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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랑으로 어둠을 밝힌 정치철학자의 삶 <한나 아렌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 책은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담은 전기이다. 어린 시절 독서로 새로운 세계에 눈뜬 한나 아렌트는 대학에 진학해서는 스승이자 연인으로 평생에 큰 영향을 미친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를 만난다. 게슈타포에 체포되고, 수용소로 보내지는 등 유대인으로서 나치 정권의 전체주의를 온몸으로 겪다가 가까스로 미국으로 이주한다. 이곳에서 아렌트는 대표적인 정치철학자로서 자리매김한다. 1960년, 아렌트는 ‘악의 화신’이라 알려진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다. 아렌트는 명령대로 의무를 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평범한 중년 남성 아이히만을 보며 그 유명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아이히만은 나치 관리자로 명령을 따랐지만, 사유 없는 행동은 결국 유대인 박해라는 악으로 발전해 버린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 역시 많은 할 일들을 생각 없이 의무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는 않는지? 새해에는 정치와 자유의 문제를 치열하게 사유한 한나 아렌트의 사상처럼 개인과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 천천히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한나 아렌트》 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 김경연 옮김, 출판사 이화북스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 책의 저자는 러시아 유학생활 중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트레챠코프 미술관에서 보게 된 「삶은 어디에나」라는 작품을 통해 다시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언어와 문화, 역사도 다른 그곳에서 작가가 위로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림 속에서 인생사에 대한 공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다양한 러시아 작품들을 16개의 주제로 나누어, 러시아 예술에 낯선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독자들이 각 작품의 소재와 그 속에 투영된 시대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문학적 내용을 적절하게 가져와 설명한다. 예를 들면 작가는 미하일 브루벨의 「판」이라는 작품을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와 엮어 내면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와 같은 작가의 감상은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예술의 세계를 맛보게 해 준다. 특히 18~20세기 러시아 민중의 삶의 모습이 담긴 작품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인간 본연의 숭고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소하게 느껴졌던 러시아 작품들이 작가의 폭넓은 해설을 만나 그림 안에 그려진 인생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애 대한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현대 사람들은 다양한 질병을 한 번에 치료하는 약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만병통치약은 원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만병통치약을 꿈꿔온 걸까? 놀랍게도 선사시대부터이다. 양귀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아편은 모든 통증을 없애는 만병통치약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코카콜라는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미국의 모르핀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해 코카인을 넣어 개발한 신약이었다. 마약으로 정의된 아편과 코카인을 지금이라면 약으로 사용할 수 없겠지만, 역사 속에서 약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화해 왔다. 책에는 가짜 만병통치약의 비밀, 특이한 약의 재료와 치료 방법, 진시황, 프로이트 등 유명인이 먹었던 놀라운 약과 같이 다양한 약이 등장한다. 저자는 약으로 보기에 수상쩍은 재료를 분석하여 구성 요소가 화학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며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 등 약의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 준다. 약국에는 없지만, 인류의 욕망이 만든 약 이야기를 책 속에서 찾아보자.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지은이 박성규, 엠아이디출판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누구나 다다러야 할 <황혼의 신호등>, 이희동 시조집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아부지 초가 한 칸 손보러 왔습니다 그동안 자주자주 찾아뵌다 해 놓고서 어느덧 일 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다짐을 저버리고 목구멍만 풀칠하다 벌초는 해야겠다, 번뜩 생각에 고삐조여 뒤늦게 맨주먹으로 염치없이 뵈옵니다 지갑이 얇은 탓에 상석도 가벼워서 당신이 하신 말씀 박주산채 뿐이오니 허물을 나무라시고 흠향 많이 하십시오(뒷 줄임) 이희동 시인은 ‘아부지를 뵈옵니다’에서 그렇게 말했다. ‘다짐을 저버리고 목구멍만 풀칠하다’는 표현이 필자를 두고 하는 말 같아 가슴이 아리다. 어머니 가신지 석 달 엿새! 이희동 시인은 초가 한 칸일지언정 아부지를 음택에 모셨건만 필자는 어머니를 캐비닛 같은 납골당에 모셨다. 한줌 재로 변한 어머니를 납골당 그 비좁은 곳에 모시고 이희동 시인처럼 자주자주 뵙는다면서 ‘목구멍 풀칠하느라’ 외면하고 있다. 아 어머니시여! 그리고 이땅의 아버지시여! 아는 듯 모르는 듯 깊어지는 주름살은 세월의 수레바퀴 되돌릴 수 없는 자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종착역이 보이네 -‘황혼의 신호등’ 가운데서- 시인도 나이를 먹는다. 끝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신 그 길을 가야한다. ‘황혼의 신호등’에서 종착역이 가까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