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 고장. 참 정겨운 단어다. 내가 살고있는 고장의 역사를 아는 것은 지역에 대한 애착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까지 높이는 길이다. 길 가다 무심코 지나친 비석이 어떤 것이었는지, 소풍 때 갔던 초가집이 어떤 곳이었는지 알고 나면 한층 더 정감있게 느껴진다. 이 책, 《알려줘 강원도 위인!》은 강원도 지역의 위인 열두 명을 다루고 있다. ‘알려줘 위인!’은 사회 교과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들의 학습을 돕기 위한 지역 위인전 시리즈로,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지역별로 다양한 종류가 출간되었다. 강원도는 고조선 시대에는 예맥족이 살았고, 예맥족이 세운 나라가 ‘동예’와 ‘옥저’였다. 광개토대왕 때 고구려에 정복되었고, 신라 진흥왕 때부터는 신라 땅이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을 대표하는 도시였던 강릉과 원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강원도’라 부르기 시작했다. 책에 실린 이사부, 의상, 원천석, 신사임당, 허균, 임윤지당, 윤희순, 남궁억, 한용운, 이효석, 김유정, 박수근 가운데 잘 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거의 처음 들어봤을 법한 인물도 있다. 특히 원천석과 윤희순은 모두에게 생소할 듯하다. 운곡 원천석은 원주 지역의 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가 미스 K에게 종교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일요일 예배만 참석하는 일요교인인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교회에 언니 따라 다닌다고 한다. K 교수 역시 아내 따라 일요예배에 참석하는 수준의 교인이기 때문에 설교 시간에 가끔 졸기도 한다. “저도 교회 가서 가끔 졸아요. 예배 끝나고 아내는 야단을 치지요. 그러면 내가 항상 대답하는 말이 있습니다.” “뭔데요?” “내가 조는 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목사님 책임이다.” “왜요?”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하면 자라고 해도 자지 않고 열심히 들을 텐데, 내가 조는 것은 설교가 재미없거나 지루하다는 증거라고 말입니다.” “말이 되네요. 호호호...” 설교가 지루하면 교인이 졸게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교수의 강의가 지루하면 학생은 졸게 된다. K 교수는 모든 과목에서 강의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내가 강의하는 도중에 조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즉시 나는 강의를 중단하고 ... (잠간 쉬었다가) ‘내 탓이요, 내 탓이요’라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칠 것이다.” 그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구속이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떤 생명이든 억압당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깊은 불행이다. 누구나 자유롭고 걸림 없이 자기 뜻을 펼치며 살기를 바란다. 이는 단지 ‘로망(romance)’을 넘어, 숭고한 생명의 본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인간에게 자유는 그 무엇보다 절실한 욕망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오히려 같은 인간을 억압하고 핍박하며, 나아가 다른 생명들조차 가볍게 여기고 관리한다는 명목 아래 학대와 살상을 자행하고 있다. 나는 부탄 북부의 붐탕을 향해 험한 산중턱의 좁은 길을 따라 4시간 넘게 차량으로 이동했다.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인 능선에 이르러 잠시 차를 멈추고 풍경을 감상하며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덩치 큰 누렁개 한 마리가 다가왔다. 인가 하나 보이지 않는 높은 산악지대, 외진 길에서 마주친 개였다. 처음엔 들개가 아닐까 싶어 움찔했지만, 그 눈빛은 사납기보다 오히려 순하고 애처로웠다. 부탄을 여행하면서 거리 곳곳에서 개들을 자주 보았기에 그리 놀랍진 않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마주한 이 개에게는 왠지 모를 연민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그러는구나..."나는 여행 중 준비해 온 말린 바나나 과자 봉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곳에 따라 비가 오는 곳이 있다는데 제가 있는 곳은 해가 쨍쨍입니다. 오늘 일을 마치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이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가는 사람도 있고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어느쪽이신가요? 좋은 곳을 찾아 길을 나서기는 했지만 먼 길 수레를 타고 가다보면 '멀미'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도 계시죠. '멀미'라고 하면 이렇게 차, 배, 비행기 따위의 흔들림을 받아 메스껍고 어지러워짐. 또는 그런 증세'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쓰실 겁니다. 차를 탔을 때 하는 멀미는 '차멀미', 배를 탔을 때는 '배멀미', 비행기를 탔을 때는 '비행기멀미'라고 하는데 이렇게 탈 것을 타지 않아도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있지요. 흔히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꽃에서 나는 꽃내음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걸 '꽃멀미'라고 한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아시더라구요.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갔을 때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울 때가 있는데 그걸 가리키는 말이 '사람멀미'랍니다. 많은 사람들한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아침부터 햇볕이 뜨겁습니다. 어제는 한낮에 해가 났지만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 어제 데워 놓은 데 더해서 그런지 오늘은 보다 뜨거운 느낌입니다. 저처럼 수레를 타고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집과 일터 사이가 조금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이 다르겠지요. 수레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레를 모는 것을 보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인지는 어림할 수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주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서 수레를 모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과 함께 길을 달리느냐에 따라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열기도 하고 안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수레를 모는 것에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사람됨'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품(人品)', '인격(人格)'이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사람됨'이라는 말을 처음 보는 분도 계시지 싶습니다. 하지만 '사람됨'이라는 말을 처음 보아도 이 말이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됨은 그 사람이 하는 말에서도 드러나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4대강 사업의 두 번째 목표는 ‘홍수를 막기 위함’이다. 4대강 사업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하여 강바닥을 깊게 팠다. 바닥을 깊게 파면 홍수 때에 강물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다. 굴삭기 같은 중장비가 없던 옛날에는 강바닥을 파는 대신 제방을 높였다. 바닥을 깊게 파거나 제방을 높이거나 효과는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제방을 넘지 못하게 하여 범람을 막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예산 22조 원(필자 주:4대강 사업을 시작한 2009년도 국가 총예산은 274조 원이었음)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제성 이유로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매년 홍수 피해와 복구비로 평균 7조 원의 예산이 지출된다. 4대강 사업을 마치면 더 이상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3년만 참으면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은 자동적으로 절약된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어리석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비 22조 원을 아깝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3년만 참고 지내면 그 뒤로는 해마다 7조 원의 홍수 관련 예산이 절감되는데, 이처럼 경제성 있는 사업을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 같은 그림을 보면 한편의 아름다운 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밀레가 살았던 당시의 화풍과는 어울리지 않았고 밀레는 가난한 화가로서 힘든 세월을 보냈습니다. 부인과 자식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야 했으니, 그의 삶은 참으로 팍팍했을 겁니다. 어느 날 절친 루소가 밀레를 찾아옵니다. 밀레의 화실은 온기 하나 없이 추웠습니다. 성공한 루소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요. 그때 루소는 이야기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네.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어, 그리고 미리 돈까지 보냈다네." 그리고 루소는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을 갖고 돌아갔습니다. 그 돈으로 밀레는 물감과 음식을 살 수 있었지요. 훗날 그는 루소의 집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거실에 걸려있는 자신의 그림 '접목하는 농부'를 발견하지요.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하여 루소는 자기 돈으로 그림을 사고는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접목하는 농부'라는 그림은 밀레와 루소의 우정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마치 한 그루 나무에 다른 종의 가지를 접목하여 새로운 열매를 맺듯이, 두 사람의 우정은 서로에게 새로운 영감과 힘을 주었습니다. 그
이른 아침에 해가 살짝 얼굴을 내밀더니 다시 구름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날씨알림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잘 맞습니다. 오늘은 구름과 함께하지 않을까요? 어제까지 땅, 하늘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이어서 알려드렸습니다. 오늘부터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른들이 잘 쓰시는 말로 '사람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이제 사람값 좀 해야 안 되겠니?" "저 놈도 사람값을 할 날이 오겠지?" 저는 이런 말을 하시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떤 말을 듣거나 보셨습니까? '사람값'은 '사람+값'의 짜임으로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의 값어치나 구실'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주 쓰는 말이고 뜻도 쉬운 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람값을 하고 살기가 쉬운 듯 하면서 어렵습니다. 사람값을 재는 잣대가 저마다 다를 때가 있어서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그 잣대에 미치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값'이 들어간 익은말(관용구)에 '사람값에 가다', 가 있는데 '사람으로 쳐줄 만한 값어치를 지니다'는 뜻이고 '사람값에 들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사람값에 들지 못하다'는 '사람으로 쳐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민기 원년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파면 선고가 천하를 울릴 때 나는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친손자다. 삶의 마지막 기간을 오늘날 헌법재판소 경내의 백송나무 자리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가 환생하여 북을 치고 경을 치는 것을 우리는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헌법 재판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목소리, 집단지성의 공명이었다. 그 시원을 찾아 한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의 홍익인간까지 이른다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가깝게 근세 여명기의 환재 박규수에서 찾는 게 더 실감 날지 모른다. 그는 놀랍게도 20대 초에 근 200년 뒤의 한국을 내다보았던 것만 같다. “무당이 발호하거든 나라가 망할 때가 온 것임을 알라.” 그가 20대 초, 1830년 어름에 썼던 다음 글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골짝과 덤불과 시내와 늪은 때로 사(邪氣)를 뿜고, 벌레와 물고기와 나무와 돌은 오래되면 요물이 되어, 이매망량과 같은 도깨비로 변한다.(…) 이것들이 왕왕 세상에 나타나 백성들의 재앙이 된다. 그러자 요사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오늘은 6월 25일이다. 남북 간의 충돌, 아니 북한이 우리를 남침해서 시작된 동족 사이의 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75년 전에 일어났으니 이제 이 전쟁의 참상이나 아픔을 보고 듣고 기억하는 분들이 주변에서 거의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전쟁에서 고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남으로, 북으로 흩어진 사람들의 기막힌 아픔도 점점 역사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필자도 전쟁이 막 휴전으로 들어간 뒤인 1953년 10월생이니 이 전쟁의 실상이나 아픔을 알 턱이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한 논픽션 소설이 생각난다. 《통일교향곡》이란 제목으로 2012년에 나온 책이다. 1950년 6월, 이 논픽션 소설의 주인공인 19ᅟힲᆯ의 청년 윤정호는 서울에서 열린 전국 음악 콩쿠르 대회 피아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성악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최영애와 사랑에 빠진다. 영애는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아버지의 뜻을 따를 수 없어 가출하여 정호와 결혼하기 위해 충주로 갔으나,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에 인민군의 남침으로 6ㆍ25 전쟁이 터지고, 정호와 영애는 인민군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들은 곧 의용군으로 인민군에 징발되어 침략한 북한군을 위한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