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청년 예술가 이경환 작가의 새책 《나를 빚는 시간》(비전비엔피 애플북스)이 나왔다. 우리는 매일 괜찮은 척하며 살아간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상적인 사람의 틀’ 안에서 흠집 하나 없는 모양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를 조금씩 지치게 한다. 완벽해야 사랑받을 것 같고,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아 열심히 앞만 보며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된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나 자신에게서 멀어진 걸까? 《나를 빚는 시간》은 이런 질문의 끝에서 도예가, 모델, 영향력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경환 작가가 흙과 마주 앉아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흙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으로 다루면 금세 비틀리고, 불안한 손끝은 금세 흠집을 남겼다. 완벽하게 만들려 할수록 오히려 더 쉽게 무너졌고, 멈춰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면 흙도 조용히 제 모양을 찾아갔다. 그는 도예를 하며 삶을 깨달았다. 흙이 단단해지는 건 불을 피하지 않기 때문임을, 누구나 견디고 싶지 않은 불안과 시련 속에서 자신만의 결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그의 깨달음의 기록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의 문장 속에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6-7) 생각이 이리저리 일어날 때는 유물 앞에 가만히 있어 보세요. 앙증맞은 형태나 재치있는 표현이 와닿아서든 어떤 기억을 불러와서든, 내 마음을 끄는 유물을 바라보다 보면 잡다하게 일어나는 생각이 잦아듭니다. 모닥불이나 숲,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고요해집니다. 불멍, 물멍, 유물멍 … 온갖 도파민과 자극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무념무상하게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작은 호사다. 생각을 비우고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어쩌면 현대인이 갈망하면서도 쉽게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펴낸 이 책, 《유물멍: 가만히 바라볼수록 좋은 것들》은 박물관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구독자에게 보내는 유물 이야기인 「아침 행복이 똑똑」에서 좋은 글을 가려낸 것이다. 학예사부터 작가, 새 학기를 앞둔 아이까지 유물을 보는 다채로운 시선과 참신한 생각들을 담았다. 어려운 연대와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지 않고도, 그저 멍하게 유물을 바라보다 생각난 것을 자유롭게 써 내려간 느낌이어서 더욱 진솔하다. 「아침 행복이 똑똑」의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유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족히 1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지(冬至) - 변계량 繡紋添線管灰飛 (수문첨선관회비) 수 놓는 실 늘어나고 대롱 속 재도 날아가니 冬至家家作豆糜 (동지가가작두미) 동짓날 집집마다 팥죽을 쑤는데 欲識陽生何處是 (욕식양생하처시) 양의 기운은 어디서 생기는지 알고 싶구나. 梅花一白動南枝 (매화일백동남지) 매화의 남쪽 가지 하얀 꽃망울 터뜨리려 하네. 이틀 뒤면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른 다음 차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 때문에 옛사람들은 이날을 해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잔치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그래서 동지를 설 다음 가는 작은설로 대접했다. 이날 가장 흔한 풍속으로는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이다. 원래 팥죽은 붉은색으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이 들어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대문을 비롯하여 담벼락이나 마당은 물론 마을 입구 큰 고목에도 ‘고수레’하면서 뿌렸고 이로써 잡귀들의 침입을 막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팥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