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여성독립운동가라는 명명 속에 얼마나 다양한 고민과 경험, 인생 역정이 담겨 있는지 전하고 싶었다. 또한 서술 방식에서는 일반적인 역사 서술과 달리 1인칭과 3인칭, 인터뷰, 다큐멘터리, 편지 등등 여러 형식을 활용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독립운동사라는 익숙한 틀을 벗어나 그들을 한 명의 인간으로 오롯이 느끼게 하고픈 마음이었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한겨레출판사)를 쓴 작가 김이경 씨는 이렇게 머리말을 썼다. 이 책은 ‘세상을 뒤흔든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이 책을 학고재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았다. 이 책은 여성주의 미술의 대가인 윤석남 화백과 김이경 작가가 3·1절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남자현, 정칠성, 이화림, 박자혜, 김옥련 등 여성독립운동가 14명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의 첫 장에서 43년의 화업(畫業)을 이어오고 있는 윤석남 화백은 10년 전부터 서양화에서 한국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윤 화백은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만났을 때 놀랐다고 하면서 조선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칠순이 넘은 내가 어릴 적부터 배우고 부르기 시작하여 아마도 평생에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가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애국가였으리라.” 이는 판소리 명창이며, 문화운동가인 임진택 선생이 쓴 그의 책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의 머리말 첫 부분이다. 물론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애국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나라의 행사장에서, 운동경기장에서 익숙하게 불렀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노래다. 하지만 임진택 선생은 이 애국가에는 두 개의 감춰진 진실과 한 개의 뒤집힌 사실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고, 새로운 애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애국가 논쟁의 기록과 진실》에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선생이 말하는 애국가 속에 숨겨진 ‘두 개의 감춰진 진실과 한 개의 뒤집힌 사실’이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춰진 진실’이란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ㆍ친나치 행각과 불가리아 민요 표절 혐의를 말하며, ‘뒤집힌 사실’이란 애국가 작사자가 독립운동가 안창호임에도 민족반역자 윤치호로 뒤바뀌어 있는 현상을 말한다. 선생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소띠해 첫날, 마치 연하장이라도 받는 느낌으로 오색 족두리에 연지를 찍은 고운 새색시 얼굴이 표지에 새겨진 책 한 권을 받았다. 책의 이름은 《춘희의 꿈 이야기, 색실로 그리다》다. 책 제목의 ‘색실로 그리다’라는 말처럼 이 책은 자수 작가 김춘희 씨가 한 땀 한 땀 수놓은 작품을 해설과 함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춘희의 꿈 이야기, 색실로 그리다》는 각 자수 작품에 대해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일본어로 해설을 하고 있는 데 나는 책이 나오기 전 <도서출판 토향>의 도다 이쿠코(戶田郁子) 대표의 부탁으로 한글 부분 교정을 본 터라 책을 받아 들고 남다른 기쁨을 느꼈다. “어느 날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려고 연필을 들었는데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눈을 감고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보니 십여 년 전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우셨던 얼굴에 주름이 지고 수척해지신 모습이었다. 너무 소중한 추억이라 마음속에서 조용히 꺼내보면 가슴이 아파 저려올 때가 있다.(후략)” -9쪽, 전통혼례 새색시- “가끔 가을꽃들을 수놓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랑 닮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제 막 피려고 하는 꽃망울과 활짝…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진실인가? 누군가 날조한 역사를 진실이라 믿으며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 (Edward H. Carr)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했듯이, 가지각색의 역사적 사실 속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의문 제기와 검증을 반복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여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필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글자 전쟁》 등의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작가 김진명이다. 그의 소설을 두고 ‘지나친 민족주의’라며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으나, 빈틈없는 고증과 방대한 취재로 뒷받침되는 탄탄한 전개는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키는 원천이다. 여기 소개하는 김진명의 책 《김진명의 한국사 X 파일, 새움》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만화로 구성한 것이며, 수천 명이 넘는 독자들의 후원을 받아 출간되었다. 여기 수록된 7개의 파일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여태껏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한국사의 갖가지 비밀과, 《몽유도원》, 《1026》, 《황태자비 납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김화 정진국 시인의 시집 《가을엽서》가 어느 날 저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제가 시집 선물을 많이 받아봤지만, 정진국 시인은 그동안 저에게 시집을 선물한 시인과는 또 다른 분입니다. 정 시인은 예비역 준장입니다.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군문에 있었지요. ‘장군과 시인’이라는 조합이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무인이 시를 쓴다고 하니 언뜻 호탕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충정의 시가 연상되기도 할 테고요. 그러나 정 시인의 시는 그런 시와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정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저에게 떠오르는 단어는 ‘풍경시인’입니다. 정 시인은 주위에서 만나는 풍경을, 특히 숲의 풍경을 시로 많이 남겼습니다. 시인의 말을 들어보지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십여 년간 함께 걸어온 숲은 나의 진정한 친구요. 보금자리였음을 인정합니다. 아름다운 숲은 나에게 상큼한 새벽을 열어주기도 하였고, 칠흑 같은 밤길에 등불처럼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지나온 결실을 잘 거두어 새로운 씨앗을 자연에 한 톨 한 톨 심어가는 참된 시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다가올 가을을 위해... 정 시인은 군문을 떠난 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마음이 아련해왔다. 대상도 없는 그 누군가가 그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마지막 수업을 빼먹기로 마음을 굳히고 상경대 강의실을 기웃거렸다. 한동네 친구 유철이를 불러내 막걸리 내기 당구나 치러 가자며 꼬드겼다.” - 최양숙 <가을편지> - “강원도 산골은 겨울이 유난히 길다. 예전에는 동짓달이면 벌써 외부세계와 왕래가 단절되는 마을이 수두룩했다.” - 현경과 영애 <참 예쁘네요> - 흑갈색 강물 빛이 조금씩 묽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큰 물기둥은 처음이었다. 물이 서서 달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당목이 떠내려가고 서낭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한영애 <여울목> - 노래 한 곡 한 곡을 해설하는 글들이 정겹다. 모두 한 편의 시다. 그냥 시가 아니다. 그것은 예전 음악다방에서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 디스크자키의 중저음 목소리요, 아련한 추억의 노랫말이요, 해설이다. 이런 모든 것을 담아낸 ‘추억과 낭만의 LP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김상아의 음악편지》가 도서출판 얼레빗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쓴 김상아 작가는 <한국교통방송 강원본부>, <CBS 춘천> 등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사진에세이 3집 《길》(도서출판 느린걸음)이 나왔습니다. 현재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라 카페 갤러리에서 <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그 전시와 함께 사진에세이집도 나온 것이지요. 전에 나온 사진에세이집 제목은 《다른 길》인데, ‘길’은 박 시인의 인생 화두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집을 펼치니 서문의 제목은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다’이네요. 박 시인은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많은 지식이 흘러 다니고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지구 끝까지 길이 이어졌으나, 정작 우리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길을 잃어버린 것은 길이 사라져 버려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길이 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박 시인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둠이 깊어져서가 아니다. 너무 현란한 빛에 눈이 멀어서이다. 우리가 희망이 없다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해서이다. 그리하여 길을 잃은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이 길이 되고 말았다. 다들 가니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일본 여행을 간 사람 치고 오사카, 교토, 나라가 들어간 경로를 빼놓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곳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수도인 도쿄에 견주어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국제도시 도쿄에서 맛볼 수 없는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 나라, 교토는 일본의 천년 고도(故都)였던 만큼 불교 유적이 유달리 많다. 그렇다면 그 도시들을 빛내고 있는 일본의 불교 유입은 언제, 어디서부터였을까? 이윤옥 박사의 새책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의 시작은 이 답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인 이윤옥 박사(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는 일본 사료들에만 남아 있는 고대 한국 승려들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마치 퍼즐을 맞추듯, 그들의 활동을 이 책에 총체적으로 정리하였다. 《일본불교를 세운 고대 한국 승려들》은 720년에 나온 《일본서기》를 시작으로 1702년의 《본조고승전》까지 약 1,000여 년의 시간 동안 간행된 일본의 각종 사료들에서 고대 한국 승려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가를 추적하여 그들의 활약상을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새금융사회연구소’ 장일석 이사장이 《효사재 가는 길》이라는 자서전적 책을 냈습니다. ‘자서전적’이라고 한 것은 본인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책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장 이사장은 동문회지에 실을 원고 때문에 찾아온 대학 후배에게 틈틈이 써놓은 원고를 보여준 뒤 시간 나는 대로 후배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결과물이 《효사재 가는 길》로 출판된 것입니다. 효사재는 장 이사장이 태어난 생가의 이름입니다. 인생 마지막은 효사재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고 싶어 제목을 그렇게 했나요? 서울법대 최고지도자 과정(ALP) 동문인 장 이사장이 저에게 책을 보내왔을 때는 그저 의무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와! 책 재미있데요. 《효사재 가는 길》은 재무부에서 30년 공직생활을 하고 정년퇴임한 공돌이의 삶이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제 편견을 싹 씻어준 책입니다. “한양을 오르내리는 손길 가운데 굶은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왔어. 그뿐만 아니라 먼길을 오가는 손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한 끼 청할 때가 다반사였지. 그 집 문턱을 넘는 데에는 어떤 조건도…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노라이프 김석영 대표가 세 번째 시집 《나무가 되고 싶었다》를 냈습니다. 2018년에 첫 시집 《길》을 내더니, 벌써 3집 시집을 냈네요. 김 시인은 처음에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바람에 날리는 추모 리본을 보면서 갑자기 시심(詩心)이 트였다고 하더니, 한 번 트인 시심의 샘물에서 계속하여 시의 냇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입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나무가 되고 싶었다》군요. 평창 속사리의 숲속에 땅을 사서 주말이면 달려가 손수 목공이 되어 게스트하우스를 짓더니, 아예 나무가 되고 싶었던 건가요? 나무가 되고 싶었다 누구나 나의 그늘에 누구나 잠시 머물며 맘 편히 쉬어 가도록 (중간 줄임) 나무가 되고 싶었다 만남과 이별 너머로 가을을 떠나보내고 외로운 자의 친구로 시집의 제목이 된 시입니다. 평소 넉넉한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한 돌봄을 아끼지 않는 김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시이군요. 이런 따뜻한 시인이기에 지갑 속에는 늘 천 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다닙니다. 피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 있습니다. 유혹을 대비하여 지갑 속에는 항상 천 원짜리 두세 장을 넣어 놓습니다. (중간 줄임) 터미널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