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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가까이 있는 밭? 구름같은 밭

[오늘의 토박이말]구름밭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새로운 하루의 맑은 기운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이 때, 누리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이들의 부지런한 삶터를 떠올리게 하는 토박이말 ‘구름밭’을 만나 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구름밭’을 ‘산꼭대기에 높이 있는 뙈기밭’이라고 풀이합니다. ‘구름’과 ‘밭’.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낱말이 만나, 가장 높고 깨끗한 곳에서 비롯되는 하루의 땀방울을 이야기합니다. 밭은 단단한 땅에 뿌리내린 삶의 터전이고, 구름은 하늘을 떠도는 나그네죠. 구름과 가까이 있는 밭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구름같은 밭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생각해 보면 ‘구름밭’은 그저 아름다운 바람빛(풍경) 속 밭이 아닙니다. ‘뙈기밭’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가파른 뫼(산)에 올라 힘겹게 일군 작은 땅입니다. 말집(사전)에 실린 보기를 보면 그 꿋꿋한 삶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는 산속으로 들어가 구름밭을 갈며 살았다.《표준국어대사전》 수동이네 할머님은 시골에서 구름밭을 갈며 혼자 사신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리저리 얽힌 삶을 벗어나 자연에 기대어 하루를 여는 씩씩한 발걸음을 보여줍니다. 때론

[이슬방울, 빗방울, 물방울, 구름방울]

[오늘의 토박이말]구름방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맑은 하늘과 함께한 해가 더욱 빛나 보이는 새 아침입니다. 밤새 내린 이슬이 풀잎 끝에 송골송골 맺혀 아침 햇살을 기다리는군요. 오늘은 이렇게 하루가 비롯되는 첫머리에, 저 하늘 한쪽을 채우고 있는 구을 만드는 가장 작은 씨앗인 ‘구름방울’이라는 말을 함께 만나보려 합니다. ‘구름방울’은 ‘하늘 속에 떠다니면서 구름을 이루는 아주 작은 물방울’을 일컫는 말입니다. ‘구름’과 ‘물방울’이라는 맑은 낱말이 만나 참으로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우리 눈에는 그저 커다란 솜뭉치처럼 보이는 구름이지만, 그 속을 아주 작게 들여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구름방울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물 알갱이들이 하늘로 올라가, 먼지 같은 아주 작은 알맹이를 씨앗 삼아 서로 엉겨 붙어 피어나는 것이 바로 구름방울입니다. 이 작은 구름방울 하나하나는 너무나 가벼워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이 구름방울들이 수없이 모이고 모여, 마침내 우리 눈에 보이는 아침 하늘의 흰 구름이 되는 것이지요. 하나일 때는 보이지 않지만, 함께 모여 비로소 눈부신 풍경을 만들어

달밤, 별밤, 구름밤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구름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어느 날 밖을 내다보았는데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하늘이 온통 구름에 덮여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밤을 맞게 될까요? 이럴 때 쓰면 아주 좋은 토박이말이 있습니다. 바로 ‘구름밤’입니다. ‘구름밤’은 말 그대로 ‘구름이 끼어 어두운 밤’을 뜻합니다. 참 꾸밈없고 쉬운 말이지요? 하지만 이 짧은 낱말 속에는 깊고 아늑한 밤의 바람빛(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달빛이 환한 '달밤', 별빛이 쏟아지는 '별밤'과는 달리 '구름밤'은 누리의 모든 빛을 구름이 포근한 이불처럼 덮어버린 밤입니다. 빛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는 다른 것들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풀벌레 소리가 마음에 더 가까이 와닿고, 멀리서 짖는 개 짖는 소리가 더욱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온 누리가 조용히 잠든 듯한 고요 속에서 제몸과 오롯이 마주하게 되는 밤이기도 합니다. 옛 어른들은 이런 구름밤에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아마 아제(내일)의 날씨를 걱정하기도 하고, 어둠이 짙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 고된 몸을 쉬셨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구름밤이라 뜰 안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했다.” “모처럼 마실 가려던 걸음이 궂은 구름밤 때문에 멈칫했다.” “구름밤이 깊어

청정국가 부탄, 그리고 병들어가는 지구

청정한 숨결 속의 ‘울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값어치 [청정하고 행복한 나라 부탄을 가다 8]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새벽 세 시, 부탄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피곤에 지쳐 단잠에 빠져 있어야 할 몸은 오히려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창문을 여니, 싸늘하면서도 맑은 공기가 온몸을 감싸왔다. 순간, 몇 시간 전까지 쌓였던 피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이 낯선 나라가 지닌 청정한 공기의 힘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부탄에는 굴뚝이 없다. 공장을 세워 산업을 키우는 대신, 오염원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담배마저도 공기를 더럽힐 수 있다는 까닭으로 금지해 버린 나라. 청정 자연은 이 나라가 지켜온 ‘삶의 조건’이자 ‘국가의 철학’이다. 그러나 부탄에서 느낀 신선한 숨결을 떠올릴수록, 역설적으로 병들어가는 지구의 현실이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북극의 빙하는 녹고, 바다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기온은 산업화 이후 1.2도나 올랐고, 2도 선을 넘는 순간 식량 위기와 생태계 붕괴가 된다고 환경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폭염ㆍ산불ㆍ홍수ㆍ가뭄이 전 세계를 덮치고, 해마다 수많은 목숨이 자연재해라는 이름 아래 스러져 간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결국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자업자득’의 결과다. 세

예인 매창의 인생

《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 최옥정 장편소설, 예옥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매창.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조선의 기생 가운데 한 명이다. 부안에 살았고, 허균의 막역한 지기이기도 했다. 황진이만큼 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진 않았지만, 시인 유희경과의 사랑과 허균과의 우정, 그리고 《매창집》을 남길 만큼 출중한 문학적 재능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인생길을 차분하게, 또 서정적으로 담아낸 최옥정의 장편소설,《매창, 거문고를 사랑한 조선의 뮤즈》는 매창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이다. 단순히 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알았던 그녀가 유희경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냈고, 허균과도 시를 주고받는 벗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창은 부안현 아전의 서녀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에게 글을 익히며 자라났다. 불과 서른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부안현 아전들이 그녀의 시들을 모아 《매창집》을 펴냈다. ‘매화꽃 보이는 창’이라는 뜻을 담은 그녀의 호는 계랑이라 불리던 그녀가 자신을 향해 붙인 호였다고 한다. 매창은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지만, 거문고를 잘 타기로도 유명했다. 고을 기생이던 매창은 현감의 소개로 유희경을 만났다. 둘은 곧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긴 여정 끝 열하에 도착하여 흥겨운 축하 길놀이를

닫힌 세상에서 열린 세상으로 가는 길 ‘문명 보고서’ 9

[우리문화신문=안동립 기자] # 열하일기를 따라서, 답사 8일 차 일자 : 2025년 4월 26일(토요일), 이동 거리 167km 호텔 : 승덕열하부주점(承德热河付酒店, 0314-2208-666) 금산령 만리장성에 올라서 이른 아침, 고북구에 있는 금산령 만리장성을 올랐습니다. 해발 380m 정도의 높이지만, 산꼭대기에 설치된 여러 개의 장대(將臺, 장수의 지휘대)와 산 능선을 따라 굽이치는 거대한 벽돌 성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합니다. 성벽을 따라 오르는 계단 양옆이 아찔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힘차게 뻗어 나가는 성벽의 줄기는 아름다웠습니다. 《열하일기》에 “1780년 8월 7일, 밤 삼경에 조선 박지원이 이곳 장성에 이름을 쓰려고, 패도(佩刀)를 뽑아 벽돌 위의 짙은 이끼를 긁어내고 붓과 벼루를 행탁(行橐, 여행할 때 노자를 넣는 주머니) 속에서 꺼내어 성 밑에 벌여놓고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물을 얻을 길이 없었다. 밝은 별빛 아래에서 먹을 갈고, 찬 이슬에 붓을 적시어 연암은 글자를 썼다.”… 1780년 8월 11일 돌아오는 길에 고북구에 들렀습니다. “내 저번에 새 문을 나갈 때는 마침 밤이 깊어서 두루 구경하지 못하였더니, 이제 그와 반대로

한참 동안 서로 말없이 주스만 마셨다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3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며칠 후, K 교수는 연구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쓰느라고 밤 11시까지 연구실을 지켰다. 퇴근하기 위해 연구실을 나서기 직전 갑자기 미스 K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어보았다. 미스 K는 혼자서 음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K교 수가 “잠간 들를까요?”라고 물었다. 미스 K는 “네. 기다릴게요~ 오세요~~”라고 길게 말꼬리를 늘이며 남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감미로운 응답이었다. 손님은 아무도 없다니 방해받지 않고 모처럼 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떠 있다. S대가 있는 봉담면은 아직 시골이라서 별을 쉽게 볼 수 있다. 밤에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확행(小確幸)’이라던가? 차를 운전하면 연구실에서 미녀식당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린다. K 교수는 미스 K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K 교수는 지난번 축제 때에 별난 선물을 하나 사 두었다. 학생들은 축제 때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서 장사를 한다. 어떤 학과에서는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어떤 학과에서는 연못에서 탈 수 있는 보트를 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