자 표현 전체가 부정확해집니다. 이에 견주어 우리는 그 본질을 가지고 이름을 붙인 까닭에 겉모습이 웬만큼 변해도 그 내용을 정확히 드러냅니다. 심지어 요즘 새로 나온 화이트보드 같은 것 또한 칠판이라고 쓴다 해도 큰 문제가 없지요.

이런 사소한 일로 거창하게 민족성까지 들먹이는 것은 물론 무리겠지만,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 가지고 장난치는 일본 우익들을 보면서, 일본인들은 대체로 본질보다는 외면(명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김효곤/서울 둔촌고/ccamy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