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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딸의  바다                 

 

슬픈 사람에게는

피어나는 꽃도 슬픈 법

 

이제 저 바다를 어찌 보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냐,  이미 정신을 잃었을 거야

 

크레인이 건져 올린 깡통을 따자

꽃망울 다섯 송이가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추웠을까

 

경찰 위에 검사

검사 위에 기자라더니

어느새 몰려와 사진을 찍고

촬영을 해대느라 단내가 난다

 

"강릉 해안도로 승용차 바다에 추락

탑승자 10대 다섯 명 전원 사망"

 

곱기도 했다

아가야 엄마 왔다

엄마다 눈 좀 떠봐

흐느끼는 어미를 어린 딸은 고운 침묵으로 맞았다

눈은 또 돌고래 눈처럼 어찌나 맑던지

 

"자, 확인절차 끝났습니다. 이제 장례식장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 놈은 무슨 빽으로 저리도 무심할까

 

이게 꿈같은 생시인가

생시 같은 꿈 인가

이 꿈이 깨기를 바래야하나

깨지 말기를 바래야하나

 

꺼이꺼이 우는 녀석 앙앙 우는 계집아이

컥컥 쉰 소리 홀짝 홀짝 코울음

 

학생 손님만 칠백 명도 넘게 왔대

어린 것이 꽤 잘 살았네

 

칠백 명이면 뭐 하고 칠천 이면 뭐 하나

잘 살았으면 어떻고 못 살았으면 어떠랴

다 소용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지푸라기 삼아

울음들과 함께 넣어 관 뚜껑을 닫았다

 

슬픈 사람에게는

빗소리가 오히려 다정한 법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불티 소리처럼 아늑하기만 한데

강가에 늘어선 벚나무엔

연분홍 솜사탕이 구름인 양 피었는데

 

"이제 부터는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요.

마지막 선물들 모두 관 위에 올려놓으세요."

마음 단단히 먹을 새도 없이 불길은 오열마저 삼켜 버렸다

 

얼마나 뜨거울까

원래 불꽃같은 아이였어

 

저 화부는 철학자인가

해탈 승인가

세상사와는 상관없는 표정으로

디오게네스의 술통 집 보다 아담한

항아리에 딸아이를 담아 건넨다

 

매화 2실 199호!

당분간 딸아이가 머물 아파트

이제 저 슬픔도 눈물도 없는 곳으로 가니

웃으며 보내야 한다는데도

미안 하게시리 웃지 못했다

 

지우려 애쓰지 않고

간직하고 살겠다는 아내를

부축하여 내려오는 하늘가엔

우헉우헉 고라니 소리만 나부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