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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순국열사 역사기행, 명성황후 참살 장소서 시작

[동행취재] ‘순국선열의날’ 80돌 맞이 'KBS시청자역사기행'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17일)는 ‘순국선열의날’ 80돌을 맞는 날이었다. 근세기,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선열들이 항일투쟁에 목숨을 걸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아 KBS 한국방송은 시청자 80여 명이 참가한 'KBS시청자역사기행(아래, 역사기행)'을 마련했다. 이들은 아침 8시 40분에 모여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역사기행에는 86살의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열띤 시청자들이 함께했다.

 

 

 

역사기행은 건청궁에서부터 시작했다. 건청궁이란 1895년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무참히 참살(慘殺)되었던 비극의 현장이다. 이날 역사기행의 해설은 특별히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자 의병연구소장 이태룡 박사가 맡아주었는데 그는 독립운동가 2,200명을 발굴하여 서훈을 받게 한 의병연구의 대가이다.

 

이태룡 박사는 “흔히 ‘명성황후시해’라고 말하는데 ‘시해(弑害)’란 자식이 부모의 생명을 해치거나 백성이 임금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일컫는 말이므로 이 말은 적절치 않다. 명성황후를 참혹하게 죽인 자들이 명성황후의 자식도 아니고 임금(고종황제)의 백성도 아니므로 시해(弑害)보다는 참혹하게 죽였다는 참살(慘殺)을 써서 ‘명성황후참살’이라고 불러야한다. 간악한 일제에 국모를 참살당하자 온 나라에서는 이에 격분한 의병들이 분연히 일어나 싸움에 임했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을 바쳤다. 오늘의 역사기행의 시작점을 건청궁으로 잡은 것은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두 번째 답사는 순국의 현장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었다. 참여자들은 이태룡 박사로부터 경성감옥(서대문형무소 전신)에서 순국한 의병장 이강년, 허위, 이인영에 대한 활약상을 들었다. 그 뒤 옥사의 고문실, 통곡의 미루나무, 사형장, 시구문들을 돌며 서대문형무소에서 숨져간 선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손톱이 뽑히는 가혹한 고문을 상상하고, 사형장으로 끌려가던 순국선열들이 마지막으로 ‘통곡의 미루나무’를 붙잡고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하는 원통함을 토해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가슴이 저려옴을 온몸으로 느꼈다. 때마침 내리는 싸늘한 가을비는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으로 숨져가야했던 선열들의 처절한 마음을 뼈 속 깊이 느끼게 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순국선열추념탑 앞에서 참여자 대표로 조경환 의병장의 손자 조세현 순국선열유족회 감사가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세현 감사와 함께 헌화한 사람은 이날 참여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김덕례(86살) 할머니였다.

 

건청궁과 서대문형무소의 역사기행 뒤에 점심식사를 하고 이어 독립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대한민국순국선열ㆍ애국지사 영령추모제가 열렸다. 제1부 식전행사로 KBS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원영석) 초청공연이 있었다. 먼저 KBS국악관현악단 ‘순국의 혼’이 장엄하게 연주된 뒤 메조소프라노 이주영, 바리톤 김종우, 이천서희중창단이 KBS국악관현악단 연주에 맞춰 ‘아름다운 나라’, ‘독립군가연곡’, ‘뮤지컬 영웅’ 등을 불렀다.

 

 

 

이날 제80돌 대한민국순국선열ㆍ애국지사 영령추모제는 KBS국악관현악단이 추운 날씨에도 공연에 함께하여 더욱 뜻깊은 추모제가 되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100여 년 전 순국선열들이 서양음악이 아닌 우리 국악을 들었을 것임이 분명하기에 순군선열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제2부 추모제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전폐례와 초헌례를 맡아주어 행사의 격을 높여주었다. 아헌례는 이병구 국가보훈처 처장과 김원웅 광복회장이, 종헌례는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ㆍ이항증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ㆍ전영복 전해산 의병장 손자가 맡았다. 3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꼼짝달싹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 순국선열의 고귀한 뜻을 더욱 드높였다.

 

 

 

추모제 이후로 찾아간 곳은 종로구 연지동 정신여교 옛 교정터에 서있는 순국열사 김마리아동상이었다. 정신여고 출신인 김마리아 지사는 일본유학생으로 2.8동경독립선언에 참가한 뒤 독립선언서를 국내로 들여와 3.1만세운동의 불씨를 당겼을 뿐 아니라 교육자로서 한 평생을 독립운동 맨 앞에서 활약하신 분이다. 김마리아 열사가 거닐었을 옛 교정을 둘러보고 단 뒤 역사기행 마지막 일정으로 송파구 잠실로 이전한 정신여고로 향했다. 정신여고는 김마리아 열사를 비롯하여 여성독립운동가 20분을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이다. 정신여고에서는 최성이 교장 선생님과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의 뜨거운 환대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김마리아회관 자료실에서 독립운동과 관련된 설명을 들었다.

 

이 자리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나서서 “김마리아 열사를 대한민국장으로”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김마리아 열사 훈격 올리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역사기행 참여자들은 모두 나서서 흔쾌히 서명을 해주었다. 유관순 열사 못지않은 김마리아(1962년 독립장 추서)열사의 독립운동 공적을 아는 사람이라면 길을 가다가도 뒤돌아서서 서명을 할 만큼 그동안 김마리아 열사의 공적은 낮게 평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국가보훈처는 유관순 열사의 훈격을 1962년 독립장에서 2019년 3월 1일 1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승격해준바 있다.

 

 

 

 

이날 역사기행에 참가한 서울 독산동에서 온 양용이(59) 씨는 “서대문형무소 ‘통곡의 미루나무’를 보면서 일제강점기 독립지사들이 그렇게 심한 고문 속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오늘 'KBS시청자역사기행'을 통해 평상시 잊고 지냈던 순국선열들의 헌신적인 삶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역사기행을 기획한 KBS(이정호 시청자 부장)와 이태룡 박사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뜻하지 않게 종일 추적거리며 내리던 비도 'KBS시청자역사기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86살 고령의 할머니부터 나이어린 초등학생학생에 이르기까지 역사기행을 함께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순국선열들이 모처럼 흐뭇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기자의 마음도 기뻤다. 겨울을 재촉하는 11월 17일 순국선열의날, 차가운 빗속에서도 선열들의 값진 삶을 되돌아본 'KBS시청자역사기행단'의 뜨거운 열정은 빛나고 있었다.