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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르다, 우리나라 첫 간호사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 김마르다》, 한봉지 글, 김민정 그림, 리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44) 1897년, 그녀는 아펜젤러 목사에게 세례를 받고 ‘마르다(Martha, 瑪多)’라는 세례명을 받았습니다. “마르다!” 커틀러가 그녀를 불렀습니다. “…….” 그녀는 가만히 서 있기만 했습니다. “오늘부터 당신 이름은 마르다입니다. 김마르다!” 그날부터 그녀는 김마르다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김마르다. 우리나라 첫 간호사의 이름이다. 그녀는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코와 손가락을 베인 아픈 개인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근대 의료기관 ‘보구여관’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되어 ‘간호사’라는 천직을 만났다. 한봉지가 쓴 이 책,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 김마르다》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김마르다’라는 여성의 인생을 담담히 서술한 책이다. 그녀가 겪었던 아픔과 고통, 슬픔이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승화되고, 또 가정폭력의 희생자로 낮은 자존감에 시달리던 그녀가 점차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감을 되찾아가는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그녀가 ‘보구여관’을 찾아간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보구여관은 말 그대로 여성 환자를 ‘보호하고 구원한다’라는 뜻이었다. 1884년 4월 서울 정동 이화학당에 여성의원이

첫눈,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구상, 초겨울의 서정 ​[겨레문화와 시마을 23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초겨울의 서정 - 구상 초설(初雪) 첫눈을 맞을 양이면 행복한 이에겐 행복이 내려지고 불행한 사람에게 시름이 안겨진다. 보얗게 드리운 밤하늘을 헤치고 가노라면 등불의 거리는 고성소처럼 그윽한데 멀리 어디선가 기항지(地) 없는 뱃고동 같은 게 쉰 소리로 울려온다. 우리 겨레는 24절기에 맞춰 믿고 싶은 염원이 있고, 그것을 기다리면서 살아왔다. 입춘 날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 일 년 내내 액(厄)을 면한다는‘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을 믿고 실천해 왔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물에 가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 갖다 놓는다든지 따위를 실천하는 미풍양속이다. 그런가 하면 삼월 삼짇날 “제비맞이”라는 풍속도 있는데 봄에 제비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제비에게 절을 세 번 하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풀었다가 다시 여미면 여름에 더위가 들지 않는다고 믿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에서 “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 첫눈은 내린다”라고 속삭인다. 우리 겨

《손자병법》으로 깨우치는 ‘인생병법’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손자병법》, 손무 지음, 박훈 옮김, 탐나는책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삶은 전쟁터다. 매일 승부가 갈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투어야 할 때도 있고,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그런 하루하루의 전투가 모여 삶이라는 거대한 전쟁이 된다. 2,500여 년 전 ‘손무’라는 책사가 지은 《손자병법》은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지침서다. 진짜 전쟁에서 적군을 상대하는 군인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분투하는 평범한 이들에게도 《손자병법》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실용서’다. 이 책은 그런 《손자병법》의 원문에, 지은이 박훈이 해설과 사례를 곁들인 책이다. 고전은 대개 원문만으로는 그 웅대한 뜻을 깨치기 어렵고, 해설과 함께 보아야 그 뜻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고전의 글귀에 대한 좋은 해설을 듣기 위해 식견이 높은 선생을 찾아가 배우곤 했다. 이 책 또한 용병의 원칙과 전쟁의 기본에 대해 상세히 풀이하고, 중국 역사와 우리 역사를 인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 역사가 나오는 사례는 비록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새겨보면 오늘날 업무를 할 때도 적용할 만한 부분이 많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편에서는,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보

종묘, 서울시만이 아닌 국민 전체의 소중한 유산이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종묘 주변 재개발 논란에 붙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최근 언론에는 종묘 주변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하여 온갖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제목만 보면 한겨레의 “오세훈, 종묘서 본 ‘세운 재개발’ 예상도 공개…‘숨 막힐 경관 아냐’를 비롯하여 ”서울시, 세운4구역 완공 경관 시뮬레이션 첫 공개…‘조화 이루는 높이 찾은 것’“, ”서울시, 종묘 앞 개발 논란에 ‘이번 사업은 도심 녹지축 완성하는 것’“ 등으로 서울시 주장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종묘ㆍ덕수궁 주변 고도제한 풀린다.“로 고도제한 풀리는 것이 확정된 것인 양 보도하는 것 일색이다. 이에 반하여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유네스코 요구한 ‘종묘 세계유산평가’, 서울시는 받으라.”라고 주장하여 다른 언론과 차별성을 보인다. 경향신문은 “유네스코는 외교문서에서 재차 ‘고층건물에 의한 세계유산 종묘 훼손 우려’를 표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권고했다. 그저 권고가 아닌 사실상 요구라고 봐야 한다. 서울시가 계속 무시한다면 세계유산 지정 취소 같은 최악 상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종묘의 지정이 취소된다면 문화강국 한국과 서울의 국제적 평판이 하락하고 국민적 자부심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라고 강하게 지적

아버지 정약용, 편지로 보여준 자식 사랑

《아버지의 편지》, 정약용 글, 한문희 엮음, 함께읽는책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학연과 학유. 정약용이 끔찍이 아꼈던 두 아들의 이름이다. 수많은 책을 쓴 저자이자 사상가, 교육자로 잘 알려진 정약용은 실은 유명한 ‘사랑꾼’이기도 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도 깊었지만,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각별했다. 유배지에 가서도 혹시나 아이들이 엇나갈까 늘 노심초사하며 편지를 보냈다. 한문희가 엮은 이 책, 《아버지의 편지》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를 오늘날에도 보기 쉬운 입말로 풀어쓴 책이다. 편지 원문 뒤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설과 간단한 생각할 거리도 곁들여 깊이를 더했다. 그는 부인 홍씨 사이에 6남 3녀를 두었지만 대부분 일찍 죽고 2남 1녀만이 남았다. 유배 전까지만 해도 아들들이 자신의 대를 이어 과거급제하고 입신양명하길 바라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무려 18년 동안이나 유배를 당하면서 자식교육은 가시밭길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지은 글을 수시로 보내고, 책 읽기를 독려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며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 편지로 상세히 일러주었다. 때로는 왜 아버지가 보낸 글을 읽지 않느냐고 살짝 질책하기도 했다. (p.20)연아, 유아야. 너희

충무공 해전 승리의 비결, 운주당

《언품》, 이기주, 황소북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사람에게 인품이 있는 것처럼, 말에는 언품이 있다. 인품이 좋은 사람은 말도 크게 품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달변은 아닐지언정, 품격 없는 언어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지도자는 자신의 말이 파급력이 더 크기에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고, 그 말이 일파만파 퍼져 공동체 전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도 일한 이력이 있는 지은이 이기주가 쓴 《언품》은, 자기 말이 얼마나 품격이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지침서다. 역사에서 풍부한 사례를 인용하고 사례마다 생각해 볼 지점을 짚으며 독자를 말의 세계로 이끈다. 많은 사례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운주당’이다. 당시에는 관료 상당수가 개인 서재를 가지고 있었고, 문관이나 무관이나 서재에서 독서하며 웅대한 기상을 품고 원대한 꿈을 설계했다. 충무공도 개인 서재가 있었으니, 바로 한산도에 머무는 동안 이용했던 ‘운주당(運籌堂)’이다. 운주당은 독서 공간 겸 개인 집무실로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하면서, 중간급 간부들과 계급이 낮은 병사들의 의견을 자유로

종묘 앞, 142m 높이의 건물 세우면 안 된다

나라의 줄기와 뿌리 ‘우사직 좌종묘’ 정신 되새겨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 종묘 주변에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된 것에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과 국가문화유산청 허민 청장이 나란히 세계문화유산 서울 종묘를 찾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막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종묘 세운4구역 관련해서 입장발표문을 통해 “종묘는 대한민국 정부가 1995년 첫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며, 500년 넘게 이어오는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이 정기적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살아있는 유산입니다. 하지만, 이 종묘가 지금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종묘 앞에 세워질 종로타워 수준 높이의 건물들은 서울 내 조선왕실 유산들이 수백 년 동안 유지해 온 역사문화경관과 종합적 값어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정부의 지원 아래 주어진 권한 아래 세계유산법 개정 등 모든 방법을 세워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를 지키고, 종묘가 가진 값어치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사안은 단순히 높이냐, 그늘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초고층 건물들이 세계유산 종묘를 에워싼 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는 것을 상상해 보십시오. 미래세대에게

내 손으로 직접 물들이는 전통의 빛

이덴슬리벨,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의 전통 《단청 컬러링북》 펴내 발간 첫 주 교보문고 예술ㆍ대중문화 베스트셀러 대한민국 무형문화유산 ‘단청장’ 이수자 안유진이 선보이는 진짜 단청의 세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전통이 가장 ‘뜨거운 시대다. 2025년 10월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누적 방문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대비 70% 이상 늘어난 수치로, 이제 한국의 전통문화는 루브르나 바티칸에 견줄 만큼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통을 잇는 ‘요즘 세대’의 책이 새로 나왔다. 20대 중반에 단청장 이수자가 된 안유진이 직접 작업한 《안유진의 단청 컬러링북》이덴슬리벨)이다. 이 책은 궁궐과 절 등 전통 건축물에 남아있는 화려한 단청 무늬를 원형 그대로 옮겨 담았다. 단청 무늬의 쓰임과 위치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어 색을 칠하면서 우리 건축과 예술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컬러링북과는 달리 채색 가이드를 제시하는 대신 ‘전통 단청의 채색’을 설명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자들은 원하는 재료로 자유롭게 단청에 색을 입히면 된다. 다만 전통 단청에 사용되는 ‘오방색(청ㆍ적ㆍ황ㆍ백ㆍ흑)’을 활용한다면 더욱 깊은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청은 주로 처마 아래,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자연스레 하늘을 함께 바라보게 되는데, 지은이 안유진은 이것이 단청의 본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