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을 하늘을 담뿍 담고 한들거리며 손을 흔드는 살사리꽃은 가을의 진수입니다.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우리나라식 표현이죠. 어렸을 적에는 코스모스가 지금보다 더 예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땐 내 키가 작아 코스모스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고 있었거든요. 코스모스를 왜 코스모스라고 했을까요? Cosmos는 우주인데 말이지요. 그 명명의 이유는 생김새에 있습니다. 코스모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란 수술 사이로 암술이 가득 들어 있는데 그 작은 암술 하나하나가 별 모양입니다. 별이 빼곡하게 들어있으니 그 자체가 우주인 셈이지요. 코스모스는 참 특이한 꽃입니다. 씨앗이 사방에 날려 아무데나 싹을 틔울 것 같은데도 꼭 길가에 열병하듯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랑에 대한 열망이 커서인줄도 모릅니다. 가을입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코스모스가 지천이지요. 그 가녀린 몸짓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더욱이 색색으로 치장한 하염없는 손짓을 받고 나면 더욱 그러하지요. 가을의 길목에서 만나는 코스모스는 너무나 청조하고 단아해서 벅찬 감동을 줍니다. 마치 우주의 축소판인 듯, 수많은 별을 품고 피어난 꽃잎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평화(平和)란 무엇일까?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극히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사전에는 평화를 일러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평화란, 어떤 존재든 마땅히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극히 신성하고 인류사회에 필요불가결(必要不可缺)한 지향점이며, 목적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평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평화는 진정 누가 만드는가?’라는 물음에는 모두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평화란 의미를 맑은 생수와 같고, 청정한 공기와 같은 것이며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모습에서,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동물들을 비추어 보면서 마냥 평화를 동경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들은 평화를 끊임없이 갈망(渴望)하고 살고는 있지만 사실 진정 평화롭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한 평화 속에 살고들 있다. “평화”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두 가지 축인 「평화의 근본이념(철학적ㆍ윤리적 기반)」과 「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같은 시기 여성 김삿갓이 있었고 그녀가 여행기를 남겼다는 사실은 왜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는지. 14살 때 길을 나선 남장 소녀의 이름은 김금원(金錦園, 1817~?). 조선 후기를 살았던 두 사람은 꼭 열 살 터울이다. 김삿갓은 스무 살 때 집을 나왔다고 하니 1827년 무렵이다. 금원이 집을 나선 것은 1831년이라 하니, 김삿갓 보다 4년 늦게 집을 나선 셈이다. 이 두 남녀의 여정이 교차했을 수도 있을지, 혹 어딘가에서 같은 주막에 묵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만일 두 사람이 같은 주막의 마루 위에서나 어떤 마을의 정자에서 서로 시를 겨루었다면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금원의 여로를 한 번 짚어 본다. 그녀의 여행은 14살 소녀 때부터 시작하여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시간 간격을 무시하고 여정을 모두 이어보면 다음과 같다: 제천-단양-영춘-청풍-(아래 내금강) 단발령-장안사-표훈사-만폭동-수미탑-중향성-불지암-묘길상-지장암-사자암-(아래 외금강) 유점사-구룡소-은선대-십이폭포-(아래 관동팔경) 통천 총석정-해금강-고성 삼일포-간성 청간정=강릉 경포대-울진 망양정-평해 월송정-삼척 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