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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 속 우리에게 닿은 한 줌 햇볕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볕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살갗을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을 치게 되는 겨울 추위 속에서, 모처럼 마음의 언 밭을 녹이는 따뜻한 기별이 날아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기별종이(신문)를 보니, 기별이 끊기거나 돌봐줄 살림이 안 되는 아들딸이 있다고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짐이 덜어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부양비’라는 차가운 제도 탓에 아픈 몸을 이끌고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뒤늦게 찾아온 봄볕 같은 기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볕뉘’입니다. 이 말은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을 뜻합니다. 넓은 마당에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그늘진 방구석이나 닫힌 문틈 사이로 수줍게, 그러나 뚜렷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을 말하지요. 이 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집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따뜻한 기운인 ‘볕’에, 아주 작은 알갱이나 흔적을 뜻하는 ‘뉘’를 더한 말입니다. 온 누리를 다 비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둡고 그늘진 곳에 기어이 닿고야 마는 ‘작은 빛의 알갱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말은 ‘다른 사람으

날씨가 추울수록 우리 사이는 더 '다붓하게'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다붓하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옷깃을 절로 여미게 되는 요즘, 들려오는 기별이 그리 따뜻하지 않아 마음마저 움츠러드는 듯합니다. 요즘 몬값(물가)이 너무 올라 해끝 모임 집에서 조촐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어제도 나눴습니다. 바깥에서 돈을 쓰지 않고 집안에 머문다는 뜻의 영어 ‘코쿠닝(Cocooning)’이라는 말도 여러 해 앞부터 들리더군요. 팍팍한 살림살이 탓이라지만, 저는 이 됨새(상황)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춥고 어수선한 바깥 누리가 아닌, 가장 아늑한 곳에서 서로의 따뜻함(온기)에 기대는 때새(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토박이말은 바로 ‘다붓하다’입니다. 이 말은 ‘매우 가깝게 붙어 있다’ 또는 ‘조용하고 호젓하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거리가 가까운 것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리느낌(분위기)가 호젓하고 아늑할 때 쓰기 참 좋은 말입니다. 이 말의 짜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와 ‘붓’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말의 말밑(어원) 풀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모두(다)’와 ‘붙다(붓)’의 느낌이 더해져 ‘빈틈없이 가깝게 모여 있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우리 국보 이야기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매일경제신문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국보급’ 선수, ‘국보급’ 작품, ‘국보급’ 노래… 그 어떤 것이라도 ‘국보급’이라는 표현이 붙으면 값어치가 격상된다. 그만큼 ’국보‘가 보증하는 품격은 남다르다. 무언가 급이 다른 면모가 있어야 ’국보‘가 될 수 있는 만큼, 국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창조는 전통 위에서 이루어진다. 역사는 생활의 잔해가 아니라 창조의 온상이다.”라는 한국 미술사의 선각자 우현 고유섭이 남긴 말처럼,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국보급’ 문화유산은 전통의 발현이자 창조의 온상이다. 국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국민에게 느끼게 해주는 문화적 자부심, 정신적 위안은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다. 배한철이 쓴 이 책,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는 매일경제신문사에서 25년 이상 기자로 일한 지은이가 역사 사랑을 꾸준히 이어간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문화유산’과 ‘한국사’라는 두 주제에 천착해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라는 책과 《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를 펴내기도 했다. 책은 크게 8부로 구성되어 있다. ‘국보 발굴 현장 답사기’, ‘돌아온 국보, 팔려간 국보’,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등 국보

값어치는 사용 속에서 피어난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289]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는 흔히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옷, 더 화려한 장신구 등. 마치 물건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소유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입니다. 물건의 값어치는 그것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비싼 악기는 연주하지 않으면 그저 무용한 물체에 불과할 뿐입니다. 좋은 책도 읽지 않으면 종이 뭉치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값어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얼굴보다 중요한 것은 표정입니다.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지요. 아름다운 얼굴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움직이고 감동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표정입니다. 따뜻한 미소, 진심 어린 눈빛, 그리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은 단순한 외모를 뛰어넘어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외모에 집착하며, 그들의 값어치를 외모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적인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눈부처

술그릇 말고 서로의 눈에 눈부처를 새겨 봐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온겨울달 12월도 이레를 지나 여드렛날이 되었습니다. 거리는 벌써 들뜬 기운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저마다 가까운 이들과 만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해끝 모임 날을 잡기 바쁩니다. 요즘 들려오는 기별을 보니, 젊은이들의 해끝 모임 바람빛(풍경)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그릇을 돌리던 옛 모습이 아니라 조용한 곳에서 맛난 먹거리를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임이 늘고 있답니다. 참 반가운 기별이지요? 그런데 얼굴을 마주 하고 앉아서도 서로의 눈이 아닌, 손바닥만 한 네모난 똑말틀(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몸은 가까이 있는데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듯한 모습, 어쩐지 쓸쓸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소통'이나 '유대감' 같은 딱딱한 말 대신, 서로의 마음을 그윽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토박이말 '눈부처'를 나누고 싶습니다. '눈부처'라는 말, 처음 보시거나 듣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싶습니다.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는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이라고 풀이합니다. 낱말의 짜임을 살펴보면 우리 몸을 뜻하는 '눈'과 부처님의 '부처'를 더한 말이지요. 옛 책을

움직임의 연합, 관계의 풍경

자문밖아트레지던시 팔각정, 이지현 안무가의 〈CREW〉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11월 18부터 19일까지 서울 자문밖아트레지던시 팔각정에서 열린 이지현 안무가의 〈CREW〉는 몸과 공간, 빛과 텍스트가 서로를 넘나들며 하나의 흐름으로 응축된 공연이었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흰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만들어낸 장면들은 단순한 군무가 아니라 서로의 숨과 무게가 맞물리며 형성한 움직임의 연합이었다. 움직임과 움직임이 지탱하고 스치는 경계에서 하나의 흐름이 생성되는 순간들—그 순간들이 〈CREW〉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CREW〉 : 크루는 ‘같은 목적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흔히 무대 퍼포먼스에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무용수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축을 확인하며 미세한 균형을 교환했고, 다시 모이고 흩어지는 반복 속에서 관계가 다시 쓰이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단순한 안무 설계의 결과라기보다, 인간이 타인의 무게와 시선을 어떻게 감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풀어낸 ‘관계의 풍경’이었다. 이 흐름의 안쪽에는 언제나 조용히 스며드는 한 사람이 있었다. 작고 단단한 체구의 이지현 안무

위스키 올드파 병의 ‘토마스 파’ 152살까지 살아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43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들도 모두 남자 꿈을 먹고 사는 것 아닌가요? 하하하.” K 교수가 역습했다. “글쎄요, 그건 아닐 거에요. 여자들은 아마도 예쁜 옷을 입고 싶다는 꿈을 먹고 살지 않을까요? 병상에 누운 80살 할머니도 예쁜 옷을 선물하면 좋아할 거에요. 그런데 교수님은 당신입술 말고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저도 소주나 맥주보다는 좀 비싸서 그렇지 양주를 좋아합니다.” “양주 중에서도 어떤 브랜드?” “올드파라는 양주를 아세요?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있는 양주 말이에요. 저는 올드파가 맛이 좋던데요. 조금 비싸서 그렇지.” “네 올드파 알아요. 그 할아버지 그림을 루벤스라는 화가가 그렸다고 하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몇 살까지 살았는지 아세요?” “아이 참, 교수님도...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올드파 할아버지는 제가 환경공학개론을 강의하면서 대기오염 설명할 때 소개하는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면서 K 교수는 올드파에 얽힌 일화를 미스 K에게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올드 파(Old Parr)라는 양주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로 추앙받는 토마스 파(Thomas Parr)를 기리기 위해 1871년에 처음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