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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의 역학

지혜의 겨룸, 의지의 겨룸, 모험의 겨룸 [석화 시인의 수필산책 5]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가위, 바위, 보-” 참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두 손가락을 척 빼들면 가위, 주먹을 내들면 바위, 손바닥을 쫙 펴면 보, 가위는 보를 베고 보는 바위를 싸며 바위는 가위를 부실 수 있고… 이렇게 순환 식으로 접전하면서 기회포착과 순발력과 판단력을 비기고 의지와 지혜를 겨루는 아이들의 놀이입니다.

 

그 어떤 거추장스러운 유희도구도 필요 없이 하나 이상의 상대만 있으면 놀 수 있는 이 놀이, 아이들과 함께 이 “가위 바위 보”를 놀다보면 저도 모르게 아이들처럼 이 놀이에 깊이 빠져 들어가 흥분해하는 자신과 만나게 되며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대대로 전해내려 온 아이들의 놀이문화 한가지에도 우리 조상들의 무한한 슬기가 담겨있음을 알게 되고 끝없는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가위 바위 보”는 우리들에게 먼저 모든 일에 도전적인 자세로 맞서라고 합니다. 상대와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어야 만이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객체로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를 부여받게 됩니다. 여기에는 또 자신이 꼭 이긴다는 자신감과 함께 완전한 실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이 완전한 성공과 완전한 실패가 반반씩임을 알려주는 위험지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이기지 못하면 진다.” 이 철저한 성공과 철저한 실패의 놀이는 바로 상대방의 눈길을 포착하고 그 심리를 읽는 순간 “착!”하고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지혜의 겨룸이며 의지의 겨룸이며 또한 모험의 겨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 “가위 바위 보”에서처럼 얼마나 많은 기회포착과 결단의 시험을 감당해 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이는 정말 살을 깎는 시련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물쭈물 잠시라도 방심하는 사이에 기회는 그대를 팽개치고 쓱 지나 가버릴 것입니다. 맹목적인 좌충우돌은 이마에 혹이 돋게 하고 도처에서 콧방아나 찧게 할 것입니다.

 

다만 항상 준비, 시위 위에 놓인 화살처럼 이 항상 자신을 준비하는 상태에서 자기를 알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그 상대를 알 때 우리는 비로소 기회의 포착 점을 감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일단 자기, 환경, 상대가 조준경안의 세 점으로 일직선상에 놓일 때 순간의 주저도 없이 시위를 놓아 화살을 날려야 할 것입니다. 그대에게 차려진 기회가 비록 덮쳐드는 호랑이같이 사나운 것일지라도 일단은 냉큼 뛰어올라 등허리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호랑이가 드세고 용맹할수록 그대가 창출하는 기적은 더욱 빛나고 크고 보람 있을 것이니까요. 이 삶의 방식, 삶의 자세가 바로 “가위 바위 보”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렇게 아이들의 한갓 놀이에서조차 꿋꿋한 인간성격을 배우고 키워가게 하였습니다. 우리들에게 물려 준 많고 많은 유산들 가운데 이와 같은 “가위 바위 보”도 들어 있음에 다시 한 번 조상님들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