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평창강은 삼거리에 있는 유포교 아래로 흘러 도로의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유포교 중간 지점이 봉평면과 대화면의 경계가 된다. 유포교를 지나면 대화면 개수리다. 나중에 개수리의 어원을 《평창군 지명지》에서 찾아보았다. 마을에 둘레 약 2.6m의 큰 소나무가 외따로 떨어져 서 있는데, 이 소나무를 외솔배기 또는 독송정이라고도 부른다. 그 옆을 흐르는 큰 갯가에 소(沼)가 있어 개소라고 부르다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하면서 개수리(介水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설로는 물 사이에 끼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끼일 개(介)자를 써서 개수리라고 이름 붙였다고도 한다. 유포교를 지나 오른쪽을 바라보니 강가에 무리 지어 서 있는 갯버들에 물이 오른 모양이다. 버들강아지를 피우려고 준비하는지 가지 끝부분에서 옅은 초록색이 뚜렷하게 보인다.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 갯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는데, 키가 2~3m 정도로서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다.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기다란 꽃이삭을 흔히 버들강아지라고 부른다. 조금 지나면 이곳 평창강가에도 사방에서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화려한 봄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달 전쯤인 지난달 중순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서울올림픽 30돌을 기리는 작은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다시 가게 되었다. 예전에 KBS기자로 있을 때는 회사의 취재차량을 타고 갔고, 퇴직 후에는 어쩌다 가게 되면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합정동 로터리에서 타고 가곤 했는데, 이날은 코로나 사태로 서울 시내에서 갈 수 있는 셔틀버스는 운영을 중지해, 과천 서울대공원역 4번 출구에서 미술관으로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새로 전시회가 열리지만, 이날도 코로나 여파로 손님은 나를 포함해 둘 뿐, 작은 승합차를 타고 구불구불 진입로를 따라 돌아 미술관을 올라가면서 나의 머리는 35년 전인 1986년 8월로 돌아가고 있었다. 1986년 8월 25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2층 연회장, 새로 완공된 현대미술관의 위용을 보며 내심 흐뭇해하던 전두환 대통령과 이원홍 문화공보부 장관, 그리고 이경성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비롯한 미술계 원로, 현역들이 줄줄이 모여 서 있었다. 시설을 둘러보고 이같이 좋은 미술관을 갖춘 데 대한 치하의 말을 기대하고 있던 전두환 대통령, 몇 마디 치하의 말이 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흔히, 우리가 사극 속에서 보는 옛 삶의 모습은 상당히 아름답다. 한복은 고운 빛을 발하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며, 선비는 유배를 가서도 용모단정하다. 성균관 유생들은 막힘없이 문장을 외우고 임금을 수행하는 내시도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극을 보노라면, 한 번쯤 과거로 돌아가서 사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늘부터 진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돌아가자마자, 내가 여기를 왜 왔나 싶을 법한 고단한 삶의 현장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 《LET’S G古 시간탐험대》는 실제로 연예인들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의 삶을 그대로 살아보는, tvN의 역사 예능 프로그램 <LET’S G古 시간탐험대>의 내용을 재구성해 만든 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첫 방영된 이후 참신한 기획과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시즌 3까지 제작되며 역사 예능의 한 획을 그었다. 출연진은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생생한 과거로의 여행!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생고생(生古生) 프로그램’이라는 제작의도에 걸맞게 완전히 옛날로 돌아가 양반과 노비, 성균관 유생과 반인, 임금과 내시의 삶을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체기란 보통 과식하거나 잘못 먹었을 때 소화불량 정도를 의미한다. 넓은 의미로 볼 때 소화기관들의 운동저하, 기(氣)막힘, 소화액과 소화즙의 분비저하 등 모든 소화기관의 이상증상을 포괄한 개념이다. 곧 소화와 연관된 장부조직이 정상적으로 운동 또는 순환하지 못하고, 소화액의 분비와 흡수가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 세포 단위로 정의하면 세포가 자기 자신의 활동성을 잃어버려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성을 상실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체기가 단순히 소화기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온몸의 세포는 모두 기본적인 세포 자체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있고, 일정한 운동성과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곧 일정한 리듬과 온도,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이러한 기본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 중에 체기란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곧 느려졌을 때 표현하는 용어이며 모든 세포는 체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번 체한 경험이 있는 세포는 다시 체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체하려는 상황이 다가오면 이를 방비하기 위하여 온 힘을 써서 노력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임승수 작가가 쓴 책 가운데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가 있습니다. 돈 많이 버는 일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저자의 이야기지요. 돈이 목적이 되어서 내 시간을 갖다 바치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돈에서 멀어지는 것도 고민스러운 일입니다. 행복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이 가짐을 기준으로 보면 저자는 불량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성공과 행복이 기준이 꼭 물질이 아니라면 저자는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2021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2020년 행복 지수는 50위입니다. 해당 국가의 국민총생산(GDP), 기대 수명, 사회적 지원, 자유, 부정부패, 관용이라는 6개 항목에 근거하여 행복 지수를 산출한 결과이지요. 경제로 10위권을 달리는 나라가 자살률이 1위이고 노인 빈곤율이 높은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아니라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원전 400년을 살다간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5가지로 꼽았습니다. "첫째는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조금 부족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창빈 안씨 무덤을 얘기하자니 창빈 안씨의 아들인 덕흥대원군의 무덤도 생각이 납니다. 덕흥대원군의 무덤은 경기도 기념물 제55호로 상계동에서 덕릉고개를 넘어 남양주시 별내동으로 내려가다가 왼편에 있습니다. 고개 이름은 고개 근처에 덕릉이 있다고 하여 덕릉고개라고 합니다. 고개 밑에 3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이 있으니까, 이를 당고개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당고개는 당고개역이 있는 마을에서 수락산역쪽으로 넘어가던 고개를 말합니다. 당집이 많아서 당고개라고 한 것이지요. ‘덕릉’이라고 하면 왕릉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근처에 ‘덕릉’이라는 왕릉은 없습니다. 덕릉은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말합니다. 그런데 ‘릉’이라는 이름은 임금과 왕비의 무덤에만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덕릉은 정식 이름은 아닐 것인데, 어떻게 하여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덕릉(德陵)이라고 부르고, 또 고개 이름에 ‘덕릉고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여기에는 재미있는 야담이 스며있습니다. 추존왕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생전에 임금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임금이 되는 바람에 사후에 임금으로 추존되면 추존왕이라고 하지요. 이를테면 성종의 아버지 덕종, 인조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 습관을 많이 바꾸어 놓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방식의 변화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여 먹을 때에 반찬을 자기 젓가락으로 집지 않고 분배용 젓가락으로 자기 접시에 옮긴 후에 자기 젓가락을 사용하여 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사람 젓가락과의 접촉을 최대한 억제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은 먹다 남은 반찬, 곧 잔반을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가 옛날에 가난했던 시절에는 잔반을 재사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나 개인이나 어느 정도 잘살게 되면서 잔반을 재사용하지 않고 그냥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잔반 재사용에 대해서 법적으로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나 조사해 보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2009년 7월 4일부터 잔반 재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때 15일 영업정지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위생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세 가지 유형의 식재료에 대해서는 재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1. 조리하지 않아 씻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윤여정씨가 영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이 단연 화제다. 도하 신문들이 인용하는 그 소감은 이랬다. 신문 ㄱ “모든 상이 의미있지만, 이 상은 고상한 체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매우 행복하네요.” 신문 ㄴ “이번 시상식이 특별히 고마운 이유는 고상한 체하는 영국 사람들이 나를 좋은 배우로 알아봐 줬기 때문입니다” 방송 ㄷ "모든 상이 의미가 있죠. 하지만 이번 상은 영국인들, 그러니까 고상한 척하는 걸로 유명한 당신들로부터 받은 상이어서 의미가 크네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이 상을 '고상한 체(척)'하는 영국인들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는 소감인 것이다. 그런데 맨 처음 수상소감을 전한 어느 언론은 '고상한 영국인들로부터'라고 해서 고상한 체하는 영국인이 아니라 고상한 영국인이라고 한 것 같은데 나중에는 다들 '고상한 체하는‘으로 바뀌어 전하고 있다. 우리 언론만을 보고 도대체 '고상한 체'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하고 윤여정씨의 영어소감을 확인해보니 이렇게 이야기했다. "Thank you so much for this award. Every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고인도 나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고인을 못 뵈도 예던길 앞에 있네 예던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쩌리 - 이황 ‘도산십이곡’ 중 제9곡 (p.4) - 고인은 더는 세상에 없어도, 고인이 걷던 길은 앞에 있다. 퇴계가 지은 도산십이곡에 나오는 ‘예던길(녀던길)’은 옛 성현이 걸어갔던 길, 곧 올바른 삶의 길을 뜻한다. 비록 퇴계는 수백 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걸었던 선비의 길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어찌 아니 걸을 수 있으랴.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퇴계가 예던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이 시대의 선비다. 1971년 공직 입문 이래 2005년까지 경제 관료로 봉직하며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은퇴한 뒤 2008년 2월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으며 지금까지 도산에서 주로 지내고 있다. 김병일 이사장이 지은 《퇴계의 길을 따라》는 퇴계의 학문과 사상, 정신과 더불어 그가 걸어간 삶의 행적을 두루 조명하면서, 퇴계의 삶에서 배울 수 있는 선비의 덕목을 전하는 책이다. 수필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퇴계에 대해서 잘 모르던 사람이라도 그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잘한 잔병치레를 많이 하게 된다. 가장 빈번한 질환은 감기와 체기이며 여기에서 더 진행되면 비염과 장염으로 발전되어 아이들을 괴롭힌다. 일반적으로 장염이라고 하면 범위가 넓은데 한방에서는 설사와 이질로 구분하여 치료하였으며 항생제가 없던 시대에 가장 큰 질환 가운데 하나로 한의사 선배님들이 많은 노고를 겪었다. 장염은 급성 장염과 만성 장염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증상은 급성 장염이 심하게 드러나고 만성 장염은 증상의 정도는 약하나 치료가 수월하게 되지 않는다. 급성 장염은 체기에서 출발한다. 급성장염은 장 점막의 급성염증으로서, 급성위염에서 출발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인도 급성위염과 비슷하며, 폭음, 폭식, 복부의 냉각, 부적당한 음식물이나 음료수, 대장균과 바이러스의 감염, 약의 과다복용 등에 의해 일어난다. 이 밖에 알레르기성의 원인이나 전신성 질환(요독증 ․ 암 등)의 한 증세로 나타날 때도 있다. 설사와 복통이 주요 증상이고, 복부 불쾌감ㆍ오심ㆍ구토를 일으키며, 심하면 발열이 있다. 설사는 하루에 1~10회에 이르고, 대장으로 파급되었을 때는 설사의 증상이 심하다. 변은 죽 또는 물 모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